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ss (confusion) is more

Seunghoon Lee
뉴디자인 스튜디오
3 min readJun 27, 2021
Image courtesy of sebastiaan stam, Unsplash

디자인을 공부하면 지겹도록 듣는 말이 있다. ‘Less is more’. 이 말은 우리가 디자인을 대하는 자세를 지배한다. 특히, 외관이나 기능적인 측면에서 부각된다. 아니, 어쩌면 디자인 과정 속 수많은 의사결정의 절대적인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우리 작업 속에 깊이 들어와있는 말이지만 우리는 정작 무엇을 빼야 하는지, 언제까지 뺴야하는지 배운 기억은 없다.(아니면 내가 수업에 집중을 못했거나) 우리가 보고 배우는 교수와 선배들의 디자인을 닮아가는 것을 뺄 수 있을 때까지 빼는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우리는 도대체 무얼 위해 언제까지 빼야할까?

혹시 당신도 ‘Less is more’를 들으며 디자인을 배웠다면 그 말의 뜻을 한 번 설명해보길 바란다. 가장 많이 나오는 대답은 단순함(심플함) 을 추구하는 것이지 싶다. 단순함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우리는 머리를 싸매며 단순하게 만들려고 하는 것일까?

도널드 노먼은 그의 책 ‘도널드 노먼의 UX 디자인 특강’(원서 제목: Living with Complexity)에서 단순함과 복잡함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노먼은 우리가 흔히 복잡함을 단순함과 공존할 수 없는 상반된개념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반대한다. 단순함의 반대는 혼란스러움이라고 주장한다. 그의 따르면, 복잡함이란 실재의 상태를, 혼란스러움이란 심리적인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니깐 단순함이란 혼란스러움이 없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다시 ‘Less is more’로 돌아와보자. 이제 빼야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해졌다. ‘혼란스러움’이 우리가 제거해야할 대상인 것이다. ‘Less is more’는 어느 정해진 목적(단순함의 끝)이 아닌, 빼는 행위(혼란스러움 제거)를 강조하여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단순함(명사)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혼란스러움의 제거(동사)를 목표로 하면 쾌적한 사용자 경험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디자이너들은 혼란스러움이 어디서 오는지 알아야 한다. 노먼은 이 책에서 사용자가 혼란스러움을 느끼는 상황을 일상과 밀접한 예시와 함께 쉽게 풀어내고 있다. 그러나 혼란스러움을 제거하는 과업은 디자이너와 사용자 그 누구에게도 전가되어 있지 않다고 말한다. 디자이너와 사용자가 함께 협력해야 한다는 것인데. 디자이너는 적절한 기표를 제공하는 만큼 사용자도 복잡한 기술을 수용할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좋은 디자인이 결코 디자이너 혼자만의 역량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세상이 왔다고 느껴지는 대목이다.

세상은 이미 복잡할대로 복잡하다. 미스 반 데어 로에가 디자인 분야에 ‘Less is more’를 소개한지도 벌써 수십년이 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도 ‘뺄 수 있을 때까지 더 빼야해’를 중얼거리며 디자인을 하고있다. 당신은 ‘Less is more’를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가?

*Less is more가 처음 등장한 것은 로버트 브라우닝(Robert Browning)의 시(Andrea del Sarto, 1885)라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디자인계에 널리 설파한 것은 미스 반 데어 로에(Ludwig Mies van der Rohe)임이 분명하다. 정확한 기원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디자이너들이 진리로 여긴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다. 혹시 당신이 이 문구의 기원에 대한 정확한 사실을 나에게 알려주려고 했다면 미안하지만 사양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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