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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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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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min readApr 5, 2017

1.

그날은 유난히도 눈이 많이 내렸다. 사람들로 가득했던 거리는 저녁이 되자 눈에 띄게 한산해졌다. 아이는 지나가는 사람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잠시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던 엄마는 세 시간이 지나도록 나타나지 않았다. 아이는 엄마가 사 준 빨간 풍선을 손에 꼭 쥔 채 두리번거렸다.

어디선가 맛있는 냄새가 아이의 코끝을 간지럽혔다. 짜장면 냄새였다. 아이는 어제 엄마가 사 준, 처음으로 먹어 본 짜장면을 떠올렸다. 아이는 다른 또래의 아이들이 부모의 손을 잡고 식당으로 들어가는 광경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웃고 있었고, 함께였다. 엄마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아이는 무언가 직감한 듯, 곧 울음을 터뜨렸다. 거짓말…

2.

주인은 강아지를 보고 기다리라고 했다. 강아지는 여기에 앉아서 기다린 지 세 시간이 되어갔다. 지나가던 아이들이 꼬리를 잡고 짖궂은 장난을 쳐도, 차가운 눈발이 휘몰아쳐도 강아지는 꼼짝도 하지 않고 기다렸다. 주인이 그렇게 하라고 했으니까.

강아지는 주인에게 사랑받던 날을 떠올렸다. 너무나 행복했었다. 그 행복은 지나가던 차가 강아지의 다리를 밟고 지나가던 순간 무참히 깨졌다. 강아지는 그렇게 한쪽 다리를 잃었고, 주인의 사랑도 그렇게 잃었다.

두리번거리던 그 때, 바람을 타고 익숙한 냄새가 실려왔다. 저 멀리서 주인이 걸어가고 있었다. 강아지는 얼른 몸을 일으켜 달려갔다. 넘어졌다. 다시 일어나서 달려갔다. 또 넘어졌다. 그 사이 주인의 모습은 저 멀리 사라져 온데간데 없었다. 거짓말…

3.

울음을 터뜨리던 아이는 자꾸만 넘어지는 강아지 한 마리를 보았다. 한쪽 다리를 잃은 채 절뚝거리는 강아지를 보자 아이는 울음을 그쳤다. 아이는 조심스레 다가가 가여운 강아지를 안았다. 강아지는 아이의 얼굴을 핥았다. 아이는 강아지를 꼭 안고 몸을 웅크렸다. 엄마는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눈이 스르르 감겨왔다. 아이는 바들바들 떨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강아지는 가여운 아이의 얼굴을 핥고 있었다. 주인은 두번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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