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이 인기를 끄는 이유와 향후

오힘찬(Himchan)
맥갤러리
Published in
7 min readJan 31,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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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TikTok)’은 2017년, 중국의 바이트댄스가 서비스를 시작한 소셜 미디어이다. 직접 사용해보지 않았더라도 과도한 광고로 서비스명 정도는 익숙할 수 있다. 그 탓으로 인식이 부정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수억 명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인기 서비스이다.

앱 시장 분석 업체 센서타워(SensorTower)에 따르면, 틱톡은 2018년 전 세계 게임 외 앱 다운로드 순위 4위에 올랐다. 세부적으로는 앱스토어에서 1위, 구글 플레이에서는 왓츠앱, 페이스북 메신저, 페이스북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신규 앱으로서는 한 해 만에 굉장한 성과를 냈다. 더군다나 신규 서비스가 진입하기 어려운 소셜 미디어 시장에서 단시간에 큰 성장을 했다는 건 의미가 크다. 단순히 광고와 마케팅의 영향이라고 하기에는 규모도 크고, 중국 시장이 이유라기에는 중국도 웨이보 등 소셜 미디어가 존재한 시장이다.

틱톡의 성장은 원인이 있다. 물론 복합적이다. 다만, 전조가 있었고,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기도 했다.

센서타워

틱톡의 주요 특징은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15초의 짧은 동영상을 공유하는 소셜 미디어’라는 점, 두 번째는 ‘10~20대의 젊은 층이 주요 고객’이라는 점이다. 동영상이라는 것에서 ‘유튜브’, 젊은 층이 수요라는 것에서 ‘스냅챗’을 떠올릴 수 있는데, 실제로 틱톡은 유튜브와 속성이 비슷하고, 스냅챗으로부터 이어진 10대 경쟁과 연관 지을 수 있다.

틱톡의 아이디어는 새롭지 않다. 유튜브가 급성장으로 동영상 시장에 변화가 생기자 경쟁사인 페이스북은 동영상 사업을 강화했다. 페이스북은 유튜브와 비슷한 동영상을 뉴스피드에 공유하고, 동영상 광고 위주로 사업을 개편한 것이다. 이에 트위터는 경쟁을 차별화하고자 6초의 짧은 동영상을 공유할 수 있는 바인(Vine)이라는 앱을 2013년에 출시했다. 짧은 영상들이었지만, 간략한 콘텐츠를 공유하는 트위터와 어울렸다. 문제는 주요 이용자가 트위터 사용층을 벗어나지 못한 것, 자체적인 플랫폼으로서 동영상을 유통하지 못했다는 데에 있다. 재미있는 아이디어였지만, 결과적으로 수요 확대를 달성하지 못한 채 2017년에 서비스를 종료했다.

이후 사라지는 메시지 앱인 스냅챗이 젊은 층에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바인에서 공유한 짧은 동영상이 스냅챗을 통해 공유가 활발해졌다. 스냅챗은 짧은 동영상 공유를 촉진하고자 스티커와 AR 마스크 기능을 추가했고, 이는 좀 더 긴 영상이 중심인 유튜브나 페이스북과는 다른 동영상 영역을 창출한다. 더군다나 콘텐츠 범위가 넓은 유튜브나 페이스북과 달리 개인 위주의 콘텐츠로서 메시징에 충실했기 때문에 바인의 메신저 버전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바인

하지만 10대 층은 유행에 민감하고, 새로운 것을 빨리 받아들인다. 2016년에는 립싱크 앱인 ‘덥스매시(Dubsmash)’가 주목을 받았다. 덥스매시는 앱이 제공하는 음성을 활용하여 립싱크하는 동영상을 제작하는 서비스로 할리우드 배우들이 사용하면서 사용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당시 스냅챗은 유행에 민감한 10대 층이 서비스를 이탈하면 사업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평가를 받은 탓에 높은 연령층을 위한 뉴스 서비스에 집중한 터였다. 그렇다 보니 갑작스럽게 증가한 덥스매시 사용자로 스티커와 AR 마스크 동영상 위주에서 립싱크 동영상으로 유행이 바뀐 것으로 보였고, 더는 스냅챗이 10대가 핵심인 서비스로 불리지 않게 되었다.

그렇다고 덥스매쉬가 스냅챗 사용자를 모두 흡수하여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한 건 아니었다. 스냅챗과 덥스매시의 속성은 메신저이다. 생성한 동영상이 사용자 간 얼마나 많은 메시지로 공유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런데 이용자들은 생성한 동영상을 메시징이 아닌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한 플랫폼에 게재하길 원했다. 게재할 곳은 줄곧 있었다. 바인으로 생성한 동영상은 트위터에 페이스북에 공유할 수 있었다. 덥스매시로 생성한 동영상은 유튜브에 공유되었다. 비슷하게 애플도 2017년에 짧은 동영상 편집 앱인 클립(Clips)을 출시했고, 생성한 동영상을 트위터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공유하도록 지원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짧은 동영상을 제작하는 것까진 이뤄졌는데, 콘텐츠를 담을 하나의 플랫폼이 없었고, 동영상은 여러 소셜 미디어로 흩어졌다. 결국, 전체 동영상 시장에는 유튜브라는 플랫폼이 존재했으나 짧은 동영상은 누가 생성했는지, 출처가 어딘지, 또는 어떤 앱을 사용해서 제작했는지, 모든 동영상을 정리할 방법이 없었던 거다.

Best Dubs of 2016 — Dubsmash Compilation

그나마 이런 욕구를 해소한 것이 ‘스토리(Stories)’ 기능이다. 상기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스냅챗이 처음 선보였고, 인스타그램이 흡수했으며, 모회사인 페이스북에도 도입되었다. 사진이나 짧은 동영상을 모아서 하나의 묶음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그래서 덥스매시나 클립 등 짧은 동영상 제작 앱으로 생성한 콘텐츠를 스토리로 공유하면서 스토리 기능이 성장했다. 이를 발판으로 10대 이용자의 인스타그램 사용이 스냅챗을 넘어서기도 했다.

즉, 짧은 동영상의 제작, 모아서 공유할 플랫폼에 대한 수요가 이전부터 존재했다는 것으로 이 수요는 수년 동안 플랫폼을 옮겨다녔다. 옮긴 플랫폼이 조건을 완전히 갖추지 못했을 뿐이다. 또한,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기존 소셜 미디어를 이용하지 않지만, 짧은 동영상 콘텐츠에 관심이 있는 수요는 마땅한 플랫폼을 찾지 못했다.

그런데 틱톡이라는 서비스가 등장했다. 스냅챗처럼 스티커를 활용할 수도, 덥스매시처럼 립싱크 동영상을 제작할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훨씬 다양한 장르의 짧은 동영상을 제작할 수 있게 돕고, 이를 스토리 기능처럼 하나의 프로필에 모아서 보여주는 소셜 미디어 기능을 한꺼번에 제공한다. 이전부터 있던 짧은 동영상이라는 아이디어를 포화 상태라고 여긴 소셜 미디어 시장에서 유튜브와 비슷한 속성의 소셜 플랫폼과 결합하여 틈새를 연 것이다.덕분에 흩어진 수요가 틱톡이라는 하나의 플랫폼에 집중적으로 몰릴 수 있었다.

Create For A Cause | TIKTOK OFFICIAL ACCOUNT

바이트댄스는 덥스매시와 비슷한 립싱크 앱인 ‘뮤지컬리(musical.ly)’를 인수하여 틱톡과 통합했다. 앞으로 흩어진 짧은 동영상 제작 앱과 기능을 계속해서 흡수할 가능성이 크다. 이것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동영상 기능을 내놓는 것과는 다른 경험을 제공할 수밖에 없다. 틱톡이 짧은 동영상에 집중하여 성장한다면, 스토리 기능을 내세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큰 위협이 될 수 있으며, 주 수요층을 뺏긴 스냅챗은 새로운 사업을 마련할 지점이다.

그렇다면 틱톡은 지금처럼 계속 인기를 끌 수 있을까? 앞서 말한 것처럼 현재 틱톡을 지탱하는 건 10~20대, 젊은 층이다. 스냅챗이 그랬던 것처럼 젊은 이용자층은 빠른 유행 선도로 서비스를 빠르게 성장시키지만, 반대로 위협이 되기도 한다. 한때 스냅챗은 짧은 음란 동영상의 공유 문제로 논란이 되었고, 일부 10대가 자신을 촬영한 음란 동영상을 성인 대상으로 판매하면서 청소년의 스냅챗 사용을 금지하자는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었다. 이런 문제를 겪지 않는 소셜 미디어가 어디 있겠냐마는 주목도가 높은 만큼 비슷한 문제에서 깔끔하게 대처를 하지 못한다면 이용자는 빠져나가고, 대처한 것으로 서비스 정체성을 잃는, 스냅챗과 같은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그러므로 올해 틱톡의 행보는 ‘짧은 동영상 시장에서 선도적 위치를 유지할 방안’과 ‘젊은 이용자층을 이탈하지 않게 하면서 사업을 지속할 대처’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쉽게 성장한 만큼, 쉽게 좌초될 수 있다. 대신 수년 동안 방치된 아이디어를 통합하여 인기 서비스로 올려놓은 건 분명 틱톡의 역량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흥미롭게 지켜볼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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