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5는 인간의 욕망을 넘어설 수 있을까?

오힘찬(Himchan)
맥갤러리
Published in
8 min readDec 6, 2022

*들어가기에 앞서
오랜만에 글로 인사를 드립니다. 그동안 외부 기고는 꾸준히 진행했었지만, 일터에서 맡은 미션에 최대한 집중하면서 맥갤러리를 거의 놓아둔 상태였었습니다. 그러던 중 최근 1년 4개월간의 미션 여정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여정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놓아두었던 맥갤러리를 재개하는 목표를 함께 세우게 되었습니다. 한동안은 불규칙하게 발행하겠지만, 최대한 정기적으로 발행할 수 있게 계획하고자 합니다. 기다려주신 모든 구독자분께 감사합니다.

지난 6월, 블록(Block)의 자회사이자 트위터 창립자 잭 도시(Jack Dorsey)가 이끄는 TBD는 ‘웹5(Web5)’라는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진정한 탈중앙화를 실현한다는 것이 목표이다. 여기서부터 이상함을 느껴야 한다. ‘한참 탈중앙화의 미래로 언급된 웹3도 실현되지 않았는데, 웹5라는 건 도대체 무엇인가?’라고 말이다.

웹5

먼저 웹5의 정체부터 얘기하자. TBD에 따르면, 웹5는 ‘분산된 웹 플랫폼’이다. 오늘날 웹은 정보를 주고받는 방식을 민주화했지만, 수백 개의 계정과 비밀번호로 개인 데이터를 보호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으며, 신원과 개인 데이터는 제3자의 재산이 되었기 때문에 데이터 소유권과 신원을 개인에게 반환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TBD는 설명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웹3와 구분하기 어렵다. 도시의 의중을 첨가해야 한다.

작년 12월에 도시는 트위터를 통해 ‘웹3는 VC와 LP의 소유이며, 그들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날 수 없는 개념’이라면서 ‘이름만 다를 뿐 궁극적으로는 중앙집권적 실체와 다를 바 없다.’라고 말했다. 데이터 집중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웹3에 자본이 증가할수록 자본을 회수하려는 경향도 강해지기 때문에 구조를 통제하려 할 것이고, 일부 부자들이 구조를 점거한 순간 탈중앙적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웹3에서 대한 회의감은 최고조이다. 토큰을 이용해서 탈중앙화를 실현하겠다던 온갖 프로젝트들의 상황이 좋지만 않은 탓이다. 메타는 2019년 설립한 암호화폐 컨소시엄인 디엠(Diem)을 올해 초 실버게이트(Silvergate)에 매각했다. 지난 5월에는 스테이블 코인인 루나(LUNA)의 가치 폭락, 지난달에는 세계 3위 암호화폐 거래소인 FTX 파산했고, 그 여파로 웹3 스타트업인 네스트코인(Nestcoin)은 30여 명의 직원을 해고하기도 했다. 모든 웹3 프로젝트가 무너진 건 아니지만, 굵직한 사건들이 악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대부분 토큰 이코노미를 유지하기 위한 자본으로부터 비롯되었다.

웹5

도시는 결론을 내렸다. 마케팅 용어로 전락한 웹3 대신에 완전히 분리된 새로운 것이 필요하다고 말이다. 그게 웹5다.

웹4가 아닌 웹5인 이유는 간단하다. 웹2와 웹3의 개념을 합치겠다는 의미이다. 그러니 이름은 중요하지 않다. 얼핏 웹3를 부정하면서 웹5로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도 않다. TBD는 아래와 같은 예를 들었다.

‘밥은 음악 애호가이며, 개인 데이터를 단일 공급업체에 보관하는 것을 싫어합니다. 그것은 그가 여러 음원 앱에 자신의 재생 목록과 노래를 반복적으로 저장해야 한다. 그러나 밥이 분산된 웹 노드에 데이터를 보관하면 액세스 권한만 부여하여 여러 음악 앱을 사용하더라도 개인화된 음악 경험을 받을 수 있다.’

이는 아래 그림과 같다.

웹5

이로써 밥의 데이터는 특정 공급 업체만 가질 수 없고, 서비스를 옮길 때마다 새로운 ID와 비밀번호를 생성하지 않아도 된다. 이를 ‘DWP(Decentralized Web Platform)’라고 부른다. DWP는 분산 신원증명(Decentralized Identifier, DID)과 분산 웹 노드(Decentralized Web Node, DWN)로 이뤄지며, 개발자들은 DWP로 식별, DWN에서 데이터를 불러오는 DWA(Decentralized Web App)을 개발할 수 있다.

즉, 웹에서 정보를 공유하는 활동은 웹2, 활동을 위해 신원과 데이터를 탈중앙화하는 것은 웹3, 이 둘을 합쳐서 웹5인 것이다. 물론 탈중앙화 개념만 보면 웹3나 웹5나 다를 바 없다. 그래서 TBD는 웹5에 2가지 특징을 더 포함했다.

웹5는 토큰이 필요하지 않다. 비트코인 위에서 작동한다. 비트코인은 느린 처리 속도가 문제였지만, 라이트닝 네트워크(Lightning Network)가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으며, 최근 블록은 자사 송금앱인 캐시앱(Cashapp)에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통한 비트코인 거래를 본격적으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다른 하나는 클라우드를 벗어나는 것이다. 웹3는 여전히 클라우드에 있다. 디엠을 내세웠던 메타도 사용자 데이터를 자사 클라우드에 집중하길 원했고, 구글 클라우드 부사장 아밋 자베리(Amit Zavery)는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 ‘웹3 개발자들이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을 가장 선호하게 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말했다. 빅테크를 떠난 탈중앙화과 웹3의 목표였지만, 실상 빅테크의 클라우드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웹5는 클라우드에 의존하지 않을 계획이다.

웹5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드는 건 이상하지 않다. 클라우드가 있었기에 웹 생태계가 과거보다 훨씬 폭발적인 속도로 커질 수 있었다. 이 속도는 아직도 빨라지고 있다. 시스템만 거대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 이 생태계를 블록체인 노드로 온전히 이행하는 것이 가능할까? 수십 년이 걸려도 가능하다는 전제를 세워도 심각한 과도기를 맞이할 테고, 그동안 수백억 개의 ID와 비밀번호, 가늠하기 어려운 규모의 데이터는 계속 클라우드에 의존할 거다. 이걸 뒤집으려면 기존 생태계에 맞먹는 리소스가 웹5에 고스란히 필요하다. 오히려 이런 리소스를 충당하고, 과도기를 줄이기 위해서 웹3가 토큰과 클라우드를 최대한 이용하는 것이며, 루나 사태, FTX 파산 등 사건이 부작용으로 나타났을 뿐이다.

단지 도시는 이런 모든 부분이 진정한 탈중앙화로 가는 데에 걸림돌이 되는 일종의 합리화, 순수하지 못한 시도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비즈니스 관점으로 보면 이해하기 힘들 정도의 집착이다. 모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지난 10월 도시가 참여한 탈중앙 소셜 미디어 ‘블루스카이 소셜’(Bluesky Social)’이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앞서 도시는 일론 머스크와의 메시지에서 ‘트위터가 아닌 새로운 플랫폼이 필요하다.’라면서 ‘트위터가 광고에 의존한 소셜 미디어가 아닌 오픈소스 프로토콜로 운영되었어야 했으며, 회사로 만든 것이 나의 죄다.’라고 말했는데, 블루스카이 소셜이 바로 그 새로운 플랫폼인 셈이다. 그런데 트위터가 상업적으로 성공하지 않았다면 블루스카이 소셜은 존재할 수 있었을까?

얼마 전에는 TBD가 웹5를 상표 등록하려는 계획을 밝혔다가 커뮤니티의 반대로 철회한 일도 있었다. 웹5가 웹3처럼 의도대로 사용되지 않을 염려를 상표화로 방지하겠다는 건데, 탈중앙화 웹을 표방하면서 그 용어를 사용하려면 TBD의 허락이 필요하다는 아이러니를 순수하게 철학적으로 인정해주길 바라는 것도 욕망의 한 종류가 아닐까?

블루스카이

도시의 의도가 불순하다거나 웹5가 허무맹랑하다고 얘기하고 싶은 게 아니다. 새로운 웹과 인터넷의 본질에 가까운 탈중앙화의 실현하겠다는 의지는 존경하고 본받을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의지를 방해하는 외부 요소와 시장에 모인 욕망을 차단하려는 모습이 이독제독처럼 보이고, 모든 걸 제어하려는 시도가 웹3의 부작용을 낳은 원인과 다르지 않게 느껴진다.

스마트 토큰 랩(Smart Token Labs)의 빅터 장(Victor Zhang)은 ‘웹5는 새로운 개념이 아니며, 웹2.5과 다를 바 없는 애플리케이션 중심의 프레임워크이다.’라고 말했고, 코인쉐어스(CoinShares)의 멜템 디미러스(Meltem Demirors)는 웹5를 설명하는 문서가 구글 문서로 공유되었다면서 ‘구글 문서에 있는 분산된 웹5는 내가 최근 본 것 중 최고의 트롤링’이라고 비판했다. 웹5도 웹3와 다르지 않은 과도기이고, 진영론 관점을 벗어나지 못한 개념이라는 걸 위 반응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웹3 또는 웹5라는 용어가 중요한 건 아니다. 추구하는 목표는 같으니 말이다. 그러나 비즈니스 관점에서 사회적 이해관계를 리소스로 전환한 웹3와 달리 웹5는 비즈니스 논리를 배제하고 사상과 이념으로 리소스를 채우길 원한다. 왜냐면 그 목표라는 것은 완전히 탈중앙화된 웹이고, 목표에 도달한 세상이 오더라도 중앙이 존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앙이 존재할 수 없도록 이데올로기로 제어해야 한다는 게 웹3에 반영된 욕망과 무엇이 다른 것인지 필자는 아직 이해하지 못했다.

본질적으로 완전히 탈중앙화된 웹이라는 것이 인간의 욕망을 벗어나서 존재할 수 있는가? 웹5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다면 완전히 새로운 웹을 꿈꾸는 것도 곧 다가올 미래로서 경외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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