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일리지의 토큰화, 허와 실
어제(7월 3일) 한국을 대표하는 마일리지 제도인 오케이 캐시백(OK Cash Bag)이,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여 마일리지를 암호화폐로 전환하는 프로젝트를 검토 중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1999년 도입된 오케이 캐시백 제도는 가입자만 3,500만 명에 달하는 국내 최대의 포인트 서비스이다.
‘OKX’라는 이름의 이 프로젝트는 임원 보고를 거쳐 현재 사업 추진 단계에 돌입한 상태다. 오케이 캐시백을 운영하는 SK 플래닛 측은 “ICO 혹은 거래소 상장과는 관계가 없다”라며 선을 그은 것으로 알려졌다.
마일리지 제도란?
서점이나 항공사 등 특정 서비스나 상품을 판매하는 회사는 대부분 ‘마일리지’ 제도를 갖추고 있다.
고객은 해당 회사의 서비스나 물품을 구입할 경우 구입 금액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마일리지를 발급받는다. 포인트 혹은 적립금이라고도 부르는 이 마일리지는 일정 금액 이상 모일 경우, 회사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나 물품을 재구입하거나 할인을 받을 때 사용할 수 있다.
이로써 기업은 마일리지를 통해 고객의 충성도를 제고할 수 있다. 즉, 마일리지는 ‘로열티 화폐’로서 구매의 연속성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되는 셈이다.
마일리지의 토큰화
오케이 캐시백은 온오프라인 가맹점만 5만 여개에 달할 정도로 사용처가 넓은 마일리지 제도이다. 만약 오케이 캐시백을 토큰화하여 블록체인에 기록하면 위변조나 수정이 불가능하므로 마일리지가 유실될 위험이 거의 없다.
또한 마일리지가 퍼블릭 블록체인을 통해 토큰화된다면, 다른 암호화폐처럼 거래가 가능해질 수도 있다. 만약 어떤 고객이, 당장은 사용이 어렵지만 만료 예정인 마일리지를 갖고 있을 경우 블록체인 플랫폼을 통해 매매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혹은 가맹점이 자사의 특정 서비스를 구매하는 조건으로 ‘일정량의 토큰 마일리지 보유’를 내걸 경우, 특정 서비스가 필요는 없으나 일정량의 토큰 마일리지를 보유한 고객은 해당 서비스가 필요한 고객에게 마일리지를 팔 수도 있다.
블록체인 상용화, 현재까지의 성과
이처럼 국내 최대 마일리지 제도가 블록체인 활용책을 모색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일각에서는 블록체인의 상용화가 머지 않았다는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에는 마일리지뿐 아니라 월마트 같은 대형 유통업체가 식품공급망(Food Supply Chain)에 블록체인을 적용하여 식품 생산 전 과정의 투명성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한 은행권 역시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블록체인 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얼마 전 도이체방크(Deutsche Bank) 를 비롯한 유럽 주요 은행 9군데에서 국경 간 거래 효율성을 증진할 목적으로 ‘위.트레이드’(we.trade)라는 블록체인 플랫폼을 만들어 테스트를 실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들
만약 마일리지를 토큰화할 경우, 토큰화하지 않았을 때에 비해 기업의 입장에서 과연 특별한 이익이 생기는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마일리지나 토큰화된 마일리지나 결국 고객으로 하여금 기업의 상품과 서비스를 재구매하도록 유도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그러나 고객들이 토큰 마일리지를 받는다고 해서 일반 마일리지를 갖고 있을 때보다 더 많이 재구매를 할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또한 마일리지를 토큰화할 경우 마일리지를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 별도로 필요하므로 개발 비용이 수반되는데 이를 감수하는 만큼 기업에게 이익이 돌아올지도 확답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마일리지가 토큰화된다는 것은 거래가 가능해진다는 뜻인데, 이 경우 마일리지가 로열티 화폐로서의 목적성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