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데이터 스터디 3번 피벗한 이야기

해경
오일나우 팀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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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이해관계자와 협업하기'라는 주제로 세션을 하고 왔습니다. 그때 제 자신의 커리어를 ‘3명 몫 하는 마케터’에서 ‘해경님이랑 함께 일하면 다들 일을 잘해’라고 변경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작년엔 “나 혼자 어떻게 일을 효율적으로 잘할 수 있을까!” 에서 “어떻게하면 다같이 일을 즐겁게 잘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사내 스터디 운영이었는데요. 이 스터디는 벌써 3번이나 운영 방법을 바꿨습니다.

[절대스터디]을 찾기 위한 여정…

“우리 스터디는 언제쯤 정착할 수 있을까"면서 팀원들과 우스갯소리를 하다가, 근데 이거 사내에서 스터디 운영하시는 분들은 다들 겪는 문제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3년 가까이 스터디를 운영하며 어떤 문제가 있었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형태를 바꿨는지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팀원들의 역량을 함께 성장시키고 싶은 열정적인 분이 이 글을 읽는다면 ‘이런 식으로도 사내 스터디를 운영할 수 있구나!’라는 간접경험이 되시길 바랍니다!

2020년 7월부터 2년 8개월동안 [오일나우 데이터 스터디]는 이렇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 목적 : 팀원들의 Amplitude, SQL을 활용한 데이터 추출, 데이터 해석, 데이터 인사이트 도출 연습
  • 운영 방법 : 주 1회, 수요일 9시부터 10시까지 출근 전 1시간동안
  • 참여 인원 : 현재 6명 (PM 1, 엔지니어 2, 마케터 1, 사업기획 2)
  • 자랑스러운 점 : 오일나우 팀원 50% 이상은 데이터스터디를 참여한 경험이 있음

스터디를 시작한 계기

오일나우는 20명도 되지 않는 작은 팀인데요. 앱에서는 다양한 서비스와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동시에 프로젝트들이 진행되고, 리더가 모두 의사결정을 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각 팀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합의를 하며 의사결정을 해야하는데요. 이때 팀원들이 의사결정을 잘할 수 있고, 그 의사결정에 좋은 피드백을 줄 수 있는 도구가 필요한데, 저는 그 도구 중 하나가 데이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팀에 합류했을 때, 저는 마케터였지만 데이터 분석 툴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2019년부터 GA, Amplitude, Mixpanel과 같이 고객 액션데이터를 보고 분석할 수 있는 툴을 설치하고 이벤트 택소노미를 설계하는 일도 했습니다. 데이터가 없으면 ‘목소리 큰 사람'의 결정대로 가기 쉽고, 팀원들과 마음을 모아 한 방향으로 가기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스타트업에서는 보통 GA를 가장 먼저 설치하잖아요, 근데 2019~2020년의 GA는 웹 분석에 최적화 되어 있고, 앱 분석은 파이어베이스 이용을 권장했어요. 하지만 파이어베이스는… 당시에 자료도 별로 없고…. 구렸습니다…(;;) 수소문해서 구글코리아의 파이어베이스 담당자분께 강의를 해달라고 요청해서 파이어베이스 강의도 들었는데… 쉽지 않더라구요.

그러다보니 다시 GA를 썼는데 당시 GA 책/강의는 웹 환경을 기준으로 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GA 강의를 들으면서 GA를 고쳐서 어째저째 앱 분석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지만, 솔직히 너무 어려웠고 모든 팀원들이 결국 데이터를 보려면 저에게 물어봐야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너무 비효율적이었어요.

그때 AB180 행사장에서 Amplitude를 시연을 했는데 완전 직관적이었어요. 그래서 나말고 모든 팀원들이 알아서 쓰려면 이 툴이 적합하겠다! 라고 생각해서 2020년에 도입을 했습니다. 그리고 2020년에 amplitude scholarship을 통해 풀버전을 1년동안 무료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추후 mixpanel도 써봤는데 오일나우는 과금정책에서 amplitude가 더 유리해서 쓰고 있습니다)

amplitude 쓰시는 분들은 공감하시겠지만, 유료 버전은 정말 좋은 차트들이 많습니다. 근데 허들이 좀 있습니다. 당시엔 한국어 아티클이 잘 없어서 직접 뜯어봤어야하는데, 그걸 뜯어보고 공부하는 시간을 내기가…. 우선순위가 자꾸 낮아지더라구요. 근데 scholarship을 쓸 수 있는 시간이 흘러가는게 너무 아까운거에요 ㅋㅋ 그래서 유료버전을 좀 잘 써보자! 이거 유효기간 끝나기 전에 우리가 뭔가 인사이트를 내보자! 하면서 데이터스터디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요약 : 앰플리튜드 뽕을 뽑고자 시작한 스터디)

데이터스터디 시즌1. Amplitude 잘 쓰기

그래서 시즌 1의 목표는 팀원들이 Amplitude를 자유자재로 쓰는 것이었어요. 일을 하다가 궁금한게 생기면 “여기서 뭐 봐야하지? 검색해도 안나오네 이거 어쩌지?" 라며 당황하는게 아니라, “아 이거 퍼널에서 보면 되겠다!”라며 바로 앰플리튜드를 잘 쓸 수 있도록 말이죠.

그래서 처음엔 업무시간에 찾아볼 시간이 없었던, 개인적 호기심에 근거한 데이터 추출과 해석을 위주로 진행했습니다.

처음에는 재미있게 진행했는데… 갈수록 반복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찾고 싶은 주제가 금방 고갈되는거에요. 팀원들이 스터디 시간에 와서 ‘아 오늘은 뭐 찾아보지…’ 라며 주제에 대한 고민을 하는게 길어졌어요. “해경님 저는 주제 고민하다가 시간이 없어서 끝났어요"

스터디 시간이 1시간이라 시간이 짧거든요. 시간을 더 늘리는 방법도 고민했지만, 부담이 되면 이 스터디가 장기적으로 지속될 것 같지 않았어요. 저는 스며들듯이 데이터를 매주 보고 익숙해지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최대한 1시간 내 효율적인 스터디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시즌2는 ‘스터디 주제를 미리 생각하고, 스터디 시간엔 분석만 알차게 하자!’를 목표로 잡았어요

시즌2. 가설을 미리 생각하기

스터디 시간이 1시간밖에 안되니까 컴팩트하게 분석만 딱 진행하자! 라는게 목표였어요. 업무하다가 궁금한 주제가 있으면 스터디 보드에 올려두면 되니 소재 고갈도 적었어요.

각자 50분동안 데이터분석을 하면 10분동안 각자가 진행한 데이터 분석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 받았어요. 그런데 이 피드백을 주고 받으면서 또 문제가 생겼습니다. 왜냐면 ‘데이터를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대한 경험과 지식의 차이가 컸어요. (데이터 분석을 제대로 배운 사람이 없다보니 추측이 난무하는 해석이었죠) 그러다보니 누가 데이터를 어떻게 보는지에 따라 결과도 달라지고, 실수들도 많았어요.

저는 잘못된 데이터 해석을 하고 깨닫는 것도 시행착오라고 생각해서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방식을 변화할 필요성을 처음에는 못느꼈어요. 하지만.

우리가 일주일에 한시간씩 모여서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이게 정말 의미있는 시간인가? 영 엉뚱한 분석을 하고 있는거 아닌가? 이런 고민들이 팀원들에게 나오기 시작했어요. 팀원들이 공감하지 못하는데 계속 제가 옳다는 방향으로 가는 것도 아닌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그 다음엔 아예 데이터 기초를 공부해보기로 했습니다.

코로나 시국에도 멈추지 않았던 데이터 스터디!

시즌3. 함께 데이터 책 읽기

책을 읽고 각자의 느낌을 공유했어요

시즌3에서는 책 2권을 다 같이 읽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책 읽어와서 이야기 나누기보다, 함께 모여서 책을 읽었습니다. 책 읽어오라고 하면 책을 안 읽은 분은 스터디를 결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생각했습니다 🤣 부담을 낮춰서 최대한 참여를 독려하려고 했어요.

첫번째 책은 ‘데이터 분석가의 숫자유감'이었는데, 저희처럼 스타트업에 근무한 데이터분석가님이 쓰셨습니다. 직장인들이 데이터를 볼 때 자주하는 실수들, 착각하는 개념들을 제대로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잘못하고 있던 것들, 어떻게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같이 책을 읽어서 그 부분을 다같이 공감할 수 있었다는 점도 좋았어요. 개인만 깨닫고 그걸 다 전파하려면 힘들텐데, 동시에 같은 소회를 느끼는게 저는 좋았습니다.

그리고 ‘잘못하고 있는 건 알겠는데, 그럼 처음부터 잘하려면 어디서부터 A를 해야하는거야?’라는 공감대도 생겼습니다. 그래서 책을 한권 더 읽기로 했고, 그 책은 데이터 분석의 기초를 시작할 수 있는 내용으로 골랐습니다.

데이터 문해력이라는 책인데, 일본 작가님이 쓴 책을 번역한 책이라 매끄럽진 않았습니다. (책 읽으면서 이거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몇번 저희끼리 토의도 했었어요 ㅋㅋㅋ)

저는 이 책이 엄청 좋았는데 그 이유는 어떤 문제를 볼지 정의하고, 가설을 세우고, 결과를 보고, 결론을 내리는 프로세스가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무작정 데이터분석해야지! 라고 뛰어들고 어디서부터 어떻게하지? 일단 데이터부터 보자! 이렇게 시간을 낭비하는 습관을 잡아줬던 책입니다.

책을 읽는 스터디의 장점은, 새롭게 스터디에 참여하시는 분들과 속도를 맞출 수 있는 점이었습니다. 중간에 들어오셔도 앞부분 책을 미리 읽어오시거나, 새 책이 시작할 때 합류하면 되니 합류시점도 편하고, 다같이 공부하는 내용이니 각자의 레벨이 달라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어요.

이때부터 데이터 스터디의 새로운 문화가 시작되는데… 바로 스터디를 하며 간단한 아침을 함께 먹는거였습니다. 새롭게 스터디에 합류한 윤정님이 스터디원을 위해 호빵과 우유를 사오시면서 시작했는데요. 1년 넘게 운영하면서 한번도 없었던 일이라 저는 좀 충격적이었습니다. 새로운 시각을 가진 사람이 합류하면 이렇게 더 나아질 수 있구나! 라는 걸 느꼈던 계기이기도 했어요.

처음엔 우유, 빵으로 시작하다가 다들 열정이 넘치셔서 맥모닝도 주문하고, 마켓컬리로 과일과 시리얼과 우유가 배달되기 시작했어요 ㅋㅋㅋ 너무 좋고 재밌지만 개개인 부담도 커지면 지속하기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로이님(대표님)께 ‘아침마다 업무를 위해 공부하는 팀원들을 위해 소정의 간식비를 지원해달라' 라고 요청했고, 취지에 동감하셔서 간식비를 지원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책을 두권이나 읽으니 이제 다시 팀원들이 ‘데이터 분석을 좀 하고싶다!’라고 의지가 타올랐습니다. 시즌3에 합류한 분들은 ‘데이터 분석은 언제해요?’라고 질문하시기도 했어요. 그래서 시즌4는 이 내용들을 적용해서 다시 개별 분석을 시작했습니다.

시즌4. 문제 정의와 가설 정의 트레이닝.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점을 적용해서 새로운 데이터 분석 방법론을 시도해봤습니다. 이전에는 각자 머리속으로 ‘이게 문제지 않을까?’하며 다짜고짜 데이터를 추출했고, 그러다가 ‘아 이걸 보는게 아니네', ‘가설을 잘못 설정했네'라는 결론이 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데이터 분석이 어렵다는 인식이 쌓이고, 자신감도 떨어지기도 했어요.

책을 읽으면서 ‘문제정의와 가설 수립 단계가 중요한데 그 부분을 소홀히했다'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시즌 4는 데이터 추출과 해석보다 문제를 정의하고 구체화하는 트레이닝을 하고 있습니다. 이걸 잘해야 데이터 분석이 빠르고 쉬워지더라구요. 오일나우가 더 커서 데이터분석가분이 오신다면, 그땐 저희가 더 정확한 요청을 할 수도 있을거구요

이때 굉장히 유익하게 보고, 팀원들에게 설명하기 쉬웠던 자료가 있었는데 2022 데이터야놀자에서 오세규님이 진행하셨던 세션이었습니다. 분석을 위해 문제를 어떻게 정의하고, 얼마나 구체화해야하는지 예시를 들어주셔서 저희 같은 데린이들에게 너무 유용했어요.

그래서 문제를 떠올리고, 그 문제를 차근차근 구체화하는 템플릿을 만들었습니다. 각자 템플릿을 작성하는 속도가 확실히 시간이 갈수록 빨라진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리고 데이터 분석을 하다가 뭔가 이상함을 느끼면, 어떤 단계에서 정의를 잘못한 건지 빨리 되돌아가서 찾을 수 있더라구요.

이 방식대로 진행하니 한가지 어려웠던 점은 누군가가 코칭을 해야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스터디원마다 데이터 구조에 대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템플릿을 써내려 나가면서도 각자 허들이 달랐어요. 그래서 시즌4에서 저는 팀원들의 개별로 궁금한 점을 들어주고, 어려운 점을 같이 고민하면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의 간식은 자취생을 위한 과일시리얼이었어요

소소하게 사내 스터디를 운영하고 있는 이야기였습니다. 매주 1시간, 업무와 느슨한 연결점을 가지면서 자유롭게 사고하고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있는 것도 좋더라구요. 영감과 재미, 두마리 토끼를 잡아가면서 앞으로도 계속 피벗할 생각입니다! 또 재미있는 스터디 방법이 나오면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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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없는 운전을 만들고 있습니다. 오일나우가 궁금하다면 저에게 연락주세요! hk@oilnow.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