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이 어린이층에 집착하는 이유

오힘찬(Himchan)
맥갤러리
Published in
6 min readJul 15,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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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에 따르면, 아마존은 어린이들을 위한 알렉사(Alexa) 구독 웨어러블 개발을 고려 중이다. GPS가 탑재되며, 4~12세 사이 어린이가 손목에 착용하거나 클립 형태로 휴대하는 형태다. 알렉사를 통해 어린이들은 아동 중심 콘텐츠에 접근하거나 부모와 소통할 수 있다. 또한, 디즈니와의 협력으로 디즈니 IP를 활용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

이에 아마존과 디즈니는 답변하지 않았지만, 두 회사는 앞서 아마존 고객에게 디즈니+를 일정 기간 무료로 제공하는 등 조금씩 협력하고 있다. 앞으로 협력 관계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게 될지 알 수 없으나 분명한 건 아마존이 어린이층에 깊은 관심이 있으니 디즈니 IP 사용도 충분히 가능성이 크다는 거다.

아마존은 에코 닷의 어린이 버전인 ‘에코 닷 키즈 에디션(Echo Dot Kids Edition)’을 출시하고, ‘아마존 키즈+(Amazon Kids+)’라는 어린이 대상 책, 영화, TV쇼, 앱, 게임을 제공하는 구독 서비스를 내놓는 등 어린이 시장에 공을 들였다. 어린이들의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어린이층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에코 닷 키즈 에디션

알파 세대(Generation Alpha)는 2011년부터 2015년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을 일컫는다. Z세대의 다음으로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기기를 접하면서 성장하고 있기에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s)’ 세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영국 오프컴(Ofcom)의 연구에 따르면, 스마트폰과 태블릿은 이미 알파 세대에 널리 퍼진 장치이며, 특히 태블릿의 인기가 커지고 있다. 큰 화면으로 콘텐츠를 소비하기 위해서다.

아마존은 어린이용 태블릿 시장의 선두에 있다. 자사 파이어 태블릿을 다양한 버전의 키즈 에디션으로 출시하고 있으며, 태블릿을 구매하면 1년 동안 키즈+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파이어 태블릿에서는 사생활 보호 문제 탓으로 알렉사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다. 에코 닷 키즈 에디션을 개발한 이유다.

에코 닷 키즈 에디션은 어린이를 겨냥한 알렉사 탑재 기기라는 걸 강조함으로써 부모들이 구매를 선택하게 했다. 그리고 에코 닷은 아마존의 에코 라인 중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이 되었다.

아마존 키즈+

먼저 많은 부모가 아이들이 스크린을 바라보는 걸 걱정한다. 에코 닷은 스크린이 없고, 대화를 통한 상호작용을 장려하며, 철자 검사, 소리 내어 말하기 및 읽기, 수학 숙제 도움 등에 도움 된다고 알려졌다. 부모들은 알파 세대가 디지털과 떨어질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스크린 상호작용을 대체하는 목적으로 알렉사를 선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알렉사를 ‘디지털 보모(Digital Nanny’라고 부르기도 한다.

포브스는 보고서를 통해 ‘알렉사는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어서 아이들에게 적합한 기술이다.’라면서 ‘재미있고 새로운 방식으로 아이들을 몰입하게 한다.’라고 말했다. 사생활 침해 논란이 있더라도 부모들이 에코를 구매하는 이유인 것이다.

다음은 무엇일까? 착용하는 알렉사 장치로 스마트폰을 대체하고, 아마존 친화적으로 아이들을 바꾸는 걸까? 인터페이스의 한계로 알렉사 웨어러블 장치가 아이들의 미래 스마트폰이 되거나 하는 일은 없을 거다. 단지 아마존은 어린이층의 소비력을 무시하지 않겠다는 거다.

2016년 미국 어린이 텔레비전 채널, 카툰 네트워크(Cartoon Network)의 연구에 따르면, 호주의 4~14세 어린이들은 용돈으로 연간 18억 달러를 소비한다고 합니다. 이들의 연평균 소득은 556달러이다. 성인들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지만, 이들은 용돈의 대부분을 소비하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훨씬 소비 친화적이다. 호주 재무계획협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알파 세대의 부모들은 아이들을 돈 걱정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의도로 1,003명 중 68%가 아이들에게 돈에 대해 말하는 걸 꺼린다고 응답했다. 과거보다 아이들의 소비 친화적인 용돈이 증가한 원인이다.

에코 닷 키즈 에디션

아마존이 아이들에게 직접 상품을 광고할 수는 없다. 그러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브랜드들은 다르다. 책, 영화, TV쇼, 앱과 게임은 주요 마케팅 수단이고, 아이들의 알렉사 사용이 증가하면 자연스럽게 기존 라디오나 TV의 역할이 알렉사로 이행할 것이다.

아마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카테고리는 홈 및 키친이지만, 2위인 스포츠 다음이 완구 및 게임이다. 아기용품도 사무용품보다 많이 판매된다. 중요한 건 지금까지 어린이들을 위한 상품의 선택에 부모들의 영향이 미쳤다면, 점점 미디어의 영향력이 강해지고, 아이들이 지출을 주도하는 쪽으로 나아간다는 점이다. 디지털 보모라는 말이 단순히 아이를 돌본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거다.

아마존은 미래에 성장한 아이들의 소비력을 기대하는 게 아니다. 이미 전 세계 전자상거래 1위이고, 그들도 자연스럽게 아마존에서의 쇼핑 경험을 익히게 될 것이다. 문제는 쇼핑 경험을 익히기 전인 알파 세대의 전 세대와는 비교할 수 없는 소비력을 유도하려면 부모들의 지지가 필요하고, 브랜드들이 이탈하지 못할 만큼 독점에 가까운 위치에 있어야 한다. 그러니 태블릿과는 별도로 계속해서 아이들이 알렉사를 더 사용하게 할 방법을 찾는 것이며, 마침내 집 밖에서 디지털 보모에 접근하게 할 지점까지 왔다.

물론 어린이층은 성인들과 비교해서 제약이 많은 영역이다. 하지만 돈이 오가는 영역이다. 키드크래프트(KidKraft)와 같은 완구 제조사도 알렉사 연동 주방 장난감을 출시하는 등 시도하고 있는데, 포브스의 말처럼 알렉사가 캐릭터를 흉내 내고, 장난감과 연동하여 상호작용한다면 과도한 디스플레이 광고나 권한 없이도 브랜드는 아이들에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알렉사 웨어러블이 디즈니랜드와 연동한다고 해보자. GPS를 통해 특정 캐릭터 앞에 서면 대화할 수 있다. 이 환상적인 경험을 견딜 수 있는 아이가 몇이나 될까?

많은 브랜드와 유통 업체는 여전히 전통적인 방식으로 알파 세대의 소비를 자극하려고 한다. 아마존은 그보다 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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