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 드리즐리 인수는 새로운 지점이다

오힘찬(Himchan)
맥갤러리
Published in
6 min readFeb 5,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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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버는 두 가지 큰 행보를 보였다. 하나는 ‘포스트메이츠 인수’이다. 26억 5,000만 달러에 온라인 음식 배달 서비스인 포스트메이츠를 인수했고, 자사 음식 배달 앱인 우버 이츠(Uber Eats)와 함께 운영 중이다. 이로써 우버는 미국 온라인 음식 배달 점유율에서 약 37%로 2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다른 하나는 ‘자율 주행 사업 매각’이다. 우버는 자율 주행 사업부인 우버첨단기술그룹(ATG)을 오로라(Aurora)에 매각했다. 수년 동안 투자한 분야였으나 수익성 강화를 위해서 직접 로보택시(Robotaxi)를 개발하는 계획을 종료했으며, 라이드헤일링과 음식 배달에서 수익을 증명하기로 했다.

이런 노력이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지려면 최소한 내년까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자율 주행을 잃은 우버의 라이드헤일링은 경쟁사와 비교할 차별점이 줄었다. 산업의 성장에 기댈 사업이 되었다는 거다. 또한, 포스트메이츠 인수로 점유율 2위가 되었으나 1위는 45%인 도어대시다. 사업을 집중하지 못한 우버와 달리 도어대시는 작년 3분기 267.78%의 수익 상승을 보였다. 반면, 같은 기간 우버의 수익은 17.94% 하락했다. 각 사업이 우버만의 장점으로 성장한다는 증명은 짧은 시간에 달성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우버는 어떤 차별화와 주도적 성장을 보여줄까? 최근 인수한 회사가 실마리일 수 있다.

우버

우버는 온라인 주류 배달 업체인 드리즐리(Drizly)를 11억 달러에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인수는 상반기에 마무리될 예정이며, 완료 후 기존 드리즐리 앱을 유지하면서 우버이츠에서도 주류 주문이 가능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드리즐리는 2012년 설립된 회사로 미국 주류 배달 점유율 1위이다. 주류를 판매하는 소매업체와 제휴하여 미국 전역에서 1시간 안에 주문한 술을 배달한다. 배달 항목이 음식에서 주류로 바뀐 거로 이해할 수 있다.

우버의 CEO 다라 코스로샤히(Dara Khosrowshahi)는 ‘전염병이 대유행하는 동안 배달 산업은 엄청난 속도로 성장했다.’라면서 ‘우버의 목표는 사람들의 삶이 조금 더 수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며, 음식 및 약물 처방에 이어서 이제 술을 배달한다.’라고 말했다.

실제 2020년 드리즐리의 지난해에만 300% 성장했다. 코로나 19 탓에 오프라인 소매점을 이용하지 못하자 술을 구하기 위해서 드리즐리 사용이 증가해서다. 하지만 가파른 성장과 달리 미국에서의 주류 배달은 매우 작은 시장이다. 전체 미국인의 약 10%만이 온라인으로 주류를 구매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데, 식료품은 그보다 2배 이상 높다. 거대 온라인 유통 회사인 아마존이 식료품보다도 고전하는 분야가 술이다.

드리즐리

원인은 주마다 다른 주류법과 주류 유통에 대한 엄격함이다. 기본적으로 제조사가 만든 술을 소매업체가 사들이고, 허가를 받은 소매업체만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구조이다. 즉, 제조사가 직접 술을 온라인에서 판매할 수 없다. 여기에 주마다 다른 주류법이 더해져서 온라인 업체가 주류를 유통하기 까다롭다. 실제 재작년 구독형 주류 서비스가 유행할 때 주마다 다른 규정에 온라인 배송을 포기하여 픽업으로 대체하거나 일부 지역으로 제한하는 사례가 증가했었다. 사업 준비가 부실했던 탓이다.

드리즐리는 처음부터 직접 유통하는 게 아닌 소매점을 통하는 방법을 택했다. 대신 소매점으로서도 제휴할 이점이 있어야 했기에 1시간 이내 배달하는 속도를 강조했고, 식료품에서 1시간 배송은 여전히 실험의 단계지만, 주류에서는 일반적인 시간으로 소비자들을 인식시켰다. 그런 탓에 구독형이 아닌 이상 주류에서 배달이 1시간 이상 넘게 걸리는 서비스는 모조리 경쟁력을 잃게 되었다. 남은 건 점유율을 늘릴 방법이다.

2015년부터 주류 배달을 시작한 아마존은 왜 점유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없었을까? 아마존도 드리즐리처럼 1~2시간 사이 빠르게 배송했는데, 속도가 장점인 건 맞지만, 장기간 보관할 계획이라면 꼭 빠를 필요는 없다. 당장 술이 필요한 사람에게만 적합하다. 하지만 대부분 아마존 소비자는 긴 시간 상품들을 비교하여 구매하는 데에 익숙하고, 실제 비슷한 시기에 출시한 음식 배달 서비스인 아마존 레스토랑(Amazon Restaurants)은 같은 이유로 2019년 서비스를 종료했다. 아마존의 핵심 수요에 걸맞지 않았던 것이다. 고로 당장 술이 필요한 사람들을 모을 수 있다면 1시간 주류 배달은 지금보다 더 빠르게 성장할 거로 예상할 수 있다.

드리즐리

그런 점에서 드리즐리와 우버 이츠의 통합은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우버 이츠는 당장 식사하길 원하는 소비자들이 음식을 주문하는 플랫폼이고, 길어야 1시간 안에 배달이 이뤄지길 바란다. 그러나 주류 배달은 허용되지 않았는데, 이제 드리즐리를 통해서 소비자들은 배달할 음식과 어울리는 술을 우버 이츠 앱에서 함께 주문하게 될 것이다.

물론 우버만의 영역은 아니다. 도어대시는 앞선 2016년부터 음식과 함께 주류 배달을 시작했다. 다만, 성장 속도에서 드리즐리에 밀리는 모습이었고, 정확히는 점유율 상위 업체에 포함되지 못했다. 부가 서비스의 일종으로 비주류에 구분되었기 때문이다. 반면, 드리즐리는 가파른 성장과 선진입으로 넓은 소매 제휴를 유지한다. 우버는 단숨에 주류 배달에서 도어대시를 따돌리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 IBIS 월드에 따르면, 많은 업체가 뛰어들었음에도 온라인 주류 판매는 전체 주류 판매의 1.8%에 불과하다. 이 틈새시장에서 우버가 드리즐리로 주류 수요를 확보할 수 있다면 차별적인 성장과 함께 우버 이츠의 점유율도 늘릴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우버에 새로운 지점이다. 우버는 자율 주행 자동차 개발에 25억 달러 이상 쏟아부었다. 성장과 수익이 보이는 우버이츠에 대한 투자를 외면하고, 향후 자율 주행에 더 큰 미래 가치가 있다고 본 것이다. 최대한 점유율을 늘리고자 소규모 배달 서비스를 공격적으로 인수한 도어대시와는 달랐다.

포스트메이츠 인수는 이제라도 수익성이 확실한 우버 이츠에 투자하겠다는 신호였다. 그리고 단숨에 도어대시의 점유율을 턱밑까지 따라잡았다. 그리고 드리즐리를 인수하면서 점유율만 아니라 차별화로 성장 사업을 주도하겠다는 투자 방향을 확실히 전했다.

라이드헤일링에서도 이런 행보를 보일지 두고 볼 일이지만, 어쨌든 이제 우버는 이전에 우리가 알고 있던 회사가 아니다. 그게 더 나은 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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