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놈

“넌 참 주인 잘못 만나서 고생이구나.”

그는 자조섞인 말 한마디를 툭 내뱉었다. 그리고 들고 있던 나를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아직 어색한 내 몸이 나는 불편했다. 나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그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와 만난 지 3년이 되었다. 그리고 그와 하루도 빠짐없이 붙어있었다. 그가 나를 처음 만났을 때, 환희에 차 있던 그 눈빛을 잊을 수 없다. 나는 도도한 시선과 몸짓으로 그를 사로잡았다. 그는 나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는 나를 붙잡고 웃기도 하고, 울기도 했다. 누군가에게 화를 내기도 했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을 지을 때도 있었다. 나는 모든 순간을 그와 함께 하며, 그에게 알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어느 날, 그는 나를 붙잡고서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를 쥔 손의 힘이 점점 조여오기 시작했다. 나는 왠지 모를 불안감에 휩싸였다. 숨이 막혀 캑캑거릴때, 남자의 통화는 끝이 났다.

그는 나를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에는 빛이 없었다. 무언가를 잃어버린 듯한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공허함이 그를 집어삼킨듯 했다. 그의 손에 다시 힘이 들어갔고, 내 목을 조여왔다. 그는 차가운 바닥을 향해 나를 있는 힘껏 던졌다. 나는 마지막임을 직감했다. 미웠다. 내 숨은 그렇게 멎었다.

그리고 나는 한쪽 구석에 처박힌 채 잊혀져 버렸다.


“수리할 수 있겠는데요?”

나는 다시 눈을 떴다. 내 몸은 새로운, 그리고 조잡한 부품들이 나를 채워 다시 숨쉴 수 있게 되었다. 그의 얼굴이 다시 보였다. 그는 나를 다시 예전의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가 죽도록 미웠지만 불쌍해졌다.

얼마 가지 않아 내 숨은 다시 멎을 것임을 직감했다. 나는 그를 위해서 내가 가진 모든 기억을 토해냈다. 그는 나를 살포시 어루만졌다. 미웠다. 나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One clap, two clap, three clap, forty?

By clapping more or less, you can signal to us which stories really stand o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