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롭박스는 왜 코로나 수혜에서 벗어나고 있을까?

오힘찬(Himchan)
맥갤러리
Published in
6 min readOct 16,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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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가 장기화하면서 재택 및 원격 근무가 늘고, 사람들은 비대면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방법에 적응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몇 개 회사가 전염병 혜택을 보고 있다는 걸 쉽게 떠올릴 수 있었다.

줌(Zoom)은 화상 회의 솔루션 개발사로 비대면 업무에 따른 수요 증가로 올해 주가가 688% 상승했다. 슬랙(Slack)은 협업 도구 개발사다. 기업들이 업무 환경을 온라인으로 옮기면서 슬랙 채용이 증가했고, 무난한 실적에도 올해 주가가 66% 상승했다. 그럼 클라우드 스토리지에서 10년 이상 상징성을 내려놓지 않은 ‘드롭박스(Dropbox)’는 어떨까? 분명 원격 근무가 늘면서 문서 활용이 줄고, 파일 공유가 증가했을 테니 드롭박스도 나은 실적과 함께 주가가 상승했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드롭박스 주가는 올해 12.45% 증가한 데에 그쳤다. 더군다나 조금은 상승하던 주가도 3분기에 들어서는 하락세를 유지하여 더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2020년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하락이 뚜렷해진 것이다.

올해 2분기 드롭박스는 4억 6,700만 달러 수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41% 상승한 거로 코로나 19 혜택을 받았다. 단지 같은 혜택 범위에 놓인 기업들과 비교했을 때 너무도 초라하다는 거다. 2분기 줌은 6억 6,400억 달러 수익을 기록하여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5% 상승했다. 슬랙은 2억 1,600만 달러로 48.9% 상승, 7,484만 달러 손실을 기록했으나 나쁘지 않은 성장을 확인했다. 이는 드롭박스가 극단적인 리스크를 지녔다는 걸 투자자에게 알린 것과 같았다. 원격 근무의 최전선에 있어야 할 드롭박스는 왜 먼 지점에 있을까? 오히려 포스트 코로나를 따라가기 버거운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비대면 업무

클라우드 스토리지를 제공하는 사업으로 시작한 드롭박스는 현재 페이퍼(Paper), 헬로사인(HelloSign), 스페이스(Spaces), 패스워드(Passwords) 등 다양한 도구를 함께 통합한 워크플로우 최적화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가 되었다. 드롭박스의 목표는 명료했다. 누구나 써야 할 클라우드 스토리지로서의 경쟁력을 확보하면, 전체 워크플로우를 최적화하려는 기업 요구가 생길 테고, 자연스럽게 드롭박스 제품을 사용하게 되리라는 것이다. 통합 솔루션은 비즈니스 요금 안에 모두 포함되어 있기에 클라우드 스토리지에 대한 수요만 가져올 수 있다면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다는 거였다.

이러한 전략은 경쟁 업체들과 비교해서 정반대의 포지셔닝을 낳았는데,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MS)는 윈도나 오피스 356 등 경쟁력을 갖춘 소프트웨어 제품을 판매하고, 클라우드 스토리지인 원드라이브(OneDrive)를 함께 제공한다. 구글도 마찬가지로 공동 작업에 복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구글 워크스페이스(Google Workspace) 안에 구글 드라이브(Google Drive)를 포함하여 가격을 책정한다. 반면, 드롭박스는 클라우드 스토리지에 가격을 책정하고, 나머지 제품을 제공한다. 즉, 클라우드 스토리지가 저장하는 용량 외 타사 제품보다 다른 경쟁 우위를 지닐 수 있어야 드롭박스는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전염병이 대유행하는 상황이 아니어도 드롭박스의 접근 방식은 어려운 거였다. 성장이 둔할 수밖에 없는 거였는데, 그래도 긍정적인 것은 클라우드 스토리지의 특징에 기댈 수 있어서였다.

비대면 업무

클라우드 스토리지는 전통적으로 확정성, 안정성, 속도가 중요하다고 여겨졌다. 각 클라우드 스토리지에 관한 다양한 실험과 견해가 있으나 드롭박스는 확정성, 안정성, 속도를 인정받으면서 MS, 어도비, 세일즈포스 등 경쟁사들과의 제휴로 기업들이 서드파티 클라우드 스토리지를 사용하게 할 만큼 꾸준히 사랑을 받았다는 역사가 있다. 이를 장기적으로 활용하면 클라우드 스토리지에서 드롭박스 포지셔닝은 고착화하고, 경쟁사 고객들이 드롭박스에 비용을 쓰게 하며, 굳이 비싼 도구가 필요하지 않은 조직이라면 다른 생산성 도구를 드롭박스를 대체하는 게 비용적으로 낫다는 판단을 이행할 때 드롭박스의 전략처럼 클라우드 스토리지로 경쟁 업체를 잠식할 활로가 생긴다.

문제는 드롭박스의 전략은 장기적으로 확장성, 안정성, 속도를 증명해야만 한다는 리스크가 있었고, 투자자들은 리스크가 언제 증명될 수 있을지 지켜보고만 있었다. 만약 증명된다면 드롭박스는 느리더라도 꾸준히 성장한다는 데에 확신을 얻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코로나 19는 드롭박스의 리스크를 너무 빨리 드러나게 했다. 비대면 업무 확산으로 드롭박스를 많이 사용할 거라는 기대와 달리 기업들은 당장 업무를 온라인으로 옮길 수단을 요구했다. 드롭박스는 당연히 논외였다. 경쟁 업체들은 클라우드 스토리지는 표면적으로 무료로 제공한다. 용량도 크다. 클라우드 스토리지가 업무 프로세스의 핵심이 아닌 보조적인 수단으로 인지했다는 방증이며, 그것은 드롭박스의 전략처럼 클라우드 스토리지 기반으로 워크플로우 최적화 솔루션 시장을 잠식할 수 없다는 걸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드롭박스

물론 시작부터 드롭박스가 불가능한 모델이었다는 걸 얘기하는 게 아니다. 드롭박스는 클라우드로 서서히 옮기려는 기업들의 속도에 맞춰서 고착화하여 사업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나머지 제품들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거로 갖춘 플랫폼 역량으로 MS나 구글과 겨루길 희망했을 뿐이다. 그럴 여지도 있는 포지셔닝이었다. 코로나 19는 드롭박스가 역량을 갖출 시간을 앗아갔고, 기업들이 클라우드 도입을 서두르게 했다. 결과적으로 드롭박스의 리스크가 뼈째로 드러났으니 투자자들의 반응도 부정적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렇다면 모든 클라우드 스토리지 업체가 어려움에 부닥친 것 아닌가?’

클라우드 스토리지에 집중하는 다른 업체들의 경우 정체된 상태를 여전히 유지 중이라고 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박스(Box)와 같은 곳인데, 드롭박스가 다른 업체와 비교되는 점은 가치를 확장하기 위해서 워크플로우 최적화에 뛰어들었다는 것이며, 그만큼 회사도 커졌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여타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와 비교해서 성장하지도 못했으며, 약점까지 내보였으니 조금 더 상황이 안타깝다. 그 탓으로 다른 클라우드 스토리지 업체들은 워크플로우 최적화 시장에 발을 들이지도 못하게 되었다는 건 덤이다.

포브스는 드롭박스에 대해서 ‘수년간 빠른 수익 증가과 수익성 달성에도 이 클라우드 스토리지 업체의 미래는 기껏해야 불투명하다는 거다.’라고 지적했다. 높은 점유율과 그럴 수 있는 유리한 포지셔닝에도 주가가 떨어지는 이유라고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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