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즈막히 눈이 내리는 답답한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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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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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min readApr 6, 2017

어느 추운날, 나는 어딘가 너즈막한 곳에 친구들과 손과 손을 잡고 떨어지지 않으려 뭉쳐있다.

“애들아, 내 옆에 있어줘. 추워…”

나의 이야기를 들은 나와 친구들은 조금더 가까이 옹기종기 모인다. 친구들과 함께 뭉치다 보니, 내주위의 친구들이 하나하나 많아진다. 모든 친구는 나에게 너무 소중하다. 하지만 많은 친구들과의 관계들이 어느순간나에게 부담으로, 책임감으로, 다가온다. 그 관계 속에서 나는 크고 작은 상처들을 받게된다.

“나한테 너가 어떻게 그럴수있어?”

“너 진짜 그렇게 안봤는데…”

“나한테 그것도 못해줘?” … …

지금도 상처받고 있다. 가장 친한 친구가 눈도 마주치지않고 차갑게 이야기한다.

“너 진짜 별로다. 니가 내 뒷통수를 때릴줄은 꿈에도 몰랐어.”

지금의 상황을 바라보는 나의 모습은 멍하다. 어디서부터 잘못된것인가? 그와의 관계는 항상 원할했었고, 나는 그를 배려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데 … 지금까지의 노력이 한순간에 와장창 무너지는 느낌에 무기력감이 몰려온다. 나에게 있어 그는 누구와도 바꿀수없는 소중한 존재이다. 지금 당장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에 답답하다. 내가 아무말도 하지않아도 나를 이해하던 그가 나와 이야기하는 것도 거부한다. 마치 벽에대고 이야기하는 기분이다. 또다시 끝을 알수없는 무기력감이 나를 지구의 중력처럼 끌어당긴다. 빨려들어간다…

무기력의 중력속으로 빨려내려가며 주변 나의 관계들을 돌아보니, 내가 감당하기 어렵다. 내려가는 것을 멈추기가 쉽지않다. 나에겐 그 중력에 저항할 힘이 없다. 새삼 모든것이 어렵고 힘들다. 추후 시간이 지나고, 혹은 멀리서 타인이 나의 상태를 보기에는 별것 아닌 상황일 수 있다. 허나 지금의 나에겐 숨막히게하는 상황이다. 이상황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너무 힘들다. 다 사라졌으면 좋겠다. 날좀 가만히 나둬…’

그렇게 나는 주위 관계들을 하나하나 차단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 주위는 얼어갔고, 나또한 얼어간다. 나는 지금 얼어가는 상황이 싫지않다. 몸을 흔들어 열을 내보려하는 감정, 생각들이 들지만 그러고싶지않다. 그안에서 힘든 감정들이 올라온다. 살고싶다 혹은 살고싶지않다. 두가지의 생각이 나의 안에서 투닥인다. 나의 안에 상처가 하나하나 생기고있지만, 잘 인지하지 못한다. 단지, 언젠가는 폭발하여 나의 삶에 어떻게 다가올것이라는 것은 알것같다. 하지만 지금 당장 그것에 마주하고싶지는 않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 얼었다. 세상이 너무 추워서 얼었을 수도 있지만, 나는 그렇게 스스로 얼었다. 그렇게 한겨울의 눈꽃처럼 얼었다. 눈꽃이 되어 떨어지는 길에 바라보는 세상은 참으로 아름답다. 사람들은 나를 보고 아름답다고 이야기한다. 내면에 숨겨진 나의 상처에는 관심도 없이 말이다. 한마리의 멍멍이가 꼬리를 흔들며 반기고, 연인들은 나를 보고 추억을 쌓아간다. 가족들은 차가운 나를 보며 따뜻함을 느끼는듯 하다.

‘내가 다시 녹아 질척질척한 상태가 되면 저들은 나를 어떤 시선으로 볼까? 왠지 두렵다. 내가 스스로 힘을 내 녹았을때, 저들은 나를 보고 아름답다고 해줄까? 그렇지 않으면 어쩌지…

이 답답한 새벽에 쉽사리 잠에들수없다. 나의 불안한 생각들은 꼬리를 물고 여기저기서 튀어나온다. 이 캄캄하고 고요한 시간에 기댈 곳이 없다. 외롭고 아픈 날들이 나를 옥죄어온다. 이 아프고 외로운 날들을 조금더 성숙한 내가 겪었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이든다. 하지만 곧… 이미 늦어버렸다라는 생각이든다. 그래서 꽁꽁 다시 깊은곳으로 숨겨 둔다. 자연스레 흘러간 풍경들에 눈물이나지만 다시금 숨겨본다.

‘하아…’

있는 그대로의 내가 참 좋다며 웃어줄 누군가가 있을지 잘 모르겠다. 얼어붙은 마음과 몸을 완전히 녹여도 불편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지 잘 모르겠다. 확신이 들지않는다. 그냥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고 나의 마음을 하나하나 해방시켜주기를 바래본다.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울지말라고 괜찮다고 외쳐주었으면, 내 손을 잡고 다 잘될거라고 말해주는 누군가를 바래본다. 그렇게 나는 혹시모를 우연이라도 바라며 중력의 끝에 마주한다.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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