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 예찬』 — 껍질을 까고 바라본 남녀 관계

이지필

『불륜 예찬』

제목만큼이나 가벼운 책이였다면, 감상문 따위까지 쓸 생각이 들지는 않았으리라. 이 책은 진지한 책이다.(저자가 철학자이다.) “불륜”은 단어 자체가 윤리적 판단을 담고 있다는 점에는 참으로 고약한 단어다. “외도”라는 단어를 쓰는 것이 보다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멋진 사랑이란 섹스와 애정, 파트너 관계가 하나의 통일체로서 탄탄하게 결합된 것이라고 볼 수 있지만 실생활에서 이런 경우란 그리 흔치 않다.

멋진 척 하기는 쉽지만, 현실이 멋진 경우는 드물다. “섹스”, “애정”, “파트너 관계”라는 삼박자 중에서 한 박자 정도는 시간에 따라 어긋날 수도 있고, 좀 심하면 세가지 모두 삐걱 거릴 수도 있다. 사람관계를 언어적으로 세가지로 해부하고, 하나 하나 점수를 매길 수는 없지만 세가지 중에서 변함없이 가져 갔으면 하는 것을 순서대로 꼽는다면 “파트너 관계”, “애정”, 그리고 “섹스”가 아닐까?

상대를 독점하려는 욕구는 오히려 서로의 관계를 약화시킬 수도 있다. 상대를 자신의 곁에 단단히 붙잡아놓으려고 할수록 상대는 더 멀어질 수도 있으며, 자신의 굳건한 사랑을 고백할수록 사랑의 기회는 더 줄어들 수 있다

“하지 말아야 할 것”만 지키면 영구히 지속되는 관계를 원하는 것은 회사에서 해야할 일은 하지 않으면서, 해고 조항 만을 피하며 종신고용을 바라는 것과 같다.

결혼의 한 가지 매력은 부부 두 사람 모두에게 반드시 기만적인 생활이 필요해진다는 거야.

- 오스카 와일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형식이 분명 본질에도 영향을 미치지만, 본질이 결여된 형식에서는 아무런 가치도 찾아볼 수 없다. 아무도 슬퍼하지 않는 장례식 같은 기만적인 시간을 인생에 채울 뿐이다.

너는 네가 길들인 것에 언제까지나 책임이 있지. 너는 네 장미꽃에 책임이 있어.

- 생텍쥐페리 『어린왕자』

모든 관계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말에 동의한다. 장미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것에 다른 장미에 눈을 돌리지 말아야 하는 것을 포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쳐다봐 주고, 가뭄에 물을 뿌려주고, 찬 바람이 불면 바람을 막아주는 것이 본질이며 그러면서 나도 길들여 지는 것이다.

이 책은 “외도”를 찬양하지 않는다. “외도”를 하고 안 하고의 형식 문제를 찬양하거나 매도하는 것은 가짜 윤리학자들이 할 일이다. 껍데기를 까서 안에서 남녀관계를 바라보는 책이다. 지루하지 않으며 재미마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