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 채용 시장에 관심을 가지다

오힘찬(Himchan)
맥갤러리
Published in
6 min readJul 8,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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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현지 시간), 틱톡은 ‘틱톡 레쥬메(TikTok Resume)’라는 파일럿 프로그램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타깃, 치폴레, 쇼피파이 등 회사들이 틱톡 레쥬메에 참여하며, #TikTokResumes라는 해시태그가 붙은 콘텐츠에서 자신을 강조하면 참여 회사들이 탐색하여 채용까지 이어질 수 있게 한다.

시범적인 프로그램이기에 공식적인 서비스나 사업이 되지 못할 수도 있다. 다만, 채용이라는 형식은 이용자와 브랜드의 관계를 가장 가깝게 만들어 주는 장치이자 이용자들이 채용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하게 할 방안도 될 수 있다.

틱톡 레쥬메

틱톡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이용자층은 Z세대다. 이들은 소셜 미디어에서 자신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길 원하며, 여기에는 개성이나 성과 등 여러 가지 역량이 노출된다. 물론 모든 이용자가 업무에 필요한 뛰어난 역량을 지녔다고 평가할 수 없겠지만, 노출을 원하는 이용자와 다양한 인재를 요구하는 기업을 연결하는 건 이해관계 측면에서 이상한 얘기가 아니다.

해시태그가 붙은 동영상 이력서는 tiktokresumes.com에서 검색할 수 있다. 틱톡은 더 나은 이력서를 만들 수 있는 약간의 팁과 일자리에 관한 간단한 설문지를 제공한다. 프로그램은 오는 31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파일럿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일시적인 이벤트 같은 거로 보이기도 한다. Z세대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고, 사업화하기에는 기존 채용 시장이 워낙 견고한 데다가 동영상으로 직원을 채용한다는 게 수긍하기 어려우니 말이다. 그러나 틱톡 레쥬메는 꽤 진지한 실험이다. 틱톡이 본격적으로 채용 시장에 뛰어들 여지가 충분하다.

틱톡이 왜 갑자기 채용 프로그램을 내놓았을까? 이미 플랫폼 내 구직 활동이 번지고 있어서다.

틱톡 레쥬메

지난해, 22세인 영국의 피온 클라크(Ffion Clarke)는 여름동안 50개 이상의 일자리에 지원했으나 벽에 부딪혔다. 코로나 19 여파로 지원한 것들 대부분이 중단되면서 취업 문이 더 좁아진 탓이다.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7월까지 직장을 잃은 사람의 약 22%가 16~24세였다. 그러자 클라크는 자신의 이력을 짧은 동영상으로 제작한 후 틱톡에 업로드했고, 두 달 만에 팟캐스트 제작사인 크라우드 네트워크(Crowd Network)의 CEO 마이크 카(Mike Carr)가 발견하면서 크라우드 네트워크에서 일할 수 있게 되었다. 카는 ‘저의 즉각적인 채용은 그녀가 올바른 태도, 기술, 성격을 가졌다는 걸 보여줬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틱톡에서는 #HRTikTok, #careeral advices, #recutersbellike와 같은 해시태그를 통해서 취업 정보나 경력 관리, 면접 팁 등의 공유가 증가하는 추세였다. 이용자들은 이런 콘텐츠를 보면서 이력을 담은 동영상을 연습이든 실제 직장을 구하기 위해서든 플랫폼 내 활발하게 공유했고, 기업의 인사 담당자들이 틱톡에서 콘텐츠들을 발견함에 따라서 클라크와 같은 사례가 생겨난 것이다.

취업 활동이 틱톡의 주요 콘텐츠 중 하나로 성장한다면 결과적으로 해당 콘텐츠와 브랜드를 연결해서 플랫폼이 이익을 낼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콘텐츠로 인하여 실제 채용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러면 취업 정보나 면접 팁과 같은 콘텐츠는 훨씬 활발히 공유될 테고, 그에 따른 이력 동영상의 공유도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더 나은 역량을 증명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도 생겨날 거다.

틱톡 레쥬메

틱톡의 글로벌 마케팅 책임자인 닉 쩐(Nick Tran)은 ‘#CareerTok은 이미 플랫폼에서 번창하는 문화권이다.’라면서 ‘커뮤니티가 틱톡 레쥬메를 수용하고, 채용 및 일자리 발굴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 빨리 알 수 있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틱톡 레쥬메가 틱톡 내 발생하고 있는 취업 동향에 따른 프로그램이란 걸 알 수 있다. 이전과 달리 인재 채용을 원하는 기업 목록을 나열한다면 틱톡에서의 이력 동영상은 더 활발해질 것이다. 파일럿 프로그램은 얼마나 활발해질 수 있는지, 기업들이 채용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기 위한 행보이며, 기업들이 채용에서 적극성을 보인다면 곧장 사업화를 진행할 거로 예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틱톡 내 기업들이 원하는 인재들이 충분히 있어야 한다. 그런 조건까지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는 틱톡이 가지고 있지 않다. 단지 틱톡이 취업 문을 넓힐 방법의 하나가 될 수 있다면 취업을 희망하는 젊은 세대는 틱톡을 더 오랜 시간 사용하려고 할 것이다. 취업 정보 및 다른 사람의 이력 동영상도 확인할 테고, 그 안에서 다른 카테고리의 콘텐츠도 소비될 테니 말이다.

분명 링크드인과 같은 여타 채용 플랫폼과는 다른 방식이다. 하지만 다르기에 다각화와 다양성의 요구가 커지는 인재 채용에서 기업들의 고민을 덜어줄 틈새가 될 잠재력이 있다. 인사 담당자인 재키 쿠에바스(Jackie Cuevas)는 매일 구직자들의 지루한 이메일을 읽는 게 일상이었다. 그래서 그는 틱톡에 고용주들의 관심을 끌 방법에 관한 동영상을 올렸고, 큰 인기를 얻을 수 있었다. 개인이 올린 콘텐츠였으나 어쨌든 취업이라는 게 얼마나 이목을 끄는 주제인지 방증하는 거였으며, 실제 인사 담당자로서 끌어낸 반응은 기업이 적극적으로 참여했을 때 어떤 주제보다도 브랜드 마케팅에 효과적일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취업을 콘텐츠로 쓴다는 게 가볍게 느껴질 수 있으나 어쨌든 틱톡 안에서는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틱톡이 할 일은 벌어지는 현상에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며, 틱톡에는 콘텐츠지만, 직원을 뽑아야 하는 기업으로서는 가벼운 일은 아닐 테니 일시적인 이벤트로만 보기에는 상당히 그럴싸한 얘기다. 틱톡이 채용의 틈새시장을 양지로 올려놓을 수 있을지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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