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의 다음은 무엇인가?

오힘찬(Himchan)
맥갤러리
Published in
8 min readMar 1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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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넷플릭스는 뉴욕증시를 움직이는 FAANG의 하나로 대표적인 기술주이자 성장주였다. 코드커팅(Code Cutting) 동향을 이끌었고, 분야를 막론하여 현대의 거의 모든 구독 모델이 넷플릭스의 영향을 받았다. 넷플릭스는 하나의 현상이었다. 그러나 넷플릭스의 최근 행보는 파괴적이었던 지난날을 잊게 한다.

지난 1월, 넷플릭스가 발표한 2020년 4분기 실적에 따르면 매출은 66억 4,4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5% 상승했다. 영업이익은 9억 5,400만 달러로 107% 성장했으며, 유료 구독자도 876만 명 늘어서 누적 2억 명을 넘어섰다. 성장 지표는 나쁘지 않다. 문제는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느냐에 있다.

과거 넷플릭스의 경쟁자는 케이블 TV 회사였다. 넷플릭스를 케이블 TV 대신 이용하게 하는 것이 최대 목표였고, 소비자들의 요구가 있었기에 가파른 성장을 할 수 있었다. 케이블 TV 회사들은 복잡한 기존 가격 정책을 변경하지도, 넷플릭스에 견줄 플랫폼을 구축하지도 못하는 상황이었으니 넷플릭스를 쫓지도 못했다.

넷플릭스

그러나 현재 최대 경쟁자는 디즈니이다. 디즈니가 출시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디즈니+(Disney+)는 16개월 만에 유료 가입자 1억 명을 달성했다. 아직 격차가 크지만, 무서운 속도로 따라가는 중이다. 그 외 AT&T의 HBO 맥스(HBO Max), 바이어컴CBS의 파라마운트 플러스(Paramount Plus) 등 서비스가 뒤따르면서 경쟁은 더 심화하고 있다.

동영상 스트리밍에서 넷플릭스의 경쟁자가 없었던 건 아니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Amazon Prime Video)나 훌루(Hulu)는 항상 넷플릭스의 짝이었다. 단지 지난 짝들은 서비스 질, 가격, 지원 플랫폼 등에서 경쟁했다면, 디즈니+ 등 서비스와는 콘텐츠에서 힘을 겨룬다.

디즈니+나 HBO 맥스 이용자가 증가하더라도 소비자들은 넷플릭스를 병행해서 구독할 가능성이 크지만, 넷플릭스는 만족할 수 있을까? 이 경쟁을 지속했을 때 넷플릭스는 웃도는, 또는 동등한 성장을 할 수 있을까?

넷플릭스의 경쟁이 과거와 달라진 건 오리지널 콘텐츠의 가치가 서비스에 끼치는 영향이 커진 탓이다. 한때 넷플릭스는 디즈니와 제휴하여 콘텐츠를 공급했다. 그러나 디즈니가 독립 서비스를 내놓기로 하면서 제휴 관계가 깨졌고, 디즈니는 최대 경쟁자가 되었다. 이후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강화하는 데에 거의 모든 힘을 쏟고 있다. 그런데 넷플릭스와 디즈니 등 경쟁사의 오리지널 콘텐츠 모델은 차이가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블룸버그는 ‘콘텐츠로부터 발생한 소매 상품은 디즈니의 최대 사업은 아니지만, 스타워즈 등 프랜차이즈로부터 상당한 이익을 얻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코로나 19 여파에 2020년 3분기 디즈니는 테마파크와 크루즈선 운영 중단으로 관련 수익이 40% 이상 감소했으나 상품 라이센스와 소매 수익을 7% 감소에 그쳤다. 연간 15억 달러 이상 영업 이익을 내고 있으며, 전체 디즈니 이익에 견주면 작은 부분이지만, 꾸준한 성과로 나타났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는 2019년 21세기 폭스를 인수하면서 더 강화했다. 다른 경쟁사인 HBO 맥스는 2019년 시즌을 종료한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 시리즈를 10년 동안 유지했다. 파라마운트+는 스타 트렉(Star Trek) 시리즈와 네모바지 스펀지밥(SpongeBob Squarepants)이 대표적이다.

반면, 넷플릭스는 아직 그렇다 할 프랜차이즈를 갖추지 못한 상태이다. 그나마 기묘한 이야기(Stranger Things) 시리즈가 소설이나 게임으로 제작되고, 관련한 상품을 부단하게 내놓고 있지만, 나머지는 단발성에 그쳤다. 경쟁사들에 있어서 구독자 증가는 프랜차이즈를 통한 부가 사업의 성장으로 이어지는데, 넷플릭스는 콘텐츠 보유량만 늘 뿐이다.

또한, 블룸버그는 ‘넷플릭스는 미국 가입자 기반을 넓힐 여지가 거의 없기 때문에 기존 고객들로부터 더 많은 이익을 내려면 가격을 올리거나 광고, 또는 소매 상품을 팔아야 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런 문제를 글로벌 콘텐츠 확장으로 해결하려 하지만, 그거조차 넷플릭스의 전유물이 아니다. 결국, 넷플릭스는 프랜차이즈에 고심할 수밖에 없다는 게 블룸버그의 주장이다.

디즈니+ 만달로리안

필자는 꼭 프랜차이즈가 정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경쟁사들의 강력한 프랜차이즈 역량이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에 방해가 되는 건 분명하다. 넷플릭스 랜드 따위를 건설할 게 아니라면 보유한 콘텐츠를 늘리는 게 서비스에 지속성을 부여할 방법도 맞으나 핵심은 경쟁사들이 넷플릭스에 대응하는 차별화를 더 빠르게 갖추고 있으며, 과거 넷플릭스의 경쟁력이었던 서비스 질, 가격, 지원 플랫폼 등 요소가 평준화하여 경쟁에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디즈니+의 월 요금은 7.99달러로 넷플릭스보다 저렴하다. 4K 화질을 원하면 디즈니+와 넷플릭스의 가격은 10달러나 차이가 난다. 다른 수익 기반을 둔 디즈니이기에 적자를 감수하면서 가격을 낮췄기 때문이다. 서비스 질에서도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넷플릭스에 남은 경쟁력은 콘텐츠다. 그런데 콘텐츠에서도 디즈니가 거대 프랜차이즈로 충성도 높은 고객을 더 확보할 수 있다. 애초에 디즈니는 2024년까지 디즈니+가 최대 9,000만 명의 가입자만 확보해도 성공적이라고 밝혔는데, 고작 16개월 만에 1억 명을 돌파했으니 원인을 꼽으면 콘텐츠 외 찾을 수 없다. 즉, 사업 구조적으로도 디즈니가 넷플릭스보다 지속적이며, 안정적이라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넷플릭스는 차별화에 관한 다음을 내놓아야 한다. 거대 프랜차이즈가 될 수도 있고, 지난 1월 필자가 주장했듯이 자체 하드웨어일 수도 있다. 어쨌든, 파괴적이어야 한다.

더 매직 오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아마존 프라임 멤버십의 일부로 아마존 고객에 제공되는 부가 서비스이다. 훌루는 디즈니 일부이며, 디즈니+와 사업을 공유한다. 넷플릭스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로만 존재하는데, 다른 사업으로부터 동영상 스트리밍이 뻗어 나온 경쟁사들과 달리 동영상 스트리밍으로부터 뻗어가는 사업을 확장해야 할 입장이다. 파괴적이지 않으면 차별화로 이어질 수 없는, 넷플릭스의 지속성에 대한 한계만 뚜렷해질 것이다.

무리한 요구가 아니다. 2017년, 넷플릭스는 밀러월드(Millarworld)를 인수하여 첫 번째 만화책 시리즈인 더 매직 오더(The Magic Order)를 출간했다. 디즈니와 결별한 이후 자체 프랜차이즈를 구축하길 원해서였다. 관련해서 필자는 ‘스트리밍 경쟁이 본격화할수록 넷플릭스가 성장하려면 스트리밍 구독뿐만 아니라 하나의 프랜차이즈로 여러 방향의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질 것이다. 콘텐츠 산업은 과거부터 그랬다. 넷플릭스는 영상에 국한하여 생태계를 바꾼 것이지 콘텐츠 산업의 속성 자체를 바꾼 게 아니며, 그렇다고 속성을 무시할 수 있을 만큼 독점적인 위치인 것도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2019년에는 뉴욕의 마지막 싱글 스크린 극장인 파리 극장(Paris Theater)을 임대하여 자사 콘텐츠의 극장 선 개봉을 선택하기도 했다.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자격 요건을 갖추기 위한 거였지만, 경쟁자들처럼 박스 오피스 티켓에서의 수익을 검토한 결정이기도 했다. 프랜차이즈나 사업 확장도 시도했으나 모두 경쟁사를 의식한 행보였고, 뚜렷한 결과도 내지 못했다. 그렇기에 넷플릭스는 그나마 실적이 좋은 오리지널 콘텐츠에 집중해서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오죽하면 작년 CNBC는 넷플릭스가 중국 소셜 미디어인 틱톡을 인수할 수도 있다고 했다. 넷플릭스 CEO 리드 헤이스팅스가 ‘우리 경쟁자는 디즈니+나 HBO 맥스가 아니다.’라면서 ‘사람들은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대신에 비디오게임을 즐기거나 유튜브를 본다. 우리 목표는 영화와 드라마에서 세계 최고가 되는 것이고, 우리에게 위험한 건 다른 분야가 사람들에게 더 인기를 끌 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디즈니+나 HBO 맥스를 이용하는 것도 그만큼 넷플릭스 체류 시간을 앗아가기에 위협적이며, 영화와 드라마에서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재고할 단계가 되었다. 그러니 차라리 지목한 경쟁 분야의 틱톡을 인수할 거라는 뜬소문이었다.

올해 넷플릭스는 자신들의 한계를 넘을 다음을 꼭 말해야 한다. 주장처럼 최고의 영화와 드라마가 넷플릭스에서 탄생할지도 모른다. 다만, 그 영화와 드라마가 경쟁에서 어떤 우위를 가졌는지 증명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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