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디제이는 디제이의 미래일까?

스포티파이 파티(Spotify Party) 론칭과 알고리즘 디제잉에 관해

스포티파이(Spotify)가 홀리데이 시즌을 앞두고 즐거운 홈파티를 위해 스포티파이 파티(Spotify Party)라는 기능을 론칭했다. 무료 계정과 프리미엄 계정 모두 쓸 수있는 기능이다. 스포티파이 캐나다 계정을 쓰는 내 경우엔 처음에 기능이 활성화되지 않아 VPN으로 우회하자 활성화됐고 그 후에는 VPN 우회 없이도 쓸 수 있었다. 주변의 미국 계정을 쓰는 이는 VPN 우회 없이 바로 기능이 활성화됐다고 한다. 스포티파이가 서비스되는 모든 나라에서 이용할 수 있으며 현재는 스포티파이 러닝(Spotify Running)처럼 모바일 앱만 지원한다.

스포티파이가 내게 함께 파티를 하자고 말을 걸어줬다.
놀라운 건 각 곡간의 믹스가 꽤 자연스럽다는 점이다. 단순히 A를 페이드아웃하고 B를 페이드인 하는 형태가 아니라 곡의 구간에 따라 어울리는 방식으로 믹스된다.

스포티파이 파티는 디제이가 믹스를 하듯 곡을 블렌딩해 재생하는 기능이다. 사용법은 간단하다. 자신이 듣고 싶은 음악의 채널을 고른 후 자신이 원하는 무드를 선택하고 플레이 버튼을 누른다. 그러면 해당 채널의 해당 무드에 있는 플레이리스트가 디제이가 믹스를 하듯 자연스럽게 이어져 재생된다.

스포티파이 파티에는 “Diplo & Friends”, “Pop Party”, “Dance To The Decades” 등 총 12개의 채널이 있고 각 채널은 세 개의 무드를 제공한다. 세 무드에 따로 이름이 붙어 있진 않으나 좌측으로 갈수록 느리고 차분한 노래가 우측으로 갈수록 빠르고 흥겨운 노래가 플레이된다. (편의상 이를 1,2,3으로 분유해 ㄷ표기하겠다.) 무드 별로 플레이되는 곡의 수가 다른 “Diplo & Friends”를 제외하고 나머지 채널은 무드마다 36곡이 수록돼 있다. 기본 채널 11개 x 3 무드 x 36곡. 총 1,188곡에 “Diplo & Friends”의 채널에 있는 144곡을 합쳐 총 1,332곡이 수록된 셈이다. (물론 이중에는 중복 곡도 있을 것이다.)

디플로(Diplo)의 동작으로 무드를 짐작해 보자.

그냥 각 채널 별로 무드에 따라 곡을 듣는다면 믹스 셋을 듣는 것과 큰 차이가 없겠지. 스포티파이 파티에 수록된 곡이라면 어떤 순간에라도 믹스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일을 할 수 있다.

1.A 채널에서 1 무드로 음악을 듣다 3 무드로 변경해 믹스할 수 있다.

2.A 채널의 1 무드에 있는 음악을 듣다 다음 곡을 뛰어넘고 바로 다다음 곡을 선택해 믹스할 수 있다.

3.A 채널의 1 무드에 있는 음악을 듣다 바로 B 채널의 3 무드에 있는 곡을 선택해 믹스할 수 있다.

요약하면 우리는 스포티파이 파티를 통해 현재 서비스되는 곡 기준으로 총 1,332곡을 믹스할 수 있는 셈이다.

놀라운 건 각 곡간의 믹스가 꽤 자연스럽다는 점이다. 단순히 A를 페이드아웃하고 B를 페이드인 하는 형태가 아니라 곡의 구간에 따라 어울리는 방식으로 믹스된다. 물론 이러한 평가는 자동화된 믹스의 기대치가 아직 높지 않은 탓일 것이다. 정말 디제이가 믹스하듯 A곡의 드롭 이후 B곡의 코러스가 연결된다든지 갑자기 곡의 하이라이트에서 컷이 된 후 다른 더 끝내주는 곡이 불현듯 나오는 듯한 드라마틱한 장면은 여기에 없다.


디플로와 팝 파티 모델이 자웅동체처럼 보인다.

스포티파이 파티로 곡을 믹스하고 내가 처음 뱉은 말은 “와 나보다 디제잉 잘 한다”였다. 프로들이 미리 짜 놓은 플레이리스트라는 걸 감안해도 믹스와 흐름이 훌륭하고 갑자기 다른 분위기의 곡을 골라도 태연하게 이어나가는 게 결코 나보다 못하다고 할 수 없었다. 스포티파이 파티는 캐주얼한 홈파티를 위해 만들어진 기능이다. 본격적인 디제잉을 위해 만들어진 기능도 아니다. 만약 기술이 더 발전한다면 프로에게서도 감탄을 이끌어낼 로봇 디제이가 탄생할 수도 있지 않을까?

빅데이터와 진화하는 알고리즘. 그리고 필연적으로 마주하게 될 인공지능까지. 우리는 인간만이 할 수 있을 거라 가능했던 일이 기술로 대체되는 시대에 살고 있고 디제잉 역시 예외는 아닐 것이다.

디지털의 세계에 진입한 디제잉은 이미 많은 부분이 자동화되며 버튼 푸싱이라는 놀림을 받고 있다. WiFi와 LTE를 타고 전 세계가 같은 타임라인을 공유하는 상황에서 디제잉의 패턴과 관객의 반응을 예측하는 것 역시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만큼 기술이 따라 잡기에 디제잉이라는 영역의 허들이 낮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현재 대부분의 음악은 디지털로 존재한다. 디지털 음악은 거의 모든 요소를 데이터로 변환할 수 있고 이를 분류하는 기술은 나날이 정교해지고 있다. 트랙터에 웨이브폼을 올리면 자동으로 큐를 잡아주고 클럽에서 샤잠(Shazzam)을 켜면 어떤 곡인지 알려 준다. 여기에 디제잉에 관한 요소를 데이터로 변환하면 어떨까. 디제이의 믹싱 패턴과 현재 전 세계에서 자주 플레이되는 곡, 언제 어느 곡의 어떤 부분에서 사람들이 반응했는지 같은 것을 데이터로 수집해 알고리즘을 짠다면 빌드업과 드랍이 반복되는 전형적인 스타일의 디제잉은 현재도 구현이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미래의 케이크샵?

옥스퍼드 대학교의 칼 베네딕트와 마이클 오스번 교수는 2013년 발표한 “고용의 미래: 우리의 직업은 컴퓨터화(化)에 얼마나 민감한가”라는 보고서에서 자동화를 통해 약 47%의 직업군이 줄어들 것이며 여기에는 회계, 법률, 기술적 글쓰기 등 화이트칼라 직업으로 분류되던 직업도 포함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예전에는 육체의 영역을 기술이 대체했으나 이제는 사고의 영역도 기술의 차지가 되고 있다. 빅데이터와 진화하는 알고리즘. 그리고 필연적으로 마주하게 될 인공지능까지. 우리는 인간만이 할 수 있을 거라 가능했던 일이 기술로 대체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디제잉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너무 나아간 얘기라 생각할 수도 있다. 1970년대 댄스 클럽에서 연주하던 밴드들도 디제이가 처음 등장했을 때 자기네 밥그릇을 뺏길 거라고는 생각 못했을 것이다.

로봇 디제이에 대비한 나의 경쟁력은 f(x)다.

기술의 발전으로 디제잉이 쉬워지고 실시간으로 음원이 공유되며 엇비슷한 음악을 엇비슷하게 트는 디제이들이 늘고 있다. 어쩌면 이들은 로봇 디제이의 시대를 앞서 재현하고 있는 걸지 모른다. 스포티파이 파티는 나보다 디제잉을 잘한다. 하지만 스포티파이 파티가 꿈비아 비트에 f(x)의 “Nu ABO”를 섞는 나 같은 디제잉을 할 수 있을까? Oneman처럼 애시드 베이스에 과감하게 R&B를 블렌딩하는 믹스를 할수 있을까? 로봇 디제이의 공습 후 인간 디제이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의 해답은 여기에 있을 것이다.


부록

스포티파이 파티로 들어가는 입구의 배너는 디플로가 차지하고 있다. 유일하게 또는 가장 먼저 디플로가 스포티파이 파티에 아티스트 채널을 가지게 된 데에는 여러 상징적인 이유가 있을 듯한다. 나열해보자면.

1. BBC Radio 1에서 방송되는 Diplo & Friends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디제이 믹스 방송 브랜드다. 
2. 디플로는 2015년 샤잠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아티스트의 타이틀을 차지한, 새로운 미디어와 테크놀로지에 익숙한 이들에게 가장 핫한 브랜드다. 
3. 디플로가 이끄는 메이저 레이저(Major Lazer)의 “Lean On Me”는 2015년 스포티파이에서 가장 많이 플레이된 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