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식료품을 향한 고투와 두 가지 쟁점

오힘찬(Himchan)
맥갤러리
Published in
9 min readNov 2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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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여파로 온라인 식료품 구매가 증가했다는 건 어려운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많은 오프라인 식료품 매장이 문을 닫았고, 사람들의 외출은 줄었다. 전염병에 노출되지 않으면서 식료품을 구매할 방법은 기존 시장의 상식을 바꿔놓았다.

전통적으로 소비자들은 식료품을 직접 만지고, 보는 걸 선호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배달보다 매장에서 식료품을 확인할 수 있는 픽업 서비스가 더 인기를 끌고 있으나 주문은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있다.

아마존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다. 그러나 식료품에서는 월마트, 크로거 등 업체보다 뒤떨어져 있다. 이는 전염병으로 온라인 주문이 급증한 현재에도 다르지 않다. 분명 아마존은 쉽게 식료품을 주문하여 배달받을 수 있는 서비스이다. 단지 위에서 말한 것처럼 배달보다는 픽업이 선호되는 탓에 매장이 부족한 아마존이 경쟁사에 밀리는 것이다.

2017년, 아마존은 오프라인 식료품 체인인 홀푸드를 인수했다. 홀푸드는 아마존 식료품 사업의 중요한 거점이 되었고, 아마존도 월마트처럼 온라인 픽업을 도입하여 고객들이 홀푸드 매장을 방문하게 했다. 하지만 홀푸드 점포는 미국 전역에 약 500개 정도다. 반면, 월마트 점포는 약 4,700개이다. 온라인 주문의 접근성이 뛰어나더라도 픽업 지점의 분포 차이는 단시간에 좁힐 수 없으며, 아마존이 식료품 시장에서 고투하는 이유이다.

베인앤코(Bain & Co)의 소매 전문가인 스티브 케인(Steve Caine)은 ‘아마존은 게임에 늦었다.’라면서 ‘그들은 지금까지 식료품 사업을 해온 플레이어들을 이제 따라잡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글로벌데이터 리테일(GlobalData Retail)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의 약 68%가 앞으로 식료품 픽업 서비스를 더 많이 이용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전염병이 식료품의 온라인 픽업을 가속할 뿐만 아니라 종식 이후에도 유지될 수 있다는 걸 예상케 하는 데이터인데, 케인의 의견은 픽업으로 이동하는 식료품 시장을 현재 아마존 규모로는 쫓을 수 없고, 오히려 전자상거래에 빈약했던 곳들이 더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로 아마존은 두 가지 큰 쟁점을 떠안았다.

홀푸드

첫 번째는 ‘부족한 점포 수를 넘어서 픽업 시장에서 경쟁할 방법’이다. 당장 홀푸드 점포를 월마트만큼 늘리는 건 불가능하다. 늘렸을 때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느냐면 그렇지도 않다. 만약 전염병 종식 이후 오프라인 경쟁이 다시 시작된다면 늘린 홀푸드 점포는 온라인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월마트나 크로거와 경쟁하는 상황에 놓일 것이다. 오프라인 투자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건데, 그만큼 전체 사업의 리스크는 커지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없다.

그래서 아마존은 크게 두 갈래로 대응하고 있다. 하나는 ‘저렴한 식료품’이다. 전자상거래 분석업체 프로피테로(Profitero)의 보고서를 보면, 지난 3분기 아마존이 판매하는 식료품의 평균 가격이 2.3% 하락했다. 미국 내 식료품 유통 업체 중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다. 연구는 700개 이상 식료품 가격을 근거로 했으며, 같은 기간 월마트는 1.5% 가격을 내린 거로 나타났다. 반면, 타깃이 판매한 식료품은 3개월 동안 가격이 6.7% 상승했다.

이것은 아마존의 피와 살을 깎는 가격 전략인데, 지난 분기 홀푸드를 포함한 아마존의 오프라인 매장 매출이 10% 감소한 것이 근거다. 타깃이 매출 감소에 상품 가격을 올려서 실적을 방어한 것과 달리 아마존은 매출이 감소하는 데도 상품 가격을 낮추는 방법을 택했으니 말이다.

아마존은 전통적인 식료품 유통 강자들을 쫓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이제는 알고 있다. RBC 캐피털(RBC Capital)은 ‘아마존 식료품 판매량은 2023년까지 880억 달러이고, 판매하는 전체 상품 가치의 약 11%를 차지하겠지만, 월마트 예상 가치인 2,500억 달러의 약 3분의 1수준이다.’라고 전망했다. 그렇기에 고전적인 가격 경쟁을 들고나온 것이다.

분명 픽업 지점의 분포 차이는 따라잡을 수 없다. 그러나 픽업 지점이 겹치는 구역에서라도 고객들을 홀마트로 이끌면 양적 열세를 극복하고, 아마존은 궁극적인 목표인 온라인 식료품 배달에 더 근접할 수 있다.

홀푸드

그럼 가격 외 다르지 않은 픽업 서비스의 질적 우위는 어떻게 만회하려는 걸까? 바로 다른 갈래 중 하나인 ‘아마존 프라임 멤버십(Amazon Prime Membership)’이다. 지난달, 아마존은 아마존 프라임 가입자가 홀푸드 매장으로 식료품을 주문할 때 1시간 안에 준비되는 무료 픽업 옵션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1시간 무료 픽업 자격을 얻으려면 35달러 이상 식료품을 주문하면 된다.

CIRP(Consumer Intelligence Research Partners)의 통계를 보면, 지난 9월까지 미국 아마존 프라임 가입자는 1억 2,600만 명 규모이며, 3분기 아마존 소비자의 65%가 아마존 프라임 가입자로 조사되었다. 아마존 프라임이 식료품만을 위한 프로그램은 아니다. 하지만 CIRP의 자료는 아마존 소비자의 높은 아마존 프라임 의존을 방증한다.

월마트는 지난 9월에 연간 98달러의 멤버십인 월마트 플러스(Walmart Plus)를 출시했다. 다만, 전자상거래에서 아마존에 밀리는 월마트의 멤버십은 단기적으로 많은 고객을 확보하기 어렵다. 구독 경쟁에서 아마존이 앞서는 것인데, 1시간 무료 픽업 등 옵션을 배치함으로써 아마존 프라임 가입자가 홀푸드를 이용하게 권장할 뿐만 아니라 더 저렴한 식료품을 판매하는 거로 이탈을 짓누른다. 더군다나 아마존 프라임은 월마트 플러스보다 많은 혜택을 제공하면서도 연간 21달러밖에 비싸지 않다. 그건 저렴한 식료품으로 유인할 수 있는 수준의 금액이며, 물리적인 질적 차이를 만회할 방법으로 선택한듯하다.

아마존 프라임

두 번째는 ‘온라인 식료품 배달에서 아마존이 승리할 방법’이다. 아마존은 아마존 프라임이 식료품 경쟁에서 확실한 질적 우위를 가져올 거로 믿는다. 직접 만지고, 볼 수 없는 새로운 식료품 구매에 대한 소비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손실을 줄이면서 제공하기에 아마존 프라임만큼 구조적으로 편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마존은 식료품 픽업 경쟁으로 질적 우위를 강조하면서 왜 픽업이 아닌 배달이 필요한지 소비자들을 설득하고 있다.

최근 아마존은 ‘키 인 개러지 그로서리 딜리버리(Key In-Garage Grocery Delivery)’라는 차고 배달 프로그램을 확장하기로 했다. 이 서비스는 아마존 프라임 가입자들이 홀푸드나 아마존 프레시에서 주문한 식료품을 차고 안까지 배달하는 방법으로 시카고, 댈러스,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시애틀까지 총 5개 도시에서 시작한다.

지난 8월부터 아마존은 홀푸드 대신 ‘아마존 프레시 스토어(Amazon Fresh Store)’라는 오프라인 식료품 매장을 열고 있다. 아마존 고(Amazon Go)처럼 컴퓨터 비전 알고리즘과 센서 퓨전을 결합한 아마존 대시 카트(Amazon Dash Cart)를 이용하면 계산대를 건너뛰는 비접촉식 체크아웃 매장이며, 현재까지 미국 전역에 3개 점포를 열었다. 홀푸드에 비접촉식 기술을 도입하면 될 일처럼 보이지만, 홀푸드는 어떤 소비자나 이용할 수 있는 식료품점이다. 반면, 아마존 프레시 스토어는 아마존 프라임 가입자에게 당일 무료 배달과 픽업, 알렉사 지원을 통한 쇼핑 목록 관리 및 탐색 기능을 제공한다. 아마존의 온라인 경험을 최대한 오프라인으로 구현하고, 아마존 프라임 가입자에게만 열어둔 것이다.

아마존 프레시 스토어

아마존 프라임 가입자들은 전통적인 방법으로 아마존 프레시 스토어를 이용하거나 온라인으로 배달 주문하거나 어떤 방법으로도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 않으면서 오프라인 및 온라인에 대한 질적 우위를 경쟁 업체에 빼앗기지 않을 수 있다. 그걸 빼앗으려면 경쟁 업체들은 아마존 프라임에 준하는 혜택의 멤버십을 더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면서 식료품 가격도 낮춰야 한다. 거기다 아마존 대시 카트 같은 걸 도입하고 관리할 비용까지 부담하면서 옴니채널까지 구축하는 아마존이 홀푸드 점포를 늘리는 것처럼 큰 리스크를 짊어져야 한다.

아마존의 계획은 그나마 분포한 홀푸드를 아마존 프라임과의 연결로 질적 우위를 가지게 하고, 질적 우위를 바탕으로 키 인 개러지 그로서리 딜리버리와 같은 혜택을 통해 소비자들을 온라인 픽업에서 온라인 배달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드론 배송 서비스로 잘 알려진 프라임 에어(Prime Air)도 아마존 프라임으로 질적 우위를 차지하려는 아마존의 계획에서 중요하다. 지난 9월, 미국 아마존은 미국 연방항공청(FAA)으로부터 배송용 드론에 대한 운항 허가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알파벳과 UPS에 이어서 세 번째 허가이며, 프라임 에어를 발표한 지 7년 만의 성과이다. 코로나 19 확산으로 비대면 서비스가 성장함에 따라 FAA는 상업 드론에 대한 허가 방침을 확대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아마존은 프라임 에어를 꾸준히 준비했기에 FAA의 움직임에 쉽게 대응할 수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아마존이 드론 배송을 시작하게 되면 아마존 프라임 가입자가 대상인 혜택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크다.

프라임 에어

그리고 프라임 에어는 30분 배송을 실현하기 위한 프로그램인데, 실제 드론으로 거리당 배달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면 지금까지 아마존을 힘겹게 한 월마트나 크로거의 양적 우위가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적은 점포로도 드론이 넓은 범위를 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드론의 빠른 배달 시간은 소비자가 식료품을 받은 후 마음에 들지 않을 때 금방 반품/교환하는 방법도 될 수 있다. 직접 만지고, 보는 선호 방식을 물리적 거리를 극복하여 구현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두 가지 쟁점은 앞으로 아마존이 풀어낼 과제다. 계획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애초에 아마존은 온라인 식료품에서 지금처럼 고전하리라는 생각을 처음 사업에 뛰어든 2007년에는 알지 못했다. 당연하게 소비자들이 다른 상품처럼 식료품도 온라인으로 구매하고, 배달을 원할 거로 생각했다. 13년 동안 진척이 없었다는 걸 인정한 것과 경쟁 업체들이 온라인에 대응하는 방법을 확인한 것이 온라인 식료품 사업에 구체적인 계획을 아마존이 갖게 했다. 고투는 이어지겠으나 아마존은 괜찮은 계획을 세웠다. 식료품에서도 아마존이 웃을 수 있을지 지켜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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