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달랐어.

가을, 단풍이 하나 둘씩 떨어지기 시작했지만

가을의 깊이는 쌀쌀함을 이겨내는 듯하다.

그 특유의 그윽함은 여기 음악실에도 들어왔어.

가을 햇살이 창문으로 들어온다. 하지만 나는 가을 노을 빛이 훨씬 좋아.

.

음악을 전공하는 친구들을 많이 만났지.

많은 친구들은 악보에 얽매여서 기계 연주하듯 나를 다뤘어.

나는 악보 음표 하나하나를 내 현에서 실제 소리로 울려내는 마법사.

그치만 대부분의 친구들은 나를 악보 속에만 가두어버리더라고.

나는 음표를 소리로 단순히 전환시키는 기계가 아니야.

.

그는 달랐어.

사실 그의 첫 인상은 다른 학생들과 그리 다르진 않았지.

숫기 없어보이지만 미묘한 깊은 미소, 그리고 항상 생각에 잠겨있는 듯한 무표정을 빼고는.

처음 그가 활을 들어 내 현 하나하나를 울리는데,

뭔가 느낌이 이상했어.

나는 악보 속 음표 하나하나가 아니라

글쎄, 뭐라고 표현해야 하나.

그의 마음 속에 푹 들어가 있는 이 기분.

그가 첫 한 곡을 연주하는데, 나는 소리만 내는 것이 아니라

그의 세계를 그려내고 있었어.

아, 이게 뭐지?

.

그가 나를 처음 연주하는데, 그의 세계가 내게 고스란히 들어왔고

그가 연주를 끝마쳤을 때, 나는 감격에 젖어 온 몸을 떨고 있었어.

그의 손에 젖은 땀을 느끼면서

그의 연주를 듣고 있던 몇 학생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음을 보았어.

왜 그의 연주는 다른 이들의 연주와 다른 거지?

.

그가 나를 들어 나를 잡을 때, 나를 안고 연주 자세를 잡는데

그는 나를 악기로 보지 않았어.

나는 그의 가슴에 파묻혔고,

그는 자신의 마음으로 나를 안고 있었어.

그의 활 움직임 하나 하나에서

그는 마음으로 나를 연주하고 있었어.

.

그의 세계는 그의 손 끝에서 나의 활로, 그리고 내 현으로 스며들어왔고

나는 그의 세계를 연주하고 있었어.

한 음 한 음에서 나는 그의 마음을 소리내어 울었어.

.

참 이상하지,

그가 첫사랑을 할 때 느꼈던 설렘,

그가 첫 이별을 하고 펑펑 울다가 그가 바라보았던 노을,

그가 어머니를 그리워하면서 눈물 젖어 썼던 편지,

그의 애틋함.

그리움.

.

연주를 하면서, 나는 그의 과거를 보고 있었어.

그는 삶의 모든 경험으로 나를 연주했고,

나는 내 몸 모두를 동원해 그의 삶을 다시 그려내고 있었다.

그의 연주가 끝날 때쯤이면, 나만 그의 세계에 젖은 게 아니라

그의 연주를 듣고 있던 청중들도 같이 눈물에 젖어 있었어.

.

여기 음악실에서,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다시 그를 기다리고 있어.

손이 아닌 마음으로 나를 연주하던 그를,

나를 그의 삶 깊은 곳에 적셔서 전율시키던 그를.

.

나는 첼로.

너의 삶으로 나를 연주해 주겠니?

Show your support

Clapping shows how much you appreciated writers openuniv’s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