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의 귀환

<머나먼 실리콘밸리 은하계 취업기>는 6가지 파트로 구성되었습니다.

• Part 1. 보이지 않는 미래의 위험
• Part 2. 스펙 클론의 습격
• Part 3. 이력서resume의 복수
• Part 4. 새로운 희망, 리크루팅 시즌
• Part 5. 인터뷰 제국의 역습
• Part 6. 자존감의 귀환 (본문)

긴 인터뷰 여행을 마치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 다시 학교생활에 치중해 바쁘게 지내는 와중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리크루터였다. 정식으로 합격을 알리는 오퍼 레터(Offer Letter)를 주고 싶다는 얘기를 꺼냈다. 기쁜 마음을 가라앉히고 종이와 펜을 꺼내 세부사항을 받아 적기 시작했다.

그래서 우리 오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굉장히 당황스러운 질문이다. 어떻게 생각하냐니, 합격한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해서 지금 당장 사인하고 싶은 기분이다. 설령 그런다 해도 큰 문제가 있는 건 아니지만, 장기적 커리어를 생각했을 때 절대로 바로 오퍼를 받으면 안 된다. 붙은 회사가 일순위였든, 오퍼가 이미 기대치를 뛰어넘었든지 간에 무조건 협상을 하자. 자칫하다 잘못되는 게 두렵거나 욕심을 부리는 것 같아 죄책감을 느껴 주저하는 취준생들에게 이 블로거는 이렇게 조언한다: 닥치고 협상해.

“다른 회사들하고도 이야기 중이니 며칠 지나고 결정해도 돼?”

현명한 대답이었다. 이제 인터뷰 내내 바닥을 기던 나의 자존감을 일으켜 세우고 협상negotiation을 시작해보자.

서서히 깨어나는 나의 자존감

취업은 그저 하나의 계약일뿐

아무것도 아닌 대학생이 커다란 기업을 상대하는 것이 가능할까? 협상을 하기 전에 취업의 개념을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 회사가 나의 노동과 시간을 돈으로 사는 것이다. 결국 하나의 계약이고, 쌍방향으로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회사 입장에서 조금 더 생각해보자. 인력은 정말 중요한 리소스이다. 특히 요즘 미국은 테크 산업이 너무 치열해 좋은 엔지니어를 찾는 것이 정말 어렵다. 그러니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해 리크루팅을 하는 것이다. 근데 어렵게 찾은 합격자가 다른 회사를 가려고 한다면 어떨까? 돈을 조금 더 주더라도 뺏기고 싶지 않을 것이다. 회사는 생각보다 나를 절실히 원한다. 이 점을 생각한다면 우리는 좀 더 대담해질 수 있다.

협상을 할 때 기억해야 할 6가지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대학생 신분으로 커다란 기업을 상대하는 법. 침착하게 이 6가지를 따르면 된다.

  1. 오퍼의 모든 내용을 기록하자
  2. 리서치를 하자
  3. 긍정적인 자세를 유지하자
  4. 항상 여지를 남겨두자
  5. 요구를 확실하게 전달하자
  6. 친절하게 결과를 통보하자
대망의 마지막 대결

1. 오퍼의 모든 내용을 기록하자

하나의 오퍼에는 다양한 요소들이 있기 때문에 우선 모든 부분을 세세하게 기록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전화로 통보받았다면 이메일로 공식적인 오퍼 레터를 보내달라고 부탁하자.

또 모든 옵션을 고려할 수 있게 다른 오퍼들도 어서 받아두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오퍼를 준 회사에게 넉넉한 offer deadline를 얻어내고 (보통 3주가 기준이다) 인터뷰를 진행 중인 다른 회사들에게 deadline이 생겼다며 빠른 진행을 부탁하자.

모든 오퍼 레터를 다 받아냈다면 이제 각 오퍼의 주요점들을 파악해보자.

Base Salary

현금으로 받는 보상. 대부분 사람들이 연봉을 말할 때 base salary를 말한다. 각 주마다 세금이 다르니 이 사이트로 세금 후 값을 계산하자. 예를 들어 샌프란 회사의 연봉이 시애틀 회사보다 높다 해도 시애틀은 주 소득세가 없기 때문에 세금을 계산하면 시애틀 회사에서 받는 월급이 더 높을 수 있다.

Equity

회사 주식으로 받는 보상. 보통 3–4년 동안 나눠서 받게 된다. 상장을 안 한 경우 받는 주식의 근사치를 낼 수 있게 리크루터에게 지금 기업가치를 물어보면 된다. (성공을 한다면 그 가치가 훨씬 높아진다는 사실도 고려하자)

Signing Bonus

계약서를 서명하거나 일을 시작하게 되면 받는 현금 보너스.

Relocation Fee

회사 지역으로 주거지를 옮길 수 있게 지원해주는 보상. 보통 두 가지 옵션을 준다. 비행기표/임시 숙소비/이사 비용을 전부 다 보상받는 package 옵션이거나 정해진 금액을 현금으로 받는 lump sum 옵션이 있다.

Benefits

직장 복지 제도.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있겠지만 대표적인 것을 뽑자면 PTO (Pay time off) 개수, 401k, 건강보험. 그래도 제일 중요한 건 공짜 점심을 주는지.
PTO는 휴가를 뜻하는데 보통 일년에 삼주 정도 되고, 스타트업이나 진보적인 회사는 무제한으로 제공해주기도 한다.
401k는 미국의 은퇴연금이다. 직원이 연금을 넣을 때 회사도 n%를 같이 넣어주는데, 이를 Match라고 한다.

공짜 간식으로 설득당하고 있는 Ewok

인터넷에서 오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때 TC라는 이니셜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는 Total Compensation를 뜻한다. 계산법이 정해진 건 않지만 대충 Base + Equity / yr + Signing Bonus로 어림잡으면 된다.

2. 리서치를 하자

나의 오퍼가 상대적으로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알아두면 협상을 얼마만큼 해야 하는지 어림잡을 수가 있다. 2018년에 미국 대표 공대에서 졸업한 학생의 평균 연봉을 보면 MIT 컴퓨터 소프트웨어과는 $114,144, 카네기멜론 컴퓨터 사이언스과는 $113,630, 버클리 컴퓨터 사이언스과는 $107,302이다. MIT의 최대 연봉은 $160,000, 카네기멜론은 $150,000였다.

대기업은 직급에 따라 연봉/주식/보너스의 범위가 다 정해져 있다. Levels.fyi를 보면 각 대기업에서 받은 오퍼가 얼마인지 볼 수 있다. 지역과 경력에 따라 값이 많이 다르니 “View a few data points”를 통해서 나와 비슷한 상황의 오퍼를 비교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단순한 평균 수치보다 회사의 질적인 면을 알고 싶다면 Glassdoor이나 Blind를 추천한다.

3. 긍정적인 자세를 유지하자

협상은 “계약이 마음에 들지 않아”를 전제하고 있지만 이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는 열정은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이 좋다. 리크루터는 오퍼를 수락하는 비율로 내부적인 평가를 받기 때문에 이 지원자가 회사에 오고 싶다는 것을 못 느낀다면 애초부터 큰 투자를 안 할 것이다.

4. 항상 여지를 남겨두자

협상을 할 때는 진전은 만들되 항상 또 다른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 중요하다. 리크루터가 계속해서 확답을 얻어내려고 할 때 최대한 회피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다른 회사에는 더 높은 X의 연봉을 준다고 해서 고민이 돼”라고 말한다면, 리크루터는 “그러면 X+5000를 주면 우리랑 계약을 할 거야?”라고 물을 것이다. 이렇게 나를 특정 숫자에 묶어두려 한다면 다음 대답 중의 하나로 (긍정적인 자세를 유지한 채) 회피하면 된다.

  • 연봉은 마음에 드는데 다른 요소들도 종합적으로 고려해봐야 해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
  • 나는 너무 좋은데 지도 교수하고 부모님에게 함께 이야기를 해봐야 돼.
  • 너의 오퍼로 많이 기울고 있는데 다른 회사 하고도 한번 얘기해볼게.

내가 가장 많이 쓴 카드는 부모님 카드이다.

5. 요구를 확실하게 전달하자

확답은 회피하되 내가 원하는 것과 그 이유를 확실히 전달하자. 나를 얻기 위해서는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친절하게 알려주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다른 회사가 여기랑 연봉을 비슷하게 주는데, 세금까지 계산하면 너희 회사 연봉이 훨씬 적더라고.

스타트업 회사가 주식을 Y 주기로 했는데 나중에 가치 훨씬 높아질 것 같아. 너희 회사는 그만큼 성장할 거 같지 않고. 5년 후를 생각해서 주식을 좀 더 받을 수 있을까?

한국에서부터 짐을 옮겨야 돼서 이사비용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들 것 같아. Relocation fee나 signing bonus를 올릴 수 있을까?

이렇게 요구사항을 확실하게 말함으로써 리크루터는 최종 계약과 한걸음 더 나아간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6. 친절하게 결과를 통보하자

여러 대화를 통해 원하는 오퍼를 받아냈다면 이제 마음의 결정을 내릴 시간이다. 안타깝게도 거절을 해야 하는 회사가 생길 것이다. 중요한 건 Don’t burn the bridge-관계를 완전히 망치지 마라. 나중에 거절했던 회사로 이직할지, 아니면 그 리크루터를 다른 곳에서 만날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긴 지원 과정 동안 나를 위해 시간을 써줘서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자. 아마 리크루터는 “마음이 바뀌면 언제든지 얘기해”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리고 선택을 받은 회사. 바로 나의 첫 커리어를 쌓아갈 회사이다. 설령 원하는 회사에 들어가지 못했더라도 취업기간을 통해서 엄청난 성장을 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아쉬움을 남는다면 이를 발판으로 더 열심히 커리어를 쌓으면 된다. 이제 취업기간 받았던 스트레스에 벗어던지고 오퍼 레터를 서명하자. 그리고 앞으로 몇 년을 함께할 회사에 이 기쁜 소식을 알리자.

취뽀를 알리는 Death Star의 폭발.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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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쯤 대학 졸업을 앞둔 저는 미국 테크 회사에 취업을 도전했습니다. 샌프란에서부터 시애틀, 뉴욕까지 40여개 회사에 지원하고 인터뷰를 보러 돌아다녔습니다. 소위 실리콘밸리라고 말하는 미국 테크 커뮤니티. 그들은 누구에게 문을 열어주는 것일까요? 그들의 남다른 직업의식은 어디서 오는 걸까요? 프로그래밍 입문부터 계약 서명까지, 실리콘밸리 취업의 모든 과정을 이 책에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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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n D Kim

Sean D Kim

Software Engineer @ Microsoft Azure Compute — To be or not to be. That's not really a ques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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