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하우스는 강연회를 소셜 미디어로 옮겨놓을까

오힘찬(Himchan)
맥갤러리
Published in
5 min readJul 16,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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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면 클럽하우스(Clubhouse)에서는 이미 많은 강연회가 열리고 있다. 그러나 17~18세기 커피하우스에서 벌어진 소규모 회의에 불과하다. 초기 트위터나 페이스북이 커피하우스의 디지털화였다는 걸 고려하면 클럽하우스는 오디오가 추가되었다는 것 정도의 차별점만 있다. 결과적으로 올해 초 활발했던 것과 달리 클럽하우스에 대한 관심은 크게 줄었다.

클럽하우스는 MZ세대의 관심으로 시작되었으나 증가한 관심으로 X세대 등 MZ세대 이전 세대의 참여가 늘면서 클럽하우스의 단점이 드러났다. 초기 MZ세대는 오디오 기반으로 진행할 수 있는 콘텐츠를 발굴하려고 시도했으나 제한적인 기능은 콘텐츠 폭을 넓히는 데에 도움 되지 못했다. 이후 증가한 MZ세대 이전 세대 이용자들은 본인의 사회적 지위를 활용하여 특정 주제에 대해 토론하는 콘텐츠에 몰두했다. MZ세대가 발굴하는 콘텐츠에 참여하지 못하는 경향이 컸기 때문이다. 예컨대, MZ세대의 주요 콘텐츠 중 하나였던 블라인드 소개팅은 이미 혼인했거나 MZ세대와 나이 차이가 나는 X세대는 참여가 어렵다. 별도 콘텐츠가 필요하고, 참여를 유도하려면 주제와 전문성이 명확할 필요성이 있었다. MZ세대와 그 이전 세대가 분리된 이유다.

그러다가 콘텐츠 부족에 MZ세대의 관심이 줄었으니 자연스럽게 플랫폼 내 남은 건 커피하우스에서나 벌어졌던 토론이었다. 오디오 기반이라는 게 강조되었지만, 사실 오디오라는 수단은 여타 소셜 미디어가 얼마든지 채용할 수 있는 속성이었고, 실제 그렇게 되었다. 그러면 앞으로 클럽하우스를 이끌고 갈 차별점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 당연히 콘텐츠일 것이다.

클럽하우스

트위터, 페이스북, 디스코드 등 이용자 연령, 특징이 다른 소셜 미디어들이 오디오 서비스를 내놓았다. 디스코드는 게임에 관심 많은 이용자가 모였으니 콘텐츠도 게임과 관련한 쪽에 더 특화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소셜 미디어로서의 특성을 오디오라는 수단에 집중하여 시작한 클럽하우스는 어떤 콘텐츠를 내세워야 할까? 그나마 클럽하우스에서 활발하게 열리는 토론, 토론을 확장한 강연회를 주목하는 건 마땅한 판단이다.

지난 4월, 클럽하우스는 대화를 이끄는 사회자에게 후원할 수 있는 기능을 선보였다. 이는 모든 이용자가 수평적인 관계에서 대화하고,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회자가 주도하여 참여를 유발하도록 콘텐츠를 형성하라는 요구였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세계적인 강연회인 테드(TED)와 제휴했다고 발표했다. 테드는 가장 인기 있는 팟캐스트 네트워크 중 하나로 클럽하우스에 테드 방이 열린다. 테드는 일반적인 강연회와 다르다. 컨퍼런스 프레젠테이션 방식의 강연으로 간혹 클럽하우스가 작은 TED로 불리긴 했으나 콘텐츠 구성이나 청취자 규모에서 비교할 수 없었다. 그런데 테드가 클럽하우스에 참여한다면 체계적인 컨퍼런스 형식의 강연 콘텐츠가 추가되는 것이다. 실질적인 조회 및 후원을 통해 수익이 발생하면 클럽하우스에 적극적인 사회자들은 수익을 위해 더 나은 콘텐츠를 기획할 테고, 주제에 따라 사람들을 불러모을 수 있을 거다.

클럽하우스 후원 기능

물론 콘텐츠가 좋다고만 사람들이 몰리진 않는다. 그러니 테드와의 제휴는 콘텐츠가 플랫폼에 끼치는 영향을 확인하려는 실험이며, 테드처럼 클럽하우스에서 발생한 토론 및 강연이 외부로 배포될 수 있을지 검토하려는 의도이다.

클럽하우스만의 시도가 아니다. 트위터도 자사 오디오 서비스인 스페이스(Spaces)에 독점 콘텐츠를 개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페이스북도 유명 제작자들과 협업을 예고했다. 그런데도 클럽하우스를 기준으로 얘기하는 이유는 클럽하우스가 오디오 소셜 미디어 유행을 주도한 서비스이자 대표성을 가졌기 때문이다. 다른 서비스가 클럽하우스보다 나은 성적을 낼 순 있으나 이미 정체성이 형성된 서비스와 그렇지 않은 클럽하우스의 상황은 다르다.

일차적인 유행으로 클럽하우스는 서비스의 단점이 무엇인지, 왜 유행이 식었는지 진단했고, 후원 기능 추가, 테드와의 제휴를 선택했다. 이것은 기존 클럽하우스를 주목하게 한 MZ세대 동향과 블라인드 소개팅 등 관련한 콘텐츠에 대한 관심을 줄이는, 서비스 속성으로 삼지 않겠다는 것이다. 결국, 클럽하우스는 강연회를 소셜 미디어로 옮겨놓아야 정체성을 굳힐 수 있다.

클럽하우스 백채널

최근 클럽하우스는 ‘백채널(Backchannel)’이라는 텍스트 메시징 기능을 공개했다. 여타 소셜 미디어의 다이렉트 메시징(DM)과 같은 기능으로 1:1 및 그룹 채팅을 지원하며, 음성 상호작용 뒤에서 벌어진다. 사회자는 방을 운영하면서 텍스트 메시지로 안내하거나 질문을 받을 수도 있다. 기존에는 질문을 받으려면 청취자가 손을 들고 발언권을 얻어야 했다. 말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질문도 할 수 없었다는 거다. 수평적 오디오 대화에 초점을 두었다면 텍스트 메시징은 불필요한 기능이었을 수 있다. 하지만 사회자 및 연사와 청취자가 확실히 분리된 상황이라면 두 그룹 또는 경계 간 오디오 외 상호작용 수단이 필요하고, 백채널은 해당 경계를 인정하는 기능이다.

클럽하우스는 고민이 많다. 사용자 기반을 잃어가는 상황에서 남은 이용자를 보존하고, 새로운 이용자를 끌어들일 확실한 정체성이 필요하다. 방향성은 결정되었다. 클럽하우스의 미래도 곧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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