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도시, ‘6개월 동안 아프리카로 이주할 것’

오힘찬(Himchan)
맥갤러리
Published in
5 min readDec 6,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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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도시(Jack Dorsey)는 세상에서 가장 바쁜 경영인 중 하나다. 그는 트위터와 스퀘어의 설립자이자 CEO다. 2015년, 트위터 전 CEO인 딕 코스톨로(Dick Costolo)의 뒤를 이어 트위터 CEO를 맡았을 때 스퀘어 투자자들은 불만이었다. 스퀘어는 IPO를 앞둔 중요한 상황이었고, 트위터는 IPO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들으면서 경영이 악화하고 있었기에 스퀘어에 더 시간을 쓰길 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기업을 동시에 경영하면서도 양쪽 모두 눈에 띄는 성장을 보였기에 도시에 대한 경영 평가는 긍정적이었다.

도시는 오전에는 트위터, 오후에는 스퀘어에서 업무를 보는 거로 알려졌고, 정확하게 나눠진 일정에 따라서 움직이므로 두 기업을 운영하면서도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한다. 그래서 수년 동안 투자자들의 불만은 줄었다. 하지만 최근 도시가 이사 계획을 밝히면서 다양한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잭 도시

지난주, 도시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서 앞으로 6개월 동안 아프리카 대륙에서 살겠다고 밝혔다. 이미 11월에 아프리카에 다녀온 바 있으며, 나이지리아 등에서 암호화폐 기업가들과 만났다. 정확히 아프리카의 어느 국가에서 지내겠다고 말하진 않았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나이지리아, 케냐가 유력한 곳으로 꼽힌다. 재밌는 건 트위터 투자자와 스퀘어 투자자, 양쪽의 반응이 다르다는 점이다.

도시가 6개월 동안 아프리카에 가는 목적은 아프리카의 결제 시장을 좀 더 가까이서 보기 위함으로 여겨진다. 아프리카는 핀테크 산업 발전이 가장 활발한 곳 중 하나다. 금융 서비스에 접근하지 못하는 계층이 넓게 분포해서 간편한 모바일 결제나 대출, 암호화폐 거래가 큰 성장을 보인다.

스퀘어의 주요 목표 중 하나는 암호화폐 거래의 성장이다. 2017년부터 송금 앱인 스퀘어 캐시(Square Cash)에서는 비트코인을 사고팔 수 있다. 스퀘어 실적에서 가장 뚜렷한 성장을 보인 것도 암호화폐 거래다. 암호화폐에 있어서 스퀘어에 대한 기대가 높은 이유는 신용카드, 비접촉식결제, 송금 등 결제 생태계를 가진 스퀘어 플랫폼에 암호화폐를 얹는 거로 다른 암호화폐 기업보다 구체적인 거래 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고 평가해서다. 아직은 기본적인 비트코인 거래 밖에 되지 않음므로 주력 사업이라고 얘기할 수 없지만, 많은 투자자는 암호화폐가 스퀘어의 미래가 될 거로 믿는다.

스퀘어 캐시

그런 와중에 아프리카로의 이사 계획은 반가울 수밖에 없다. 아프리카는 스퀘어의 주 시장이 미국과 비교해서 금융 인프라가 튼튼하지 않다. 기술이나 제도적으로 미개척지와 같아서 미국에서 진행하기 어려운 금융 사업도 아프리카에서는 가능하다. 물론 국가마다 차이는 있지만, 이미 암호화폐 거래가 아프리카에서 성행하고, 제도 마련도 동향에 맞춰가는 추세여서 미국보다 훨씬 수월하다. 일부 분석가들은 페이스북의 스테이블 코인인 리브라(Libra)가 제도적 어려움으로 출시하지 못하는 것과 달리 스퀘어가 아프리카에서 리브라와 같은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암호화폐가 아니더라도 아프리카는 스퀘어에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 최근 아프리카 내 수입품 소비가 증가함에 따라서 DHL과 아마존 등 기업은 미국 사업자가 아프리카에서 쉽게 물건을 판매할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을 잇달아 선보였다. 아프리카에서의 거래가 증가하는 만큼 거래 대금 처리나 온라인 거래에 필요한 솔루션 지원 등 필요한 부분도 늘었는데, 스퀘어는 기존 플랫폼을 활용하는 것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과장해서 말하면 스퀘어가 향후 수십 년 동안 아프리카의 결제 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치에 설 기회라는 거다.

트위터 IPO

그러나 트위터 투자자들은 불쾌하다. 우선 아프리카로 떠난다는 6개월 동안 누가 도시의 역할을 맡아서 트위터를 운영할 것인지 알려지지 않았다. 스퀘어도 마찬가지 문제를 가지게 되었지만, 사업을 확장할 기회라는 점에서 반발이 적다. 그러나 트위터는 도시의 아프리카 이주로부터 아무런 혜택을 볼 수 없으며, 최근 주가가 20% 이상 하락한 탓에 실적에 대한 부담이 가중한 상황이다. 더군다나 지난 10월에는 트위터 내 모든 정치 광고를 중단하기로 하면서 내년 미국 대선으로 인한 실적 개선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그래서 투자자들은 도시를 대신해서 CEO 역할을 맡을 대리인을 찾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도시가 점점 트위터에 소극적일 거로 보기도 하는데, 어쨌든 중요한 시기에 이전까지 성장의 핵심이었던 인물이 빠진다는 것에 기분이 좋을 리 없는 것이다.

도시는 내년 중반에나 아프리카로 가겠다고 밝혔다. 아직 시간은 남았고, 조만간 자세한 계획이 얘기될 거로 보인다. 기행이라고 평가한 의견도 있다. 중요한 건 도시의 아프리카 이주가 트위터와 스퀘어, 양쪽에 큰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거고, 현재 투자자들의 반응과는 다른 흐름이 될지도 모른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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