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서비스에서 하드웨어, 하드웨어에서 서비스


아이팟이 성공한 원인은 무엇일까? 매력적인 디자인? 큰 용량? 초기에는 그랬다. 하지만 인터페이스가 파이어와이어였고, 맥 사용자의 음악 라이브러리를 밖으로 가져나가기 위한 수단이었다. 아이팟이라는 MP3P 브랜드를 구축하는 시기였다. 본격적으로 대중의 관심을 받게 된 건 4세대 이후로 윈도용 아이튠즈가 널리 사용되고, 아이튠즈 뮤직 스토어(iTMS)로 음원 판매가 증가하면서부터이다. 라이브러리를 동기화하는 방식 탓에 아이팟은 불편했다. 그런데도 사랑받는 MP3P였던 건 iTMS로 라이브러리를 만든 이용자에게 큰 방해가 되는 사용자 경험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애플이 더 범용적인 MP3P를 고려했다면 아이튠즈 라이브러리에 집착하지 않았을 거다. 결과적으로 iTMS는 이용자들이 꾸준히 아이팟을 사용하게 할 구속 장치이자 애플 뮤직이 주류가 된 현재도 꽤 많은 소비자가 아이팟을 찾게 하는 단초가 되었다.

그러나 애플이 서비스 부문에서 항상 우수했던 건 아니다. 오히려 서비스 역량이 약점으로 지적받기도 했었고, 하드웨어 탓에 서비스를 유지하는 거로 보기도 했다. 애플 제품을 쓰지 않는 사람이 아이클라우드를 사용할 명분이 있을까? 어째서 구글 드라이브나 드롭박스가 이전부터 존재했음에도 2014년이 되어서야 지원한 아이클라우드 드라이브에 많은 사람이 열광했을까? 애플 하드웨어를 쓰는 중에 아이클라우드를 사용하게 되고, 다른 서비스의 여부와 관계없이 사용 중인 아이클라우드에 기능을 지원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애플을 얘기할 때 항상 하드웨어를 우선할 수밖에 없다.

지난 1일, 애플 CFO 루카 마에스트리(Luca Maestri)는 ‘향후 실적 발표에서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의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하드웨어를 우선하는 회사가 하드웨어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거다. 가장 큰 이유는 ‘안 팔려서’이다. 정확히는 판매량이 낮은 건 아니나 성장세가 이전만큼 높지 않다는 거고, 정체한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 매출 비중

성장세가 꺾인 건 여러 원인이 있다. 그중에서도 가격이 너무 비싸다. 아이폰뿐만 아니라 아이패드, 맥까지 업데이트 항목에 가격이 포함된 것처럼 높아졌다. 가격이 높은 이유를 헤아리자면, 제품 교체 주기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스마트폰 시장 성장률은 1.3% 감소했다. 5년 동안 평균 16% 성장한 시장이 마침내 역성장에 들어선 것이다. PC와 태블릿은 말할 것도 없다. 긴 교체 주기 탓에 판매량이 줄어드는 만큼 1대를 팔아도 더 많은 이익을 남겨야 매출 추이를 유지할 테니 비난을 감수하는 거다.

물론 비난을 감수할 실리가 있어야 한다. 애플의 서비스 부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 증가했다. 서비스 이용자가 늘었다는 얘기이다. 즉, 판매량이 줄더라도 높은 가격으로 매출 추이를 유지할 수 있다는 걸 서비스 부문 성장이 간접적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하드웨어 판매가 이뤄지지 않으면, 서비스 부문 성장도 없을 테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더는 하드웨어 판매량을 공개할 필요가 없다는 게 애플이다.

궁금하지 않은 건 아니므로 분석가들은 판매량을 추적하겠으나 애플로서는 서비스 부문 성장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하드웨어 매출 비중이 꺾이지 않았다는 것만 증명하더라도 건재하다는 걸 보여줄 수 있다. 어차피 줄어드는 하드웨어 판매량을 공개해봐야 우려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는 건 애플은 서비스 부문 성장을 지속할 수 있어야 한다. 하드웨어 판매량이 아니라 서비스 매출이 핵심 지표가 되었다는 의미이다.

애플 뮤직

모건 스탠리의 분석가 케이티 허버티(Katy Huberty)는 ‘애플의 서비스 부문 성장률은 전체적으로 연간 20%를 유지할 것’이라면서 ‘2023년이면 1,100억 달러 매출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8 회계 연도에 애플은 미국에서만 1,120억 달러 규모의 아이폰을 판매했다. 글로벌 규모로 생각하면, 그래도 전체 애플 비즈니스에서 하드웨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높을 거다. 단지 위에서 말한 것처럼 서비스 부문 성장을 유지할 수 있다면, 하드웨어 매출을 대변할 수 있고, 무엇보다 분기마다 판매량이 들쑥날쑥한 하드웨어 판매와 달리 월 구독 모델이 중심인 서비스 사업은 매 분기 상승 곡선을 그릴 수 있어서 예측에 긍정적인 속성이다. 서비스 매출에 따라서 신제품의 성과도 기대할 수 있으니 말이다.

서비스 범주에는 애플 뮤직을 비롯하여 애플 케어, 애플 페이, 아이클라우드, 앱스토어와 라이센스 매출이 포함된다. 그리고 애플은 내년을 목표로 넷플릭스와 같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죄다 애플 하드웨어를 사용할 때 빛을 볼 수 있는 항목들이며, 애플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는 약 7,500만 구독자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집계된 넷플릭스의 구독자가 1억 3,700만 명으로 애플은 넷플릭스 다음의 2위 스트리밍 서비스가 될 수 있으며, 비슷하게 내년 하반기에 출시될 디즈니의 스트리밍 서비스인 디즈니+의 예상 구독자가 4,500만 명 수준이므로 무시하기 힘든 규모이다.

보통 각각 서비스가 업체별로 분리된 것과 달리 애플은 애플 뮤직이 스포티파이에 밀리더라도, 동영상 스트리밍이 넷플릭스, 결제 부문이 페이팔과 스퀘어, 아이클라우드가 구글 드라이브나 드롭박스에 미치지 못해도 하드웨어 기반으로 한꺼번에 뭉쳐있다. 그리고 뭉친 서비스를 이용하게 함으로써 교체 주기와 관계없이 언젠가는 하드웨어 매출로 전환할 수 있으니 경쟁 측면에서 어느 정도 따로 놀고 있는 셈이다. 마치 아이팟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애플 페이

하드웨어가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다. 가격을 제외하면 여전히 애플의 하드웨어 제품은 잘 만들었다. 다만, 상기한 것처럼 서비스 매출이 핵심 지표로 전환되었기에 서비스 부문 성장이 더디다면 하드웨어 성과가 낮다고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므로 판단할 지점이 바뀐 것이다. 최근 애플의 행보만 하더라도 지점을 바꾸려는 모습이다. 올해 10월, 애플은 음악 검색 앱인 샤잠을 인수했고, 지난달에는 음악 분석 업체인 아사이를 인수했다. 그리고 유명 라디오 서비스인 아이하트미디어를 인수하기 위한 협상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앱스토어도 없던 오리지널 아이폰이 그럭저럭 판매될 수 있었던 건 아이팟부터 다진 아이튠즈 라이브러리 생태계가 큰 역할을 했다. 지금에야 필요가 없어졌지만, 그렇게 성공한 아이폰을 기반으로 애플은 확장한 서비스 사업을 준비하고 있으니 시선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건 애플이 다음 하드웨어를 준비하고 있다는 거고, 서비스 부문은 그동안 발생할 수 있는 성장 지체에 대한 나름의 방책이라는 데에 있다. 모건스탠리는 서비스 부문만으로도 애플이 성장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으며, 목표 주가를 253달러로 설정했다.

사실 애플이 서비스에 집중한다는 전초는 재작년부터 있었기 때문에 그리 놀라운 얘깃거리는 아니다. 하드웨어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전초에 대한 공식적인 애플의 성명이 있었으므로 이제 무엇을 더 중요하게 볼 필요가 있는지 명확해졌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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