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도시, 트위터 CEO에서 물러날 수 있다

오힘찬(Himchan)
맥갤러리
Published in
6 min readMar 6,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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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공동 창립자인 잭 도시(Jack Dorsey)는 2009년 모바일 결제 회사인 스퀘어를 설립하고, CEO를 맡았다. 2011년 딕 코스톨로(Dick Costolo)가 트위터 CEO가 된 후 회장이 되었지만, 2015년 코스톨로가 경영 비판으로 CEO에서 물러나자 임시 CEO를 맡았다. 스퀘어와 함께 경영한다는 우려가 있었으나 취임 5개월 뒤에 정식 CEO가 되면서 지금까지 두 기업의 CEO로 활동하고 있다.

오전에는 트위터, 오후에는 스퀘어 업무를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기에는 스퀘어 투자자로부터 겸직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빠르게 성장해야 하는 스퀘어에 대신 침몰하는 트위터에 시간을 뺏긴다는 거였다. 그러나 같은 시기 스퀘어는 성장했고, 트위터도 회복세를 보이면서 도시의 경영 능력이 돋보이자 불만은 줄었다.

그렇게 두 기업의 CEO로 4년을 해왔는데, 최근 트위터 투자자의 불만이 이전 스퀘어 투자자의 불만 수준으로 커졌다.

트위터 HQ

헤지 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트위터에 10억 달러 이상 투자했다. 창립자 폴 싱어(Paul Singer)는 공격적인 행동주의 투자자로 알려져 있으며, 기업사냥꾼으로도 불린다. 싱어는 ‘도시는 두 기업 CEO라는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다.’라면서 ‘트위터는 이직률이 높고, 페이스북과 같은 다른 소셜 미디어처럼 수익을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미 신임 이사 4명을 지명한 상태이며, 도시의 트위터 지분이 2%인 것에 반해 엘리엇의 지분은 4% 수준으로 CEO가 교체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많다.

엘리엇이 불만을 가지는 큰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스퀘어’다. 오전은 트위터, 오후는 스퀘어에 업무를 한다고 했지만, 작년 도시는 트위터 사무실에 주기적으로 방문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한, 11월에는 아프리카에 방문하여 나이지리아 등에서 암호화폐 기업가들과 만났다. 스퀘어는 암호화폐 거래로 괜찮은 성과를 내고 있다. 작년 4분기 매출의 절반은 암호화폐 거래에서 나왔다. 아프리카에서 돌아온 도시는 올해 6개월 정도 아프리카에서 거주할 계획이라고도 말했는데, 스퀘어 투자자들은 긍정적인 반응이었으나 트위터 투자자들은 아프리카로 떠난 6개월 동안 트위터 운영을 누가할 것인지, 올해 계획은 무엇인지, 어떤 것도 밝히지 않았다.

그런 탓에 트위터 내부에서는 도시 대신 CEO 역할을 맡을 대리인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지난해 초부터 있었다. 도시가 트위터에서 떠날지도 모르니 미리 승계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는 거다. 도시가 그럴 의사를 보이지 않았다는 게 문제였지만 말이다. 그래서 엘리엇은 도시를 끌어내리고 교체하는 방안을 얘기한 것이다.

잭 도시

두 번째는 ‘소셜 미디어 시장’이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트위터는 좋은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과거보다 트위터의 역할이나 목표가 뚜렷해진 건 도시가 해낸 일이다. 다만, 점점 선두에서 밀리고 있다는 게 우려다. 트위터의 일일활성이용자수(DAU)는 약 1억 4,500만 명이다. 트위터 뒤를 이어 인기를 얻은 스냅챗의 DAU는 2억 명 정도다. 선두였던 트위터가 후발주자에 따라잡힌 것이다. 심지어 스냅챗은 올해 흑자 전환할 계획이다.

그뿐인가? 2016년 서비스를 시작한 바이트댄스의 소셜 미디어인 틱톡의 DAU는 5억 명, 작년 IPO로 뉴욕증시에 입성한 핀터레스트는 2억 명가량이다. 한때 페이스북 다음의 소셜 미디어로 불린 트위터의 지위가 떠오르지 않을 만큼 밀려난 상황이다. 스냅챗이 폐쇄적인 연결, 틱톡이 짧은 동영상, 핀터레스트가 관심사와 검색에 초점을 두고 있고, 페이스북도 과거와 달리 프로필보다는 콘텐츠 소비에 중점을 두고 있어서 개인 프로필 중심의 소셜 미디어 중 가장 영향력 있는 건 여전히 트위터가 맞다. 단지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는 데다가 이용자 증가가 둔화하여 광고 점유율이 잠식당하는 걸 막을 특성이 아니고, 도시를 이런 한계를 해결하지 못했다.

쟁점은 과연 도시를 물리고, 새로운 인물을 CEO로 교체했을 때 트위터가 제대로 성장할 수 있느냐는 거다. 코스톨로는 몇 번의 창업 및 경영 경험으로 구글에서 트위터의 COO로 합류한 뒤 트위터 공동창립자인 에반 윌리엄스(Evan Williams)가 육아 휴직으로 자리를 비웠을 때 임시 CEO를 맡았고, 곧 정식 CEO가 되었다. 그는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트위터가 IPO에 성공적일 수 있도록 도왔다. 그때만 하더라도 페이스북은 실패한 IPO, 트위터는 성공한 IPO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일시적인 평가였다. 페이스북은 대대적인 개편과 투자한 개발자 생태계를 토대로 이용자를 계속 늘렸으며, 늘어난 이용자는 광고 수익 증가로 이어졌다. 반면, 코스톨로는 트위터를 폐쇄적인 환경으로 만들었고, 바인이나 페리스코프로 동영상 시장을 내다보는 좋은 선구안을 보이기도 했으나 선구안만 좋았을 뿐 트위터를 살려내지도, 그렇다고 바인이나 페리스코프를 독립적으로 성장하게 하지도 못했다. 동영상을 올리도록 내버려 두는 것만 아니라 콘텐츠 제작을 지원하고, 동영상에 걸맞은 공유 방식을 마련했다면 바인이 틱톡과 비슷한 속성을 진작 가지게 되었을지 모른다.

트위터

오히려 도시는 새로운 사업이나 의욕을 드러내는 대신에 트위터가 본래 지닌 속성을 정비하고, 조금씩 개선하면서 기존 트위터 이용자의 지지를 얻고, 빠져나가는 걸 막았다. 급성장을 기대할 순 없었으나 산만하지 않고, 트위터가 서비스의 형태를 유지할 수 있게끔 해왔다는 것만으로도 긍정토록 평가할 수 있다.

문제는 트위터가 침체하였다는 투자자들은 코스톨로가 그런 거처럼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고, 수익성을 강화하길 원한다는 거다. 수익성을 강화하는 거야 당연하지만, 현재 트위터의 이용자층이나 서비스 속성을 포기할 수 없다면 트위터에 소홀하고, 바인이나 페리스코프와 같은 불확실성에 투자해야 할 수 있다는 걱정도 있다. 그게 옳을 수도 있다. 아니라면 그나마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는 트위터만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열렬한 트위터 이용자인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 CEO로 도시를 지원한다. 그는 좋은 점이 있다.’라고 말했다. 트위터 직원들은 도시가 어떤 도움이 되었는지 이야기하면서 트위터에 #WebackJack 해시태그로 그를 지지하고 있다.

엘리엇은 5월 주주총회에서 해임안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도시가 압박을 느낀다면 그 전에 사임할지도 모른다. 어쨌든 당분간 트위터는 도시의 행방으로 시끄러울 테고, 어떤 경우라도 트위터에 전환점이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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