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Tidal)이 음악 시장에 들려준 이야기

슈퍼스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가 탄생했다. 아니, 슈퍼스타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가 탄생했다고 하는 편이 정확하겠다. 지난 3월 30일 오픈한 타이들(Tidal) 얘기다. 타이들은 지금까지 등장한 음악 서비스 중 가장 큰 화제를 모으며 출발했다. 스티브 잡스(Steve Jobs)도 하지 못한 일이다. 서비스를 위한 마법과 같은 프레젠테이션이나 테크 미디어의 탈을 쓴 팬보이의 지원은 필요 없었다. 유튜브에 올릴 동영상 하나와 SNS 계정이면 충분했다. 동영상에는 제이지(Jay-Z), 비욘세(Beyonce), 리안나(Rihanna), 카녜 웨스트(Kanye West), 니키 미나즈(Nicki Minaj), 잭 화이트(Jack White), 마돈나(Madonna), 다프트 펑크(Daft Punk) 등 지구 상위 1퍼센트에 속하는 16명의 음악가가 등장했다. 이들은 늘 그랬던 것처럼 영민하게 미디어를 다뤘다. 아니 한 순간도 이들에게서 떠나지 않는 미디어가 이 순간을 놓칠 리 없었다. 16명의 음악가가 결의에 찬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그와 함께 합치면 억 단위에 이를 팔로워가 보게 될 프로필 사진을 청록색 또는 타이들 로고로 바꿨다. 이를 통해 이들이 외친 문구는 다음과 같다. “Tidal for all (#TIDALforALL)” 지금까지 어느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도 차마 얘기하지 못한 새로운 비전을 내세운 서비스의 등장이다.

타이들의 탄생 배경을 살펴보자. 시작은 미국의 래퍼이자 사업가 제이지가 스웨덴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아스피로(Aspiro)를 5,600만 달러에 인수하면서부터다. 자신을 스스로 비즈니스라 이야기하며(I’m not a businessman, I’m a business, man) 포브스의 올해의 부자 리스트에 매년 이름을 올리는 남자의 새로운 비즈니스가 시작된 것이다.

음악 산업에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는 갈수록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정확히는 음악 산업에서 레코딩 된 음악의 시장이 다운로드에서 스트리밍으로 이동하고 있다. 2006년 서비스를 시작한 스포티파이(Spotify)의 회원 수는 2015년 들어서 6천만을 돌파했다. 알디오(Rdio), 디저(Deezer)와 같은 후발 주자도 등장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친다. 애플은 비츠 뮤직(Beats Music)을 30억 달러에 인수하고 올해 새로운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런칭할 예정이다. 구글 역시 유튜브 뮤직 키(Youtube Music Key)라는 이름으로 유튜브를 플랫폼으로 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베타 오픈했다. 닐스 사운드스캔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디지털 앨범과 음원 다운로드 매출은 급감했으며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는 54% 성장하며 CD 매출을 제쳤다. 그리고 5월 11일,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 워너뮤직은 2015년 1분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 처음으로 스트리밍 판매 매출이 다운로드를 앞질렀다고 밝혔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의 성장과 함께 이에 관한 비판도 커졌다. 가장 큰 이유는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가 점점 음반과 음원 다운로드 서비스를 대체하고 있지만 그만큼의 수익은 대체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가 대세로 자리 잡은 한국에서는 전부터 있던 지적이다. 라디오헤드(Radiohead)의 톰 요크(Thom Yorke)는 스포티파이를 강하게 비난하며 자신의 새 음반 ‘TOMORROW’S Boxes Modern’을 비트토렌트(BitTorrent)가 새로 선보이는 유료 결제 서비스 페이 게이트를 통해 공개했다. 미국의 딸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는 자신의 음반 ‘1989’를 스포티파이에서 내렸다. 그녀는 월스트리트 저널에 기고한 글을 통해 ‘앨범의 가치는 음악가가 음악 작업에 불어넣는 혼이며 시중에 판매될 음악에 부여하는 금전적 가치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 믿는다.’고 얘기했고 ‘1989’는 2014년에 가장 많이 판매된 음반이 됐다.

타이들은 이런 배경에서 탄생했다. 이미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는 레드 오션이 됐다. 음악가들은 음악 산업의 새로운 룰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제이지는 이 모두를 해결할 해답을 찾은 듯 행동했다. 레드 오션이 된 스트리밍 서비스는 독점 콘텐츠와 하이파이 오디오로 차별화를 뒀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에 불만을 품는 음악가를 위해 무료 서비스를 없애고 더 많은 수익 분배를 약속했다. 모두를 위한 타이들. #TIDALforALL 자, 그럼 이제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으니 타이들이라는 깃발 아래 새로운 음악 스트리밍 시대를 열어 가자. 안타깝게도 상황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았다. 아니, 시작부터 타이들은 모순을 안고 출발했다.

타이들이 내세우는 가장 큰 무기는 독점 콘텐츠다. 특정 서비스에 독점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건 자신의 콘텐츠를 가능한 한 널리 홍보해야 하는 음악가에게 인센티브가 되지 못한다. 그럼에도 아이튠즈 뮤직 스토어에는 꾸준히 독점 콘텐츠가 올라온다. 음원 다운로드 시장에서 압도적인 플랫폼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독점으로 제공된 콘텐츠는 아이튠즈 뮤직 스토어 화면에서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이것만으로 독점의 인센티브는 충분하다. 타이들은 신생 업체다. 좋은 자리를 주는 것만으로는 음악가에게 인센티브를 줄 수 없다. 즉, 독점 콘텐츠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다른 무언가가 필요하다. 잠시 (종이 잡지라 어떻게 편집될지 모르니) 고개를 위 또는 옆으로 돌려 타이들의 등장을 다시 훑어 보자. 예수와 12사도처럼 존재하는 제이지와 15명의 음악가들. 이들은 현재 전 세계 음악 산업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음악가이며 가장 파괴력 있는 콘텐츠 공급자다. 타이들은 이들의 콘텐츠를 독점으로 공급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가? 이들이 가장 영향력 있는 음악가이며 가장 파괴력 있는 콘텐츠인 공급자인 동시에 타이들의 주인이기에 그렇다.

제이지는 과감하게 이들에게 3%씩 지분을 나눠줬다. 제이지를 제외하고 총 45%의 주식이 음악가의 몫이다. 즉 서비스가 성공할수록 이들이 받게 될 인센티브가 늘어나는 구조인 것이다. 참여 음악가가 런칭에 맞춰 일제히 홍보에 참여하고 독점 콘텐츠를 제공하는 건 이 때문이다. 음악가가 주인인 음악가를 위한 서비스라는 이미지를 씌울 수 있는 건 덤이다. 타이들은 런칭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리안나의 ‘American Oxygen’의 곡과 뮤직비디오, 에리카 바두의 ‘All-Star Cast Black Western’ 영화 등을 독점으로 공개했다. 그리고 이는 우리에게 세 가지 교훈을 줬다. 첫째, 디지털 세상에서 독점은 불가능하다. 리안나의 ‘American Oxygen’ 곡과 뮤직비디오는 발매된 당일 블로그, 토렌트, 비디오 사이트 등을 통해 타이들 밖으로 퍼져나갔다. 타이들 또는 리안나 측에서 이를 모두 콘트롤 하는 건 불가능했다. 둘째, 사람들은 불편함을 참지 못한다. 듣고 볼 수는 있지만 이를 위해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던 이들은 타이들의 독점 정책을 비난했다. 타이들의 시작을 화려하게 알린 유튜브 영상에는 현재 ‘좋아요’ 수보다 ‘싫어요’ 수가 다섯 배 이상 많다. 셋째, 대부분 사람들은 음악을 수동적으로 듣는다. 리안나의 곡은 타이들 공개 후 약 10일 후 아이튠즈 뮤직 스토어와 유튜브 그리고 다른 음악 서비스에서 제공되기 시작했다. 타이들을 비롯해 대부분의 음악 서비스가 말하는 독점은 엄밀히 출시 후 일정 기간 독점을 의미한다. 천문학적인 금액이 오고 가는 리안나와 같은 음악가의 콘텐츠를 영원히 독점하는 건 직접 그녀를 데뷔시킨 제이지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리안나의 팬이 아닌 이상 사람들은 자신이 이용하는 서비스에서 공개되었을 때 리안나의 곡을 들어도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 특히 지금처럼 들을 음악이 넘치는 시대는.

타이들 로고 아래 붙은 문구 ‘HIGH FIDELITY MUSIC STREAMING’은 당장 포럼을 열면 IT 커뮤니티의 삼성파와 애플파만큼이나 싸움 붙기 좋은 존재다. 쟁점이 될만한 요소만 짚고 넘어가자면 ‘모바일 기반의 음악 듣기 환경에서 과연 두 배 이상의 가격을 줄 만큼 음질의 차이가 가치있는가’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만족하는 사람도, 별 차이를 못 느끼는 사람도 있는 듯하다. 시간이 지난 후 결제 통계가 나오면 사람들이 이 서비스를 얼마나 원하고 만족감을 느끼는지 더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타이들 하이파이 음원의 비트레이트는 FLAC 1411kbps — Lossless (16 bit/44.1 khz)다.

자, 이제 #TIDALforALL에 관해 이야기할 차례다. 정말로 타이들이 음악가들이 꿈 꾸던 음악가를 위한 서비스인지 말이다. 이를 위해 타이들이 내세운 근거는 다음과 같다. 스포티파이와 같은 무료 서비스가 없다. (대신 최초 가입 시 30일 동안 무료로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다.) 하이파이 서비스는 기존의 서비스의 두 배 가격 19.99 달러에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음악가에게 기존 음원 서비스보다 많은 요율의 사용료를 지불한다.

제이지가 인터뷰에서 공격한 스포티파이는 무료 서비스와 프리미엄 서비스로 나뉜다. 무료 서비스는 자신이 듣고 싶은 곡을 고르는 데 제한이 있고 중간마다 광고를 들어야 한다. 프리미엄 서비스는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음악을 무료로 듣는다는 건 음악가 역시 대가를 받지 못한다는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스포티파이는 무료, 유료 이용자 가리지 않고 같은 저작권료를 음악가에게 정산한다. 무료를 통해서라도 이용자가 많아지면 음악가 입장에서는 나쁠 게 없다. 물론 서비스 주체 역시 (당장은 손해 보더라도) 나쁠 게 없다. 인터넷 시대의 비즈니스가 대부분 이렇기 때문이다. 하이파이 서비스는 음악가의 입장에서 추가 제작비 지출 없이 더 큰 결제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많은 이들이 사용할지는 더 지켜봐야겠지만. 타 서비스 대비 나은 요율은 좀 애매하다. 스포티파이가 곡을 서비스하며 저작권자 측에 정산하는 금액은 수익의 70%다. 서비스가 시작된 후 한달 즈음 되어서야 밝힌 타이들의 정산 요율은 75%다. 분명 기존의 서비스보다는 많지만 그간 헐값에 팔리던 곡에 제대로 된 가치를 매긴다는 호언장담에 어울리는 요율인 것 같지는 않다. 아마 이 정도가 마지노선일 것이다. 그 이상의 요율을 분배하며 서비스가 제대로 운영되길 바라는 건 어려운 요구다. 큰 성장을 보이는 스포티파이 역시 아직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TIDALforALL 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이 캠페인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에게 아무런 장점이 아니라는 데 있다. 스포티파이의 무료 서비스에 만족하는 사람이 음악가가 조금이라도 더 대우받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타이들의 유료 서비스를 이용할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내가 타이들 오픈 직후 가입한 30일간의 무료 이용 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타이들은 위기론에 휩싸였다. 아스피로의 CEO 앤디 첸(Andy Chen)은 회사를 떠나고 릴리 앨런(Lily Allen), 노엘 갤러거(Noel Gallagher) 등의 음악가들이 비판의 의견을 밝혔다. 타이들의 앱스토어 다운로드 순위는 700위 밖으로 밀려났다. 제이지는 가입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평소 잘 쓰지 않는 트위터에 #TidalFacts 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해명 글을 올렸다. 그중에는 인디 음악가의 경우 유통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계약할 수 있다는 내용도 있다. 이후 타이들은 타이들 라이징(Tidal Rising)이라는 메뉴를 만들고 캠페인 비디오를 통해 재능 있는 인디 음악가를 서포트할 것임을 밝혔다. 대형 음악가의 잔치라는 비판을 피하고 런칭 시 내세운 대의를 강화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아무리 타이들이 대의를 강조해도 변하지 않는 게 있다. 소비자는 이들의 대의에 관심이 없으며 서비스의 성공으로 가장 큰 이득을 보는 건 소비자나 타이들에 음원을 공급하는 음악가가 아니라 타이들의 주식을 가진 16인+a라는 점이다. #TIDALforALL 을 내세운 타이들이 시작부터 안고 있는 모순이다.

밴드 민트 로얄(Mint Royale)은 트윗을 통해 자신들의 정산 내역을 밝혔다. 그들의 정산서에 따르면 타이들의 곡당 정산금은 스포티파이의 3배에 이른다. 수익 요율이 5%밖에 많지 않다면서 3배라니 이건 또 무슨 일인가. 이유는 단순하다. 스포티파이에서 그들의 곡이 58,202번 스트리밍되는 동안 타이들에서는 141번 스트리밍됐다. 재생수가 많을수록 곡당 정산 금액은 줄어드는 정액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의 구조적 문제가 빚어낸 마법이다. 과연 이런 구조에서 타이들이 말하는 음악인을 위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는 가능할 수 있을까?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는 기존의 음악 듣기 경험을 어떻게 바꾸고 있을까? 이를 통해 음악 산업은 어떻게 재편될까? 음악 산업의 구성원은 새로운 시대를 맞이해 어떤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할까?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앞으로의 칼럼을 통해 급변하는 음악 산업에서 직접 일하는 사람의 관점에서 흥미롭고 괴롭게 위의 질문을 던져 보겠다.

월간 웹 6월호에 기고한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