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메신저의 PC 버전과 영향력

오힘찬(Himchan)
맥갤러리
Published in
6 min readApr 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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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페이스북이 데스크톱 버전의 페이스북 메신저 앱을 출시했다. 윈도와 맥, 두 가지 버전으로 출시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와 맥 앱스토어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모바일과 웹 버전처럼 페이스북 계정과 연결된 친구들과 메시지를 주고받거나 화상 통화할 수 있다. 다크 모드도 추가되었다.

페이스북은 ‘그 어느 때보다 사람들은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사람들과의 연락을 유지하기 위해 기술을 사용하고 있습니다.’라면서 ‘지난 한 달 동안 화상 통화를 위해 데스크톱 웹 브라우저의 메신저 사용하는 사람이 100% 증가했다.’라고 말했다. 그 탓으로 코로나 19 여파로 급하게 메신저 앱을 내놓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사실 페이스북은 메신저 앱을 작년 가을에 출시할 계획이었다. 정확히는 F8 2019에서 메신저 앱을 공개했고, 작년부터 테스트를 진행했다. 단지 모바일에 대한 관심이 더 컸기 때문에 부각되지 못했을 뿐이다. 코로나 19 여파가 없는 건 아니겠으나 어쨌든 페이스북은 메신저를 꽤 긴 시간 준비해왔다.

그런데도 코로나 19의 영향을 받았다고 강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같은 기간 줌의 화상 회의 서비스가 주목받았다는 게 크다. 페이스북이 밝힌 데이터에서도 알 수 있듯이 메신저 사용이 늘었다면, 경쟁이나 만족도를 높일 방안으로 이 시기에 PC 버전을 출시한 건 타당하다. 그러나 줌과 페이스북 메신저의 포지셔닝은 겹치지 않고, 실질적인 영향력도 다를 거로 보인다.

페이스북 메신저

의아한 사람도 있을 테고, 혹은 잊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을 거다. 어째서 스카이프가 언급되지 않느냐고 말이다. 10년 전이었다면 어느 것도 아닌 스카이프가 주류였을지도 모르지만, 현재는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2011년에 스카이프를 인수했다. 이는 줌이 설립된 해와 같다. 당시 스카이프 이용자는 1억 명 수준이었으며, 전체 사용량의 40%가 화상 통화였다.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VoIP가 확산하자 MS는 화상 통화 점유율을 확보할 목적으로 스카이프를 인수했다. 하지만 모바일 스카이프는 기존 스카이프 플랫폼에 연결한 형태로 최적화되어 있지 않았고, 모바일에 초점을 둔 왓츠앱, 페이스북 메신저 등 서비스에 밀려났다. VoIP는 보편적인 서비스가 되었다. 굳이 스카이프를 통할 필요가 없었으므로 높은 점유율의 모바일 메신저로 수요가 이동했다. 스카이프는 주류 시장에서 떨어져 나갔다.

재밌는 건 스카이프는 한때 화상 통화의 대명사였으나 현재는 그럴만한 서비스가 없다는 거다. 왓츠앱은 점유율이 높으나 PC 버전을 따로 제공하지 않는다. 왓츠앱으로 PC에서 화상 통화할 방법에 대한 질문은 끊임없이 올라온다. 행아웃은 왓츠앱보다 범용성이 뛰어나지만, 점유율이 낮다. 줌은 화상 회의로 좋은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개인 소비자는 고려 대상이 아니고, 활용하기에도 한계가 있다. 화상 통화를 서로 얼굴을 맞대는 만큼 통화하는 사람 간 신뢰가 요구되고, 많은 서비스 중 발신자와 수신자가 어떤 걸 사용할 것인지 합의만 하면 되므로 과거 스카이프가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할 때와는 달리 특정 서비스가 선도성을 가지지 않게 된 것이다.

물론 점유율을 따지면 왓츠앱, 페이스타임, 페이스북 메신저, 바이버 등을 비롯하여 스카이프도 포함할 수 있다. 스카이프가 과거 같은 위치는 아니지만, 아직 점유율이 높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화상 통화 자체가 스카이프로 대변될 때와 다르다는 얘기다.

스카이프

그런데 PC 버전 페이스북 메신저는 이러한 상황을 바꿔놓을지도 모른다. 앞서 말한 것처럼 스마트폰 메신저 앱의 도전과 발신자와 수신자의 합의로 방법이 선택될 만큼 서비스가 다양해진 시점이므로 줌은 처음부터 화상 통화의 목적을 회의에 두었다. 마찬가지로 MS는 스카이프가 모바일 시장에서 고전하자 기업 시장을 겨냥하기로 방향을 바꿨으며, 구글도 행아웃이 일반 소비자 시장에 실패한 후 기업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기업 시장은 화상 통화를 사용하려는 목적이 뚜렷하다. 목적을 달성할 서비스를 어떻게 제공하느냐에 따라서 가격을 매기고 이익을 낼 수 있다. 반면, 일반 소비자가 대상일 때는 화상 통화로 수익 모델을 갖추기 쉽지 않다. 유료 모델을 제시했던 스카이프는 어려워졌다. 화상 통화 사이 광고를 내는 건 사용자 경험에 큰 방해가 된다. 소통이 끊어지지 않아야 한다. 그렇다 보니 많은 서비스가 화상 통화는 메신저 서비스의 일부로 삽입하고, 전체 메신저 플랫폼으로 이익을 내는 방향에 집중하게 되었다. 심지어 애플은 맥과 iOS에 직접 내장하여 플랫폼 비용에 포함해버렸다.

스카이프가 남달랐던 건 일반 소비자든 기업이든 화상 통화는 스카이프였었기 때문이다. 현재는 시장이 분리되었고, 한쪽은 치열한 경쟁, 다른 한쪽은 부가 서비스로서 느슨하여 선도성에서 구분이 생긴 것이다.

페이스북 메신저

하지만 코로나 19 여파로 사람들은 외부에서 다른 사람과 마주하여 소통할 기회가 줄었다. 화상 통화를 가장 원하는 건 가족이나 친구, 연인이 멀리 떨어진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다. 자주 마주할수록 화상 통화 활용은 줄어든다. 전 세계의 외부 활동이 줄어든 초유의 사태는 사람들을 멀리 떨어뜨려 놓았고, 화상 통화 수요를 늘리게 했다. 분명 사람들은 자주 사용하는 메신저 서비스의 화상 통화 기능을 활용할 것이다. 다만, 이런 사태를 겪은 적이 없었기에 플랫폼, 계층 등 소통에 있어서 장벽이 되는 요소가 제거되지 않았고, 굳이 모바일을 두고도 데스크톱 웹 브라우저로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한 화상 통화가 늘었다는 건 의미가 크다. 스카이프와 같은 선도성은 찾을 수 없지만, 핵심은 여전히 페이스북은 전 세계 사람을 가장 많이 연결하는 소셜 서비스이자 일종의 전화부 역할을 한다는 거다.

스카이프가 모바일에 적응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이었나? 기존 스카이프를 이용한 사람들끼리는 상관없었지만, 새로운 사람이 네트워크에 끼어들거나 PC로만 이용하는 사람과 소통하려면 번호나 계정을 알아야 한다는 거였다. 페이스북은 상대방 계정을 알지 못하더라도 연결되며, 심지어 연결한 사람의 주변 사람까지 도달할 수 있으니 스카이프가 지녔던 문제의 해결과 함께 플랫폼 장벽을 넘는 범용성까지 가졌다. 기업 시장을 겨냥하지도 않았으니 일반 소비자에 가장 친숙하기도 하다. PC 버전 앱이 없어서 접근성이나 최적화에 부족함이 있을 뿐이었다.

PC 버전 페이스북 메신저가 출시되었다고 과거 스카이프의 포지셔닝을 페이스북이 차지할 수 있을까? 그렇진 않을 거다. 대신 많은 사람이 페이스북에 피로를 느낀 뉴스피드와 메신저는 분리되어 있으며, PC에서도 메신저만 독립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건 페이스타임으로 연락할 수 없는 맥과 윈도 사용자를 연결하거나 늘어난 실내 생활만큼 덩달아 증가한 PC 사용에 보편적인 화상 통화 서비스로 영향은 끼칠 수 있게 되었다. 스카이프처럼 범용적인 일반 소비자 화상 통화 서비스로 상징성을 얻을 기회가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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