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레이스테이션 뷰 종료가 스트리밍 시장에 던진 것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소니는 2015년부터 ‘플레이스테이션 뷰(Playstation Vue)라는 실시간 스트리밍 TV를 미국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넷플릭스나 훌루와는 다르다. CBS, NBC, CNN 등 언론 채널, ESPN, BTN, MLB 등 스포츠 채널을 실시간 스트리밍하는 서비스로 유튜브 TV(Youtube TV)나 필로(Philo)와 같은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플레이스테이션 뷰와 경쟁 서비스를 비교하자면, 가격이 저렴한 편은 아니다. 실시간 스트리밍 TV 서비스 중 가장 저렴한 필로의 58채널 플랜 가격은 20달러다. 반면, 플레이스테이션 뷰는 50채널에 49.99달러다. 유튜브 TV도 한 달에 49.99달러지만, 제공하는 채널이 70개 이상이다. 그나마 이점이라면 플레이스테이션 네트워크(PlayStation Network; PSN)의 유료 계정인 플레이스테이션 플러스(PlayStation Plus; PS Plus) 구독자는 일부 추가 채널에 할인을 더할 수 있다는 거다. HBO, 쇼타임(Showtime)과 같은 채널들을 할인받을 수 있어서 플레이스테이션으로 게임을 즐기는 소비자라면 플레이스테이션 뷰가 매력적일 수도 있다. 그러므로 플레이스테이션 뷰는 로쿠, 애플 TV, 크롬캐스트 등 플랫폼에서 이용할 수 있음에도 플레이스테이션 소비자 중 일부만 이용하는 서비스였으며, 소니에 부가 사업과 같았다.
그렇다고 플레이스테이션 뷰가 전략적으로 의미 없는 건 아니었다. 소비자들이 플레이스테이션 뷰를 목적으로 플레이스테이션을 구매하진 않겠지만, 플레이스테이션 뷰의 혜택이 있음으로써 로쿠나 애플 TV 등 장치 구매를 억제하고, HBO 등 채널 구독에 할인을 더하여 독립 앱보다 플레이스테이션 뷰를 이용하도록 부추겼다. 플레이스테이션을 TV와 연결하는 단일 기기가 되게 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는 거다. 그런 전략적 의미를 가진 플레이스테이션 뷰를 내년 2월부터는 이용할 수 없다.
소니는 2020년 1월 30일부터 게임 사업에 더 집중하고자 플레이스테이션 뷰의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구독자는 오는 12월에 마지막 청구서를 받게 되며, 구독 기간이 남았다면 기간만큼 환불된다.

서비스 종료에 대해서는 예견되었다는 의견이 강하다. 약 4년간 서비스했음에도 플레이스테이션 뷰 구독자 수는 50만 명 수준이었다. 2017년부터 서비스한 유튜브 TV 구독자 수는 약 150만 명이다. 경쟁 서비스보다 구독자 증가가 더디다. 더구나 플레이스테이션 4의 미국 판매량이 3,000만 대 수준인데도 플레이스테이션 뷰 구독자가 50만 명이라는 건 경쟁 장치 사용을 억제하는 효과도 미미했다는 방증이다. 더 나은 성과를 기대할 수 없으니 언제 서비스를 종료했어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이다.
반대로 소니가 기회를 차버렸다는 의견도 있다. 올해 5월, 소니의 게임 사업부인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가 회사가 소유한 게임 IP를 활용한 영화와 드라마를 제작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콘텐츠는 산하 제작사인 플레이스테이션 프로덕션(PlayStation Productions)이 제작하며, 영화 사업부인 소니 픽처스 엔터테인먼트가 배급을 담당한다. 아직은 시작인 단계지만, 당시 발표가 있고 난 뒤 차세대 콘솔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 5의 출시와 플레이스테이션 뷰 구독 기반으로 탄력받을 수 있다면 곧 출시할 예정인 월트 디즈니 컴퍼니의 디즈니+처럼 오리지널 콘텐츠를 포함한 통합 스트리밍 서비스로 발전할 수 있다고도 봤었다. 물론 한 달 6.99달러인 디즈니+와 경쟁을 하려면 플레이스테이션 뷰와 분리한 저렴한 독립 서비스인 편이 나을 수 있다. 단지 독립 서비스를 플레이스테이션 뷰에 포함하는 것만으로도 50만 명의 구독자를 단숨에 확보할 수 있으니 플레이스테이션 뷰의 포지셔닝만 유지한다면 기회가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서비스의 특성상 넷플릭스나 훌루와 비교하긴 어렵다. 하지만 애플은 애플 TV라는 종합 스트리밍 서비스를 둔 채로 애플 TV +라는 독립적인 유료 서비스를 추가했고, 애플 기기 구매자들에게 애플 TV+ 이용을 1년 동안 무료로 제공한다는 점에서 하드웨어와 서비스 판매를 적절히 엮어놓았다. 애플 TV+의 오리지널 콘텐츠의 평가가 좋다면, 해당 콘텐츠를 보기 위해 서비스를 구독하거나 애플 TV를 구매하는 등 효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소니가 플레이스테이션 뷰를 중단한 이유는 무엇일까?

플레이스테이션 뷰는 기술적으로 앞선 스트리밍 서비스였다. 아마존의 파이어 TV에서는 알렉사 음성 명령으로 시작하고, 조작할 수 있는데 해당 기능을 모두 갖춘 건 플레이스테이션 뷰와 필로 뿐이다. 애플 TV에서는 시리를 지원한다. 초당 60프레임 지원을 스포츠 채널에 적용한 최초의 실시간 스트리밍 TV였고, 멀티뷰 기능을 제공하는 유일한 서비스로 스포츠 마니아들을 위한 기술 지원에 선도적이었다. 이는 플레이스테이션 뷰가 소비자 만족 조사에서 2년 연속 1위를 차지한 이유였다. 그러나 만족도만 높았을 뿐 시장에서의 성적은 좋지 않았다.
문제는 구독자가 뒷받침되지 않았을 때의 기술 개발과 서비스 유지는 어려운 일이었으면, 대부분 채널 라이선스 비용으로 빠져나갔다는 거다. 케이블 TV 대신 온라인 스트리밍을 이용하는 코드 커팅(Cord-Cutting) 동향이 주목받은 이유는 기술 기업의 참여로 동영상 제공에 대한 기술 도입이 활발히 이뤄지고, 소비자의 선택권이 넓어진다는 거에 있었다. 예컨대, 플레이스테이션 뷰가 지원하기 전에는 채널 소유자인 ESPN도 온라인 스트리밍에 초당 60프레임 재생을 지원할 계획조차 하지 않았다. 누군가 경쟁을 시작하면 뒤따라가는 구조였는데, 기존 케이블 TV보다 가입과 서비스 이용이 편한 온라인 서비스의 경쟁은 빨랐고, 더 빨라질 수도 있었다.
다만, 소비자로서는 서비스를 구독하기에 기술 경쟁에 앞서 저렴할 것, 제공하는 채널이 많을 것이 중요했다. 그렇다 보니 대부분 지출을 채널 라이선스 비용에 두고서 가격 경쟁만 하는 추세가 이어졌고, 가격 경쟁이 심화하자 채널 라이선스 비용도 증가했다. 그 탓으로 지속적인 기술 개발은 이뤄질 수 없었으며, 광고를 추가하거나 구독 가격도 계속 높아졌다. 플레이스테이션 뷰도 올해 가격을 올렸다. 그렇다고 올린 가격이 플레이스테이션 뷰의 만족도를 대변하여 구독자를 늘려주지 않았으니 성장에 발목만 잡은 것이다.

결과적으로 플레이스테이션 뷰의 서비스 종료는 코드커팅 동향이 둔화했음을 얘기한다. 증가하는 채널 라이선스 비용을 버틸 수 있는 회사가 서비스를 유지할 뿐이며, 기술적 진보나 경쟁이 아닌 과거와 다를 바 없이 가격과 콘텐츠 경쟁에 치중하는 것이다. 가격과 콘텐츠가 중요하지 않다는 건 아니다. 왜 많은 회사가 오리지널 콘텐츠에 투자하겠는가? 핵심은 그 밖의 경쟁이 소비자 만족도를 향상한다는 플레이스테이션 뷰의 사례가 있음에도 치열하지 않고, 되레 느려지고 있다는 거다. 플랫폼만 달려졌을 뿐 실시간 TV 경쟁이 퇴보하고 있다는 걸 플레이스테이션 뷰 종료가 보여준다. 즉, 케이블 TV에서 온라인 플랫폼으로 옮겨간 것 외에 달라진 것이 없다.
상기한 소니판 디즈니+가 나왔더라면 달라졌을까? 디즈니나 애플, 또는 AT&T나 버라이즌 등 기업이 최근 시장에 뛰어들었다고 과도기적, 급성장할 새로운 시장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까? 케이블 TV는 잠식하겠으나 새로운 도전자들조차 경쟁에서 내세우는 건 가격과 콘텐츠뿐이다. 넷플릭스만 하더라도 시청자가 콘텐츠에 개입하는 인터랙티브 콘텐츠나 속도 조절과 같은 시도는 하고 있으나 당장 큰 의미는 없다. 그러니 성장하는 시장이라도 소니로서는 경쟁이 치열했을 때 결과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본래 주력 사업으로 돌아가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둔화한 것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 어쨌든 콘텐츠 증가 흐름은 이어질 거고, 해당 경쟁으로 시장을 성장할 테며, 소비자들은 어떤 스트리밍 서비스가 저렴하고, 콘텐츠가 많은지 비교하여 선택하는 행복한 고민에 빠질 수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경쟁이 지속하면 금방 다음 플레이스테이션 뷰가 나올 테고, 콘텐츠 투자 여력이 부족한 기업들이 사라지면서 흥미가 떨어지는 시장으로 바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