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프, 정체성을 찾아가다

오힘찬(Himchan)
Sep 6, 2018 · 6 min read

스카이프(Skype)는 어떤 제품인가? 출발은 인터넷 전화 서비스이다. 스카이프 전화번호를 제공했고, 전화기와 연결해서 쓸 수 있는, 말 그대로 전화였다. 일반 전화와 차이가 있다면 PC, 모바일, 콘솔 등 여러 하드웨어에서도 전화를 할 수 있다는 거였는데, 스마트폰의 성장으로 mVoIP가 보편화하면서 스카이프만의 특징도 사라졌다.

그런 스카이프를 마이크로소프트(MS)는 2011년에 85억 달러를 들여 인수했다. MS가 스카이프를 인수한 이유는 간단했다. 6억 명 규모의 가입자를 한 번에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경쟁사인 애플이 페이스타임(Facetime)을 출시한 직후였다. 애플은 아이폰 경쟁력을 토대로 페이스타임 이용자를 확보할 수 있었기에 SDK로 범용성을 노린 스카이프가 기존 이용자를 기반으로 경쟁한다는 구도도 만들 수 있었다.

문제는 스카이프의 정체성이었다. 스카이프는 메신저인가? 메신저라고 하기에는 메시징 기능이 약했다. 또한, 스마트폰 초기 메신저 서비스들이 전화번호 기반으로 연락처에 있는 사람들끼리 메시지를 보낼 수 있게 하여 이용자를 확보했으나 스카이프는 여전히 계정 기반이었다. 메신저 서비스들은 연락처에 있는 가족이나 친구, 지인들이 메신저에 있는지 확인만 되면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었으니 얼마나 많은 연락처가 연결되었느냐에 따라 선점 효과가 나타났다. 반면, 스카이프는 상대방 계정을 찾아서 새로운 연락처를 꾸려야 했다. 이용자 규모는 컸지만, 구식이었고, 계정 간 연결도 전화가 목적이었으므로 조금 더 긴밀해야 하는 텍스트 메신저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 되레 텍스트 메신저가 mVoIP 기능을 내놓으면서 스카이프의 입지만 좁아졌다.

스카이프 핸드셋

그럼 화상 통화 서비스인가? 스카이프의 오랜 특징 중 하나가 화상 통화였다. 한때 거의 모든 화상 통화는 스카이프로 이뤄졌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스카이프는 가장 저렴하면서 안정적인 화상 통화 솔루션이었다. 하지만 화상 통화라는 것이 그렇게 항상 이뤄질 수 있는 소통 방식은 아니다. 얼굴을 마주 보면서 대화한다는 건 매우 훌륭한 기술적 진보지만, 네트워크 상태, 주변 환경, 통화 대상의 상황 등 이뤄지려면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으므로 여전히 화상 통화보다 음성 통화가 소통 수단의 앞에 있는 것이다. 그런 탓에 MS는 스카이프는 엔터프라이즈용 화상 통화 솔루션으로 전환했다. 이미 많은 기업에서 사용하는 소프트웨어이기에 마땅한 전환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 스카이프라는 브랜드를 잃어간다는 결함이 있었다. 그저 MS가 제공하는 엔터프라이즈 솔루션에 포함된 화상 통화 소프트웨어, 그 무엇도 아니게 된 것이다.

이런 비슷한 상황에 놓은 경쟁사 제품도 있다. 구글의 행아웃(Hangouts)이다. 행아웃은 애플의 아이메시지나 페이스타임과 비슷한 위치로 고안한 안드로이드 통합 메신저였다. 스카이프보다는 상황이 나았다고 하자. 역시나 성공할 수 없었던 건 강조한 화상 통화의 사용량, 그리고 이미 충분히 포화한 메신저 시장은 이미 플랫폼 경쟁 단계로 넘어간 지점이었다. 행아웃과 달리 아이메시지가 경쟁력이 있었던 건 별도 앱이 아닌 기존 메시지 앱에 기능으로 추가되어 다른 메신저를 쓴다는 느낌보다는 기본 메신지 앱의 부가 기능으로서 알아서 작동하는 것, 선택을 고민할 여지를 최소화했다는 게 이유였다. 이는 페이스타임도 마찬가지다. 행아웃은 별도 앱으로서 이용자가 경쟁 메신저와 선택을 고민하도록 했다. 자체적인 플랫폼 기반이 약한 행아웃이 버틸 수는 없었고, 결과적으로 구글은 행아웃의 주요 기능을 엔터프라이즈 시장으로 돌렸다.

Skype for Business

행아웃도 자리를 잡지 못한 마당에 스마트폰 기반이 없는 MS가 스카이프를 모바일 시장에서 성장케 한다는 건 넷플릭스가 있는 중에 DVD 대여 구독 서비스를 성장시키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핵심은 정체성이었다. 인터넷 전화는 보편화했고, 메신저로서도 애매, 화상 통화 솔루션이라기에는 스카이프만의 색채가 없었다.

마침내 스카이프는 특징 있는 제품이 되길 원한다는 걸 새로운 디자인으로 호소했다.

스카이프의 재설계는 작년 6월부터 시작되었다. 일상생활을 공유하는 ‘하이라이트(Highlights)’ 기능을 도입했는데, 인기가 없었다. 스카이프를 사용하는 주요 목적이 채팅, 통화, 연락처 확인이었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이나 스냅챗이 될 수는 없었다. 그래서 하이라이트를 삭제했다. 남은 건 하단의 채팅, 통화, 연락처와 상단의 알림 버튼이 전부이다.

스카이프 디렉터인 피터 스킬맨(Peter Skillman)은 ‘새로운 디자인은 전화를 걸기 더 어려워졌고, 하이라이트는 대다수 사용자가 공감하지 못했다.’라면서 ‘우리는 뒤로 물러나서 단순화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라고 말했다. 굉장히 중요한 말이다. 스카이프의 본질부터 찾겠다는 것, 왜 사람들이 여전히 사용하고 있는지 되짚어 보겠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스카이프 하이라이트

당연한듯싶지만, 그렇지 않다. 스카이프는 성장하지 못했다. 내리막이다. MS가 인수할 때 6억 명이었던 이용자 수는 현재 3억 명 수준이다. 초조했을 테고, 강력한 경쟁자를 쫓을 방안으로 머리가 가득 찼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점이 스카이프가 중심을 잡지 못하게 했으며, 실제 MS는 엔터프라이즈 제품군에 포함하되 스카이프라는 브랜드를 지울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스카이프 팀이 타개하고자 작년부터 재설계를 시작했다. 그렇게 새로운 특징이라고 내놓은 게 소셜 미디어 서비스의 기능을 딴 하이라이트이다.

하지만 스카이프가 내리막이었다고 하더라도 3억 명이라는 이용자가 머물고, 그들이 스카이프를 사용하는 원인이 존재했을 텐데, 그게 하이라이트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용자들이 특징이 부족한 스카이프를 여전히 사용하는 원인이야말로 스카이프 정체성의 방증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하이라이트 기능을 제거하면서 채팅, 통화, 연락처만 남긴 것이다.

스카이프

그럼 전화가 스카이프의 정체성인가?

핵심 기능은 맞지만, 전화 서비스라고 정의할 만큼 현재 스카이프를 대변하진 못한다. 여태 성장 압박으로 헤맨 기간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스카이프를 핵심 기능만 남긴 담백한 상태로 돌려놓겠다는 거고, 해당 기능들이 더 잘 작동할 수 있게 함으로써 기존 고객들의 만족도를 끌어내는 것, 그거로 스카이프의 정체성을 끌어내고자 한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스카이프가 영원한 구식으로 남을지, 아니면 확고한 정체성을 지닌 독창적인 서비스로 포지셔닝을 전환할 수 있을지 지켜볼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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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힘찬(Himchan)

Written by

테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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