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이지캠페인] 우리는 이렇게 택시를 탄다

택시 경험 설문조사, 결과를 알려드립니다

우주인들의 수다에서 우연히 발견된 질문들. ‘남자와 여자의 택시 경험은 다를까?’, ‘그 다름이 불쾌함과 두려움을 동반한 다름이라면 함께 해결책을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이 질문들에서부터 크레이지캠페인의 설문조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우리는 어떤 결과를 얻게 되었을까요?

40여 명의 남/여가 고백한 ‘나의 택시 경험’

3월 22일부터 28일까지 일주일 동안, 2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우주인들(또는 예비우주인들) 40명이 설문에 참여하였습니다. 이 중 여성은 21명, 남성은 19명이었습니다. 웹과 모바일을 통하여 설문지가 작성되었습니다.

택시에서 불쾌한 경험이 있어요

첫 번째 질문은 ‘택시를 이용하면서 불쾌함을 느낀 경험이 있나요?’라는 것이었습니다. 응답자 40명 중 35명이 ‘택시에서 불쾌한 경험이 있었다’고 응답했습니다. 없다고 답한 사람은 여성 2명, 남성 3명이었는데, 여성들 2명 모두 ‘불쾌한 적은 없지만, 난폭 운전으로 인해 위험하다고 느낀 적은 있다’고 대답했고, 남성 2명은 ‘불쾌한 적은 없지만 담배 냄새가 문제’라고 답했습니다. 40명 중에서 1명을 제외한 39명이 택시를 이용하며 불쾌하거나 문제를 느낀 경험을 가지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우리를 불쾌하게 하는 것들 : ‘지나친 말 걸기’와 ‘공격적인 반응’, ‘난폭운전’

‘택시의 어떤 환경, 또는 기사님의 어떤 행동이 불쾌하게 느껴졌나요?’ 두 번째 질문에서는 구체적인 경험을 물었습니다. 객관식이 아닌 주관식으로 자신의 경험을 서술하도록 했는데, 질문에 대한 자신의 택시 경험을 하나가 아닌 여러 개를 써낸 응답자들이 많았습니다.

남성들은 23개의 경험을, 여성들은 39개의 유의미한 경험들을 서술했습니다. 이 경험들은

  • 택시의 물리적 환경
  • 난폭운전
  • 공격적인 반응
  • 지나친 말 걸기
  • 반말하기

등의 다섯 가지 카테고리로 나뉠 수 있습니다.

남성들의 불쾌한 경험은 ‘난폭운전’(7건), ‘지나친 말 걸기’(6건), ‘택시의 물리적 환경’(5건), ‘공격적인 반응’(4건), ‘반말하기’(1건) 순이었습니다.
반면 여성들의 경험은 ‘지나친 말 걸기’(14건), ‘공격적인 반응’(13건), ‘난폭운전’(6건), ‘반말하기’(4건), ‘택시의 물리적 환경’(2건)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좀 더 들어가 보기 : 같은 카테고리, 다른 경험

‘난폭운전’의 경우, 보복운전이나 경로 이탈, ‘택시의 물리적 환경’의 경우, 담배 냄새, 지저분한 좌석 등으로 남녀 모두 비슷한 경험을 보고했습니다. 하지만 ‘공격적인 반응’이나 ‘지나친 말 걸기’ 카테고리에서의 남녀 경험은 조금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먼저, ‘지나친 말 걸기’ 카테고리입니다. 답변을 먼저 볼까요?

“무리한 정견 피력 ”— 40대, 남성
“자신이 바람 피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아내 말고 애인이 있으며, 일주일에 몇 번 만난다, 남자는 나이가 들면 애인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또 고등학생 딸에게 전화를 걸어 아무렇지 않게 가족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불편하고 충격적이었다. ” — 30대, 남성

남성들은 택시기사분들이 정치에 관한 이야기를 무리하게 한다거나, 목적지를 묻는 말에서 시작하여 사생활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한다는 답변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또한, 기사분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도 불편하게 느껴진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이 의견들은 여성들의 답변에서도 같이 보입니다.

하지만, 남성들의 답변과는 조금 다른 답변들도 보입니다.

“예쁘게 하고 어디가?” — 30대, 여성
“어디에 사는지/어디에 가는 이유는 무엇인지/학생인지 직장인인지, 무슨 공부/일을 하는지 꼬치꼬치 묻고 ‘아가씨 그럼 부자겠네, 돈 많이 벌겠네, 이쁘니까 결혼은 했나?’ 등의 하고 싶은 모든 말을 하는 것.” — 20대, 여성
“장거리 운행이었는데 먼 길 가는 대신 자신한테 남자친구랑 있었던 재밌는 일 얘기해달라고 하심. 남자친구 없던 때라 잘 모르겠다고 하니까 전 연애 이야기라도 해달라고 하심. 대충 어떤 사람이랑 만나서 이렇게 헤어졌었다고 말하니까 굉장히 재미없어하셨음. 그러면서 자기가 만난 어떤 손님 얘길 하는데, 속도 위반해서 결혼을 하네! 마네 아기를 지우네 마네 이런 얘길 해줬다면서 이런 거 없냐고 호탕하게 웃으심.” — 20대, 여성

답변 중에는 ‘예쁘게 하고 어디가?’, ‘더워지니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 ‘전 남자친구와 얘기를 해달라’ 등 처음 본 관계에서 크게 필요 없으며, 개인적인 영역의 이야기를 하거나 질문을 받았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이것은 성희롱이거나 성희롱이 될 가능성이 있는 질문입니다.

이에 대한 조치를 어떻게 취했냐는 후속 질문에 ‘그냥 가만히 있었다’고 답한 사람이 대부분이었으며, ‘기사분과 둘만 있는 공간이라 적절하게 대처할 수 없었다’는 응답도 있었습니다.

또한 ‘공격적인 반응’도 조금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남성들의 경우, ‘여성운전자에 대한 혐오 발언’, ‘목적지에 대한 불평’ 등이 주를 이루었다면, 여성의 경우 ‘현금을 내지 않는다고 화를 냈다’는 경험 6건, ‘묻는 말에 성의 없이 대답한다고 화를 냈다’는 경험 4건 등으로 달랐습니다.

“다짜고짜 반말하실 때, 또는 친절하게 대하시다가 카드를 내면 반말하며 화를 내실 때. 먼 길을 가도 내리기 전에 카드를 낼 때면 겁이 납니다.?” — 30대, 여성

특히 ‘현금을 내지 않았다고 화를 냈다’는 경험의 경우, 내리지 못하고 기사분에게 계좌 이체를 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현금을 내지 않았을 때 경험한 부정적인 반응은 그 뒤에 같은 상황이 되었을 때 영향을 미쳐 위축되거나 불안을 느끼게 합니다. 유쾌하지 않은 경험이 반복되는 것이죠.

불쾌함에는 ‘무대응’으로 대응했어요

불쾌한 경험에 대한 대응 경험을 묻는 말에 26명이 ‘대답을 하지 않는다’, ‘모른 척한다’, ‘음악을 듣는다’ 등 특별한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응답을 했습니다. 특히, 여성들은 대응할 경우 올 반응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만히 있는 편(6명)이라는 응답을 했습니다.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요. 택시 안에 기사분과 저 둘만 있으므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아 보입니다. 신고해도 사후에 하는 것이고, 어디에 신고를 해야 하는지, 후속 조치는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없어 그냥 잊는 편입니다.” — 30대, 여성

대응을 하는 경우, ‘다산콜센터에 신고한다’, ‘카카오택시에 별점을 낮게 준다.’ 등의 응답이 있었습니다. 택시 경험에 대한 대응이 신고 이상의 것이 있는지, 후속 조치를 알 방법이 있는지 궁금해지는 부분이었습니다.

신고 전에, 기사분에게 직접 대응한 여성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행동은 고도의 용기가 필요하지요.

“성희롱성 발언에는 제대로 대처해보지 못했고(20대 초반의 일이라….) 현금 좀 가지고 다니라는 얘기에는 ‘아저씨 카드도 돈이에요.’라고 했더니 ‘카드는 수수료가 얼만데’라고 하시길래 ‘그건 카드사에 따지세요. 왜 저한테 뭐라 그러세요 받아친 적이 있습니다.” — 30대, 여성
“너무 화가 나서 “내가 왜 대답을 해야 하죠?”라고 답했어요. 후들후들했죠. 그 후에 별다른 반응은 없었지만, 보복이 두려웠어요.” — 30대, 여성

제대로 된 민원 접수 시스템, 기사님들의 휴식시간 보장이 필요해요

‘이 상황을 막는 데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라는 질문이 마지막 질문이었습니다. ‘신속하고 효과적인 신고제도를 만들자’는 내용이 11건으로 가장 많이 나온 응답이었습니다. 현재 신고절차가 있지만 잘 알려지지 않고, 그것이 어떤 효용성이 있는지 알 수 없으므로 제대로 신고하고 개별 택시회사에 제대로 피드백이 갈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었습니다. 흐지부지되고 있는 택시안전 관련 정책들을 다시 돌아보고 강화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다음으로 많이 나온 의견은 택시기사님들의 근무환경 개선이었습니다. ‘쉬는 시간을 의무화하여 기사님들이 동료와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난폭운전의 이유가 되는 사납금제도를 완화해야 한다.’ 등의 세부적인 의견이 있었습니다.

또한, 무인 택시, AI가 필요하다는 참신한 답변을 주신 분들도 계십니다. 기술의 발전이 우리의 택시 경험을 바꾸어 놓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한 답변이었습니다.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지 택시기사분들에게 직접 묻고 함께 대책을 찾아야 한다’

설문의 서두에도 명시되었지만, 우주당의 이번 설문조사는 택시기사분들의 잘못을 따지기 위해 실시한 것이 아닙니다. 남성과 여성의 다른 택시 경험을 알아보고, 이것을 공유하여, 개선한 여지를 함께 찾아보기 위한 설문조사였습니다.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또한 같은 듯 다른 경험의 결을 볼 수 있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이것이 다른 성이기 때문에 불필요하게 겪는 경험이라면 개선되어야 합니다. 이동을 위해 이용하는 택시에서 두려움이나 불편함을 누려야 할 이유는 없기 때문입니다.

설문의 마지막 질문에 한 응답자가 ‘이제는 택시기사분들에게도 물어야 한다’ 고 답변을 남겼습니다. 아마도 택시 안의 두 주체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머리를 맞대야 해결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해봤습니다. 택시기사님들의 근무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우주인들의 답변 역시, 신고나 처벌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개인적 차원의 이슈가 아니라는 뜻이 함께 들어있다고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요?


문제의식을 모아봤으니 해결을 위한 우리의 행동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함께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우리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또 한 번, 우주인들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천천히 변화를 만들어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