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롭박스의 항해를 기대할 이유
지난 3월, 클라우드 스토리지 업체 드롭박스(Dropbox)가 뉴욕 증시에 입성했다. 공모가 21달러로 시작한 드롭박스는 첫날 28달러까지 상승한 채 마감했고, 주가는 최고 42달러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6월 중반부터 상승세가 꺾이면서 8월 실적 발표 이후 주가는 내림세를 이어갔다. 그리고 오늘, 3.23% 하락한 25.74달러에 장을 마감하면서 IPO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드롭박스의 실적이 나빴던 건 아니다. 8월 발표한 분기 실적에 따르면, 0.11달러의 주당 순이익을 기록했으며, 월가 예상치인 0.06달러를 웃돈 것이다. 총 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2% 증가했다. 그런데도 주가가 하락한 원인은 ‘불확실성이 크다’라는 거였다.
드롭박스의 주요 사업인 클라우드 스토리지는 이제 보편적인 서비스이다. 드롭박스가 우수하고, 사용하기 편리하다는 건 알겠다. 하지만 이익을 내려면 사용자만 늘어날 게 아니라 유료 고객을 확보해야 한다. 클라우드 스토리지 사업에서 유료 고객이란 수많은 서비스로 늘릴 무료 공간이 많은데도 굳이 특정 서비스의 저장 공간을 늘리고자 하는 이용자이다. 넷플릭스나 스포티파이 등 콘텐츠 위주의 구독 서비스와 달리 개인이나 기업의 실질적인 생산성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판단해야만 유료 전환을 이룰 수 있는 사업이라는 거다. 그런 서비스가 보편화했으니 경쟁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드롭박스는 플랫폼 기반이 약하다. 예컨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오피스 365를 이용한다면 별도 옵션을 선택하지 않았을 때 기본적으로 원드라이브를 이용하게 된다. 구글의 구글 드라이브는 아예 문서도구와 통합하여 서비스 안에서 생산성 활동을 할 수 있게 했다. G 스위트를 도입하는 거로 회사는 구글 드라이브를 사용하게 되며, 최근 구글은 통합 클라우드 스토리지인 ‘구글 원(Google One)’을 준비 중이다. 월 1.99달러에 구글의 모든 서비스와 연결할 수 있는 100GB의 저장 공간을 제공한다. 애플의 아이클라우드도 iOS와 mac OS로 이어지는 거대한 플랫폼을 아우를 수 있게 설계되었다. iOS나 mac OS 제품을 사용한다면 가장 쉽게 선택할 수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이다.

드롭박스가 가장 범용적인 클라우드 스토리지인 건 맞다. 다만, 여태 경쟁사가 클라우드 스토리지를 부가 서비스로 제공하는 것과 달리 드롭박스는 주요 서비스이다. 즉, 소비자는 주요 서비스인 클라우드 스토리지를 여타 부가적으로 제공하는 것들과 비교하여 유료 구독을 선택해야 한다.
그런 탓에 드롭박스는 드롭박스 고객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문서 생산성 도구인 페이퍼(Paper)를 내놓았다. 드롭박스 이용자라면 페이퍼로 쉽게 문서를 작성하고, 협업할 수 있다. 무료인 페이퍼의 이용이 증가한다면 드롭박스 저장 공간이 필요한 이용자가 생길 수 있고, 유료 구독 전환으로 이행할 여지가 생긴다. 문제라면 페이퍼 이용자가 드롭박스 이용자로 전환하는 게 아니라 드롭박스 이용자가 페이퍼를 고려 사항으로 둔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드롭박스가 경쟁사들과 치열하게 경쟁할 부분은 저장 공간의 용량과 가격 옵션인데, 드롭박스는 클라우드 스토리지가 주요 사업이기 때문에 부가 서비스로 제공하는 경쟁사들과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해당 차이가 드롭박스에 불확실성을 가중하니 결과적으로 성장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는 게 드롭박스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의 요점이다. 그리고 드롭박스 주가에도 반영되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자면 현재 드롭박스에 걸린 불확실성은 기우일 수 있다.
먼저 짚어야 하는 건 드롭박스의 주가는 지금보다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공모가 아래인 14~15달러 선까지 말이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보편화한 서비스이자 그렇다고 드롭박스가 압도적인 선구자 위치에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플랫폼 기반이 탄탄한 경쟁사들이 더 앞서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롭박스를 기대할 수 있는 건 역설적이게도 클라우드 스토리지가 드롭박스의 주요 사업이기 때문이다.

USB 메모리나 외장 HDD가 끝내 사라질까? mp3나 음원 스트리밍이 생겼다고 음반이 사라지지 않은 것처럼 USB 메모리나 외장 HDD가 완전히 사라지진 않을 거다. 비용을 고려해도 외장 HDD를 구매하는 게 더 저렴하다. 하지만 클라우드 스토리지의 장점은 특정 하드웨어를 벗어나 어느 곳에나 존재한다는 것, 휴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분실할 위험도 없다는 거고, 안전성도 오랜 기간 검증되었다. USB 메모리나 HDD는 물리적으로 파일들을 잃을 수 있지만, 클라우드 스토리지는 그렇지 않다. 클라우드 스토리지가 디지털 저장 공간의 표준으로 나아간다는 건 기정사실이다.
중요한 건 경쟁력을 갖춘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들은 상기했듯이 플랫폼을 보조하는 역할에 충실하다는 점이다. 자사 플랫폼 역량을 강화하고자 클라우드 스토리지를 제공하므로 발전 양상도 그렇다. 반면, 드롭박스는 플랫폼과 관계없이 파일을 저장하고, 공유하고,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데에 초점을 둔다.
현재 클라우드 스토리지는 과도기 상태이다. 많은 사람이 클라우드 스토리지를 사용하지만, 여전히 직접 설치하거나 휴대할 수 있는 물리적인 저장 공간에 의존하고 있으며, 알게 모르게 클라우드 스토리지에 데이터를 저장하고 있을 뿐이다. 클라우드 스토리지로 저장할 수 있는 것, 운용할 방법이 늘어나면 점점 직접 물리적인 저장 공간에 저장할 요소가 줄어들 테고, 저장 공간의 크기나 비용에 대한 요구도 증가할 것이다. 그런 지점에서는 플랫폼이 나눠진 것보다 범용적이고, 표준적인 클라우드 스토리지에 대한 욕구가 커질 가능성이 크다.
비유하자면, USB라는 보편적이고, 표준화한 인터페이스가 있음에도 파이어와이어만 지원하는 외장 HDD를 출시한다면 판매가 제대로 이뤄질 리 없다. 그러나 과거에는 상관이 없었다. 사진을 외장 HDD에 저장하기보다는 인화하여 앨범에 보관했고, 대용량 파일을 옮겨야 하는 업무를 맡은 소비자가 외장 HDD의 주요 고객이었으므로 지금처럼 USB로 일관하기보다는 인터페이스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진 때이기 때문이다. 클라우드 스토리지가 특정 플랫폼에 종속하여 필요에 따라 사용되는 상황이지만, 나아갈수록 플랫폼을 벗어난 저장 공간의 필요성도 증가할 거라는 얘기이다.
그런 점에서 드롭박스는 가장 범용성이 뛰어난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이다. 드롭박스는 MS 오피스, 어도비 아크로뱃, 오토데스크 오토캐드와도 통합되어 있다. 단순 저장 기능만 제공하는 게 아니라 별도 실행 프로그램이나 뷰어가 없어도 드롭박스만으로 어느 기기에서나 파일을 열어보고, 주석 추가 등 몇 가지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이런 범용성이 향후 클라우드 스토리지에 대한 욕구를 통해 확장한다고 생각해보라.

분명 MS, 어도비, 오토데스크는 모두 자체적인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세 개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구독 플랜을 개별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이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이 드롭박스이다. ‘어차피 어도비 제품만 이용하는 거라면 어도비의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를 이용하는 게 더 저렴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 있다. 현재로서는 맞는 말이다.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건 클라우드 스토리지가 필요한 것이 3개 정도의 서비스가 아니라 범용성이 뛰어난 클라우드 스토리지에 대한 요구가 수십 개, 수백 개로 늘어났을 때 플랫폼에 관계없이 저장 공간을 통합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게 드롭박스라는 거다. 왜? 클라우드 스토리지가 드롭박스의 주요 사업이므로.
드롭박스가 마치 USB와 같은 위치의 표준이 되리라는 건 아니다. 그저 범용성이라는 요소가 크게 강조되지 않는 현재에는 플랫폼 기반이 클라우드 스토리지에 대한 수요를 짓누르고 있지만, 과도기를 벗어나서 클라우드 스토리지가 디지털 저장 공간의 표준이 된다면, 일반 소비자까지 외장 HDD를 구매하기보다는 클라우드 스토리지의 용량을 업그레이드하는 게 마땅한 시점이라면, 지금 드롭박스만큼 범용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서비스는 달리 없다.

드롭박스는 아마존 웹 서비스(AWS)를 벗어나 거의 모든 데이터를 자체 데이터 센터로 옮겼다. 클라우드 스토리지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가 폭발적이지 않은 현재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건 AWS나 MS 애저처럼 엔터프라이즈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가 제공하는 인프라를 고스란히 이용하는 것만으로 간단히 구축할 수 있다. 그럼 드롭박스는 왜 자체 데이터 센터를 운영하는 걸까? 위에서 말한 시기가 되었을 때 데이터와 인프라 주권을 쥔 상태가 될 수 있고, 비용 절감 효과로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어서다. 개인화한 클라우드 스토리지를 원하는 소비자는 어떤 서비스를 이용하더라도 데이터 주권을 가질 수 있는 통합한 서비스를 원할 거다. 드롭박스는 자체 데이터 센터를 운영하는 것으로 저장 공간이 필요한 수많은 서비스를 개인화하여 아우를 수 있다.
드롭박스는 대부분 투자금을 데이터 센터와 자체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에 쓰고 있다. 과도기를 넘은 다음을 준비하는 과정이다. 전망대로라면, 드롭박스는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에 대한 잠재적 수요가 첫 번째로 고려할 업체가 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주가가 계속 내려가는 상황에서도 JMP 시큐리티즈(JMP Securities)는 드롭박스의 목표 주가를 35달러에서 37달러로, 캐너코드 제뉴이티(Canaccord Genuity)는 36달러에서 38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장기적으로 볼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