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책을 출간한 후기와 근황

오힘찬(Himchan)
맥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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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min readJun 27,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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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되네? 챗GPT 미친 활용법 51제>

네, 책 제목입니다. 오늘부터 예약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BYOD : Bring Your Own Device> 이후 10년 만에 쓴 책입니다. 사실 BYOD는 제 의도대로 집필했다고 하긴 어려운 책이었고, 당시 역량도 많이 부족했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흑역사와 같은 책이었죠. 물론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좋은 경험이었고, 뼈아픈 기억이 함께였기에 훨씬 긴 시간 글을 써올 수 있었으니까요. 다만, 다시 책을 쓴다는 생각까지 하진 않았습니다.

왜 10년 만에 책을 냈나요?

2023년 회고에서 얘기한 것처럼 저는 현재 골든래빗 출판사에서 북마케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지식을 나누길 원하는 많은 저자분과 함께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좋은 책이 더 많은 독자에게 전달되도록 하는 일은 무척 보람이 있습니다. 바쁜 덕분에 글을 쓰는 일은 전혀 하지 못했지만 말이죠. 억지로 글을 쓰기 보다는 늦어도 2~3년 안으로 본격적으로 글을 쓰는 환경을 만들고자 합니다.

어쨌든 출판사에서 일하면서 시간이 남아돌아 개인 욕구를 채우기 위해 책을 쓴 건 아닙니다. 오히려 글을 쓰는 환경을 만들려면 현재보다 업무 효율성을 높여야 하고, 그럴 방법을 찾다보니 챗GPT가 눈에 들어왔던 거죠. 그래서 잘 사용하고 있고요, 실제로 업무 효율성이 대폭 개선되었습니다. 물론 챗GPT만 가지고 개선했다고 하면 거짓말입니다. 본래 사용하던 도구나 업무를 챗GPT로 개선할 방법을 조금씩 구축한 결과죠. (덧붙이면 글쟁이 자존심이 있어서 절대 글쓰기를 챗GPT에 맡기진 않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간극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IT 전문 출판사에 있다보니 언제나 책을 끼고 살고 있고, 최근 챗GPT 책 정말 많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대부분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거나 단순히 질문해서 아이디어 도출, 요약하기, 나열하기와 같은 인풋 → 아웃풋으로 끝나는 예제들만 가득합니다. ‘120가지 유용한 질문’ 같은 것들 말이죠. 그런데 저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챗GPT를 활용한 적이 없습니다. 또한, 작업 프로세스 중간중간 챗GPT를 활용했기 때문에 대부분 문제가 한 번에 해결되기 보다는 문제해결하는 구간마다 챗GPT를 응용해야 의미 있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결론은 그냥 제 경험 중 그나마 입문자들이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내용으로 책을 내보자, 그렇더라도 충분히 챗GPT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많은 분의 고민은 덜어드릴 수 있겠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회사에 말했습니다.

“제가 챗GPT 책 쓰겠습니다.”

왜 실용서를 썼나요?

아마 오랫동안 제 글을 봐주신 구독자분들 중 제가 책을 냈다는 말에 보셨다가 “왜 트렌드서가 아니라 실용서를 냈어요?”라고 묻는 분이 계실 수 있습니다. 사실 트렌드서 쓰고 싶죠. 단지 아직은 많은 분이 3~5년의 앞날보다는 직면한 지점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먼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책을 쓰기 전에 생각나서 2016년에 썼던 ‘인공지능이 절대반지를 만들 것이다’를 다시 읽어봤습니다. 트랜스포머가 공개되기도 전에 썼던 거죠. 주된 내용은 이렇습니다. IBM이 본 아뻬띠(Bon Appetit)와 제휴해서 ‘셰프 왓슨과 함께하는 인지 요리(Cognitive Cooking with Chef Watson)’라는 요리책이 출간되었는데, 이처럼 인공지능이 내놓은 결과물을 인간이 검증하는 지점이 곧 온다면 그 순간 인류는 벗어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겁니다.

당시 글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AI에 대한 불신과 그 지점이 너무 멀었기 때문에 망상 같은 얘기라는 의견을 많이 주셨습니다. 당연히 오랫동안 칼럼을 써왔기 때문에 망상으로 적은 글은 아니었고요, 불과 10년도 되지 않아서 인류가 AI로부터 벗어나기 어려운 지점에 도달했습니다. 아마도 당시 댓글로 의견을 주셨던 분들도 지금은 생각이 많이 달라지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이제 AI가 절대반지가 아니라 세상을 창조할 것 같아요.”라면서 트렌드서랍시고 쓰면 다시 “아직 멀었다.”라는 의견을 많이 주시겠죠.

그래서 우선은 제가 피부로 느낀 것들을 최대한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예제로 모아서 전달부터 드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연일 챗GPT 얘기가 나오는 와중에도 아직 챗GPT가 무엇인지 모르시는 분도 많이 계십니다. 그분들까지 포용할 수 없는 수준이라면 과연 그걸 트렌드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아무튼 그런 다짐으로 실용서를 먼저 쓰자는 결론에 이르렀고, 위에서 말한 것처럼 제가 활용해본 사례 중 그나마 보편적으로 유용하다고 느낄만한 것들을 골라서, 복사/붙여넣기 정도로 끝낼 수 있는 것들로 추렸습니다. 모으고, 쪼개고, 붙이니 대략 50개가 나오더라고요. 마음 같아서는 더 많은 예제를 넣고 싶지만, 책의 가격이나 두께, 독자가 느낄 피로감까지 고려해야 하므로 그럴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재미있게 실습할 수 있게 준비했고, 제 바람은 실용서를 시작으로 트렌드서까지 쓸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책이 정확히 어떤 건가요?

오대리라는 저를 빙자한 가상의 직장인이 챗GPT를 업무에 활용한다는 컨셉으로 51가지 예제를 소개 및 실습해보는 책입니다.

플러그인 설치나 코딩 없이 챗GPT를 활용하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도 필요 없습니다. 복사/붙여넣기로 챗GPT를 응용할 수 있게 가이드하므로 책을 다 읽고 나면 자신의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직접 찾고, 응용하실 수 있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4명의 편집자가 달려들어서 모든 실습을 직접해보고, 검토했습니다.

저는 곧 챗GPT가 업무 도구에서 엑셀 같은 위치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좀 더 자세하게 덧붙이면 LLM API 자체가 업무 도구를 다음 단계로 옮겨놓을 테고, 그 중심에 챗GPT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늦어도 내년 1분기 안으로요. 그 전에 미리 AI를 활용한 개인의 생산성 극대화를 경험해볼 수 있게 준비했으니 재미있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런데 왜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 필요하지 않나요?

“챗GPT를, LLM을 잘 쓰려면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 필요한 것 아닌가요?”

작년 초에 가장 많은 기고 의뢰를 받은 게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입니다. 정말 리서치를 많이 했고요, 제 결론은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은 끝내 사라질 거고, 이 영역은 일반 사용자가 익혀야 하는 게 아니라 메이커가 인터페이스와 상호작용으로 개선해야 하는 부분이라는 거였습니다.

좀 더 쉽게 말하면,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은 기존의 파인튜닝 등 모델을 조정하는 방법을 자연어로 일부 대체한 것입니다. 그게 가능해진 이유는 모델이 엄청나게 커졌기 때문이고요. 그래서 기고할 때도 의뢰자분들께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내용을 넣으려면 미세조정도 같이 설명해야 한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초기라 그렇고,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 더 발전하면 필수적인 게 되지 않나요?”라는 질문을 받을 뿐이었죠. 달리 말하면,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으로 모델이 원하는 걸 다 해낼 수 있으면 뭣하러 AI 엔지니어가 미세조정할 필요가 있는 걸까요?

메이커의 관점에서 AI 서비스를 최대한 많은 사용자가 이용하게 하려면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기법이라는 게 인터페이스가 되면 안됩니다. 그건 AI를 조정하는 방법의 일부일 뿐 일상적인 자연어가 인터페이스여야 하고, 조정된 AI가 최종 사용자에게 전달되어야 하죠. 그런 이유로 챗GPT도 자연어를 더 잘 인식하는 쪽으로 발전하고 있지, 복잡한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라는 걸 해야 쓸 수 있는 요상한 걸로 업데이트되고 있진 않습니다. 실제 4o로 업데이트된 후 자연어를 인식하고, 처리하는 성능은 주제, 맥락 같은 걸 크게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이 되었고요.

하지만 정말 많은 챗GPT가 도서가 여전히 질문하는 방법,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기법 따위를 설명하는 데에 치중합니다. 맞아요. 프롬프트 엔지니어나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말은 아닙니다. 예컨대, GPTs를 커스텀하려면 프롬프트를 신경써야죠. 다만, 그걸 일반인이 이해해서 써먹어야 하는 신세계의 무언가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뇨, 제가 주구장창 기고하면서 느낀 건 절대 아닙니다. 그것보다는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가 저는 더 유용하고, 중요하고, AI 격변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되는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조정한 모델, 인간과 AI의 상호작용을 마땅히 디자인한 서비스들이 현재의 웹/앱 생태계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면 더욱 일반 사용자가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 필요할 일은 없어지리라 생각합니다. 실제로 수많은, 좋은 메이커분들이 AI와 인간의 상호작용을 개선하기 위한 인터페이스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요.

내용이 들어가면 더 잘 팔리는 책이 될지도 모르겠죠. 하지만 오래가지도 않을 내용을 굳이 독자분들의 뇌에 저장하게 하고 싶진 않았습니다. 그래서 과감하게 빼고, ‘그냥 쓰는 챗GPT’라는 기조를 책에 담아봤습니다.

오랜만에 책을 쓴 소감은 어떤가요?

좋습니다. 골든래빗의 많은 지원 아래에 책을 낼 수 있게 된 것도 있지만, 그간 글쟁이로 활동한 덕분에 이번에는 흑역사가 아닌 잿빛역사 정도는 될 것 같아요. 앞으로 무지개빛이 되도록 더 열심히 활동하고자 합니다.

왜 글 안 쓰시나요?

2023년 회고에서 2월에는 글 쓰겠다고 했는데, 죄송합니다. 앞서 설명드린 것처럼 단발성으로 글쓰기 보다는 주기적으로 발행할 수 있게, 그런 환경을 만들려고 노력 중입니다. 사실 책보다, 외부 기고보다 맥갤러리에 발행하는 글을 작성하는 시간이 훨씬 오래 걸립니다. 오랫동안 구독해주신 독자분들의 눈높이도 있고, 실망스러운 글보다는 그래도 조금이나마 제 인사이트를 전달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은 욕심이 큰거죠.

제가 글을 쓰게 만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사실 <이게 되네? 챗GPT 미친 활용법 51제>가 정말 많이 팔리면 됩니다. 그러면 더 많은 독자분과 마주해야 할 의무가 생기기 때문에 강제적으로라도 글을 쓰게 될 겁니다. 농담입니다.

현재 제 우선순위에서 가장 중요한 건 골든래빗이 안정적으로 성장해서 굴지의 IT 출판사가 되는 거고요, 매년 2배 이상 성장 중이므로 늦어도 2~3년 안으로는 최고의 IT 출판사 중 하나가 될 겁니다. 이 우선순위를 달성한다면 그간 더 도를 쌓은 인사이트를 구독자분들과 다시 나누고 싶습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사실 건강 문제도 조금있긴 합니다 하하)

그럼 당장 책을 200권씩 사서 글 쓰실 수 있게 해드릴 테니 책 어디서 사면 되나요?

농담이었는데, 구매해주신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바로 아래 구매처 링크입니다. 현재는 예약 판매 기간이고, 오는 15일부터 발송을 시작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교보문고: https://bit.ly/4eEreH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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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라딘: https://bit.ly/45K97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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