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ction

사각사각.

자정을 넘긴 시각. 쥐죽은 듯 고요한 침묵을 펜소리만이 사정없이 깨뜨리며 평온한 고막을 뒤흔들었다. 펜이 휙휙 날아다닌 자국은 고스란히 글자로 남았고 이야기가 되었다. 나는 귀신에 홀린 듯 미친 속도로 이야기를 써내려갔다. 바로 너와 나의 이야기.

“너는 끝없는 미로를 탈출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나는 그런 너를 보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고, 출구가 영원히 나타나지 않기를 간절히 빌었다.”

그러나 내가 너에게 다가갈수록 너는 점점 나에게서 멀어지고 있었다. 네가 멀어지면 나는 견딜 수가 없어 또다시 펜을 들었고, 스토리가 하나하나 채워져갔다. 내 품에 안긴 너의 모습. 너와 나의 행복한 사랑이야기. 스토리가 가득 채워져 갈수록 나는 오히려 덩그러니 빈 껍데기만 남았다.

“너는 나에게 달려와서 안겼고, 나는 너를 놓지 않았다. 우리 둘은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

여기까지 쓰고 나는 펜을 집어던졌다. 펜은 벽에 부딪혀 산산조각났고, 잉크는 사방으로 튀었다. 나는 결코 그 글을 완성시킬 수 없었다. 픽션으로 짜여진 이루어질 수 없는 너와 나의 행복한 결말은 뾰족한 가시가 되어 현실의 나를 사정없이 찔렀다. 행복한 결말도, 슬픈 결말도 쓰지 못했다. 나는 어떠한 결말도 선택하지 못한 채, 결국 목적을 잃어버린 작가가 되어버렸다.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소설의 마무리를 포기한 채, 세 글자만을 반복해서 적었다. 그리고는 이내 찢어버렸다.

나는 두 번 다시 소설을 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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