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TV+에 증강현실을 추가하는 이유

오힘찬(Himchan)
맥갤러리
Published in
7 min readAug 2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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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애플은 자체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애플 TV+(Apple TV+)’를 출시했다. 스티븐 스필버그, J.J. 에이브럼스, 오프라 윈프리 등 세계적인 콘텐츠 제작자들이 참여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유통하는 채널로서 월 4.99달러에 제공한다. 애플판 넷플릭스라고 할 수 있다.

애플 TV+의 특징은 애플의 오리지널 콘텐츠만 유통한다는 점, 새로운 애플 기기를 구매한 소비자에게 1년 무료로 제공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넷플릭스나 훌루 등 경쟁 OTT 서비스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 서비스만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애플 기기 사용자들이 보조적으로 콘텐츠를 추가하여 저렴한 가격에 소비할 수 있게 한 포지셔닝이다. 그래서 치열한 위치에서는 벗어나 있다.

그러나 서비스가 늘어난다고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간이 증가하는 건 아니어서 콘텐츠 경쟁력에 허술할 수는 없었다. 콘텐츠에 관한 고민을 지속하고, 차별점을 찾아야 한다는 거다. 그런 점에서 증강현실(AR)은 흥미로운 선택일 수 있다.

애플 TV+

26일(현지 시간), 블룸버그는 애플이 내년에 애플 TV+에 AR 콘텐츠를 추가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추가하는 AR 콘텐츠는 프로그램에서 나타나는 캐릭터나 물체가 될 수 있으며, 아이폰과 아이패드 앱을 통하여 현실에 중첩될 거로 예상한다.

애플 TV+는 동영상 플랫폼이기에 AR이 의아할 수 있지만, 넷플릭스도 시청자가 선택하는 방식에 따라서 다른 이야기와 엔딩으로 이어지는 상호작용 콘텐츠를 내놓고 있다. 콘텐츠 차별화를 위한 시도이고, 애플은 AR을 차별 방법으로 선택한 모양이다. AR 개발 플랫폼인 AR킷(AR Kit)을 개발하며, 아이폰과 아이패드도 훌륭한 AR 기기이므로 어색하지는 않다.

다만, AR이 애플 TV+의 주류 콘텐츠가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크다고 말할 수 없다. 앞서 설명한 넷플릭스의 상호작용 콘텐츠도 비주류이다. 소비자들이 서비스에 기대하는 건 상호작용이 아니라 동영상 콘텐츠의 본질적인 품질이기 때문이다. 넷플릭스가 게임 플랫폼은 아니니 말이다. 마찬가지로 애플 TV+는 AR을 유통하기 위한 플랫폼이 아니다. 일시적인 관심은 끌 수 있겠지만, 주류가 되긴 어렵고, 심지어 구독자들만 즐길 수 있기에 AR 콘텐츠에 대한 공격적인 행보로 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는 건 애플 TV+에 AR을 보태어 거들어야 할 이유가 있다는 의미이다.

iOS AR

먼저 애플 TV+는 곧 출시 1주년을 맞이한다. 애플 기기를 구매하면 1년 무료였기에 당시 아이폰 11을 구매한 많은 소비자가 애플 TV+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는데, 고로 애플 TV+의 1년짜리 구독이 만료되는 첫 시점이 되었다는 거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애플 TV+ 이용자는 약 3,300만 명이며, 유료 이용자는 거의 없다. 대부분 애플 기기를 구매하면서 구독자가 되었으니 다시 애플 기기를 구매하지 않는 한 구독 갱신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물론 AR 콘텐츠가 구독 갱신을 위한 확실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AR 콘텐츠를 즐기려고 애플 TV+를 이용하려는 건 아닐 테니까. 하지만 올해도 많은 소비자가 새로운 애플 기기를 구매할 테고, 이들은 1년 동안 무료로 애플 TV+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이미 구독 중이었던 소비자가 애플 TV+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려면 이미 소비한 것 외 다른 콘텐츠가 필요하다. 신규 구독자는 애플 TV+ 자체가 새로운 경험이며, 거기에 기존 구독자도 새로울 AR이 포함된다. 추가되는 신작과 AR 경험이 신규 구독자들 사이에서 좋은 평가가 이어진다면, 기존 구독자로서는 동영상에 대한 기대만 아니라 AR 경험까지 비용으로 고려하기 때문에 구독을 갱신하더라도 식상한 서비스가 아니라는 인식을 줄 수 있다. 쉽게 말하면, 기존 3,300만 명이 새로운 3,300만 명으로 교체되고, 두 그룹 간 애플 TV+에 대한 경험의 차이가 생기기에 기존 고객이 새로운 그룹의 경험을 이행하고자 갱신할 여지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애플 TV+에서만 이용할 수 있는 유료 팟캐스트도 준비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애플 TV+의 가장 큰 강점은 저렴한 가격이다. 낮은 가격에도 계속해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걸 소비자가 판단한다면 구독에 지속 가능성을 부여하게 되므로 첫 번째 대규모 구독 만료를 맞이할 애플로서는 시도해볼 가치가 있다.

아이패드 LiDAR 스캐너

두 번째 이유는 AR 콘텐츠의 실험이다. 뜬소문으로 애플은 머리에 착용하는 AR 헤드셋을 개발 중인 거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2022년에 애플이 AR 헤드셋을 출시하고, 2023년에는 휴대할 수 있는 AR 안경을 내놓으리라 예상했다. 하드웨어 출시 전 애플이 해내야 하는 건 AR이 충분히 가치가 있고, 전용 하드웨어의 도움이 있다면 훨씬 만족스러운 AR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시장의 인식이다.

현재는 AR킷으로 서드파티 개발자들이 AR 앱을 개발하게 하고 있으나 하드웨어의 한계로 AR 경험이 통용되는 시장은 아니다. 그러므로 AR 콘텐츠만 선보일 전용 서비스를 내놓더라도 AR 자체에 대한 관심이 무딘 탓에 명확한 시장 반응을 얻긴 어려울 것이다.

애플 TV+는 이미 독자적인 콘텐츠 유통 플랫폼이며, 일정한 범위의 구독자만 이용할 수 있다. 그리고 오늘날 주류인 동영상 콘텐츠가 함께 제공되기에 AR 콘텐츠에 대한 관심은 고스란히 다른 동영상 콘텐츠와도 비교될 테고, 콘텐츠 품질로 소비자들의 반응을 끌어내야 한다. 만약 일반적인 동영상보다 AR 콘텐츠가 마음이 든다면 애플 TV+를 이용하는 시간 중 더 많은 시간을 AR 콘텐츠에 체류할 것이다. AR 콘텐츠가 일반적인 동영상처럼 60~120분 사이의 분량은 아니어도 전체 구독자 중 AR 콘텐츠를 이용한 비중, 이용했을 때의 상호작용 방식, 이용 후 평가만 수집할 수 있어도 충분하다. 결과적으로 AR 하드웨어를 출시했을 때의 콘텐츠 사업에 대한 접근법을 고민하게 할 밑거름이 될 시도이다.

iOS AR

세 번째는 AR의 구독 모델이다. 애플은 전체 서비스를 구독 모델로 옮기고 있다. 과거 앱 시장이 무료이거나 인앱결제로 기능을 추가하고, 처음부터 유료로 구매하는 방식이었다면, 현재는 구독하는 계정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렇다는 건 AR 하드웨어를 준비하는 애플로서는 향후 AR 앱을 유통할 방법으로 구독 모델을 제시할 가능성이 크고, 구독으로 AR을 유통할 때의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AR 앱과 콘텐츠의 종류마다 다른 방식으로 유통할 수도 있고, 또는 한꺼번에 묶어서 판매할 수도 있다. AR의 범위가 넓기 때문에 분류하여 유통 경로를 명확히 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고, 애플로서도 유통을 차근히 준비해야 한다.

앞서 애플은 측정 앱 등에 AR 기능을 도입하긴 했지만, 동영상 등 멀티미디어와 경쟁할 AR 콘텐츠를 시도한 적은 없다. 애플 TV+는 애플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유통하는 중요한 채널이 되었으며, 구독 모델이다. AR 콘텐츠를 추가했을 때 콘텐츠의 가능성만 아니라 구독 모델로 제공하기에 적합한지 파악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본래 애플은 이 기능을 올해 출시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 19 탓에 내년으로 미뤄졌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아마 1주년이 마무리되기 전에 내놓아서 구독 갱신을 유도하려 한 거로 보인다. AR 콘텐츠의 품질이 가장 중요하다는 건 바뀌지 않을 테니 약간의 시기적 차이는 큰 의미가 없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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