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이 블록체인으로 뭘하게?

이규영
크크토🙏🏻
Published in
11 min readOct 26, 2022

블록체인 입문자이자 대감집 노비로의 삶을 충실히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우리 회사가 블록체인으로 뭘 한다고는 하는데…. 도대체 뭘하지? 라는 궁금증으로 시작해본 글이다. 사실 이 글을 다 쓴 지금도 모르겠는 건 여전하지만, 수박겉핥기부터 시작하는거니까!

자산 규모가 5조원 이상인 국내 대기업 3곳 중 1곳은 디지털 전환을 위해 블록체인과 대체불가토큰(NFT)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EY 컨설팅 대표는 “기업들은 인수·합병(M&A)이나 파트너십 등 적절한 투자를 통해 기술 역량을 먼저 확보하고,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라는 당연한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실제로 국내 기업 포함 많은 글로벌 기업들은 블록체인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구글은 4개사에 15억 600만 달러(약 2조..), 삼성은 유가랩스(BAYC) 등 9억 7926만 달러(약 1조 4천억)를 투자하여 글로벌 4위를 기록했다. (기사)

물론 대기업이 신기술에 투자하는 것이 놀라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작년 동일한 조사에서 높은 순위를 기록했던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처럼 기업이 클라우드 전환 및 보안 구축 등 내부 기술에 직접 접목할 수 있는 것과는 다른 결의 이야기인 듯 싶다. 왜냐하면 탈중앙화를 기반으로 하는 블록체인은 대기업의 존재 이유와 근본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를 기존 BM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가 바로 기업이 당면한 과제일 것이다. EY 컨설팅 대표의 말이 어찌보면 정확하기도 한 이유이다.

그렇다면 실제 기존 BM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사례가 있을까?

기업 내 물류/유통 시스템 시스템이나, 자체 코인을 발행하는 경우도 더러 있지만, 이해가 짧아 소비자에게 직접 와닿는 사례들만 가져와봤다.

CJ올리브네트웍스 x 블로코(국내 블록체인 1세대 기업)의
NFT기반 티켓솔루션

CJ올리브네트웍스가 운영 중인 티켓 통합 예매 솔루션인 ‘원오더티켓’에서 사용자가 티켓을 발권하면, 블로코의 CCCV NFT 플랫폼은 발권된 티켓별로 고유의 NFT 토큰을 발행한다. 그러면 소비자는 원오더티켓 앱 내에서 직접 NFT 티켓을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으며, 고유 번호를 통해 최초 구매자 등을 추적할 수 있다.

콜라보의 목적은 티켓 암거래, 위조 티켓, 허위 매물 등 불법적 이용을 방지하여 올바른 거래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실제로 작년 부산국제영화제, 각종 축제 등에 활용되었으며 추후 대형 콘서트 및 스포츠 경기로 확장할 예정이라고 한다.

GS샵 x 구하다 = ‘GS가 구하다’

블록체인 명품 큐레이션 플랫폼 ‘구하다’와 여기에 투자한 GS샵이 손잡아 ‘GS가 구하다’라는 플랫폼을 런칭했다. 유럽 부티크 명품을 실시간으로 조회한 후 품절 및 가격변동 걱정 없이 구매할 수 있고, 가품 우려 없이 정품을 안전하게 구매할 수 있다.

22년 7월 추가로 개발된 플랫폼 ‘비-링크’는 농산물이나 식품뿐만 아니라 명품, 금 등 생산, 유통 및 소비 과정을 거치는 모든 상품에 적용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반 상품 품질 이력 관리 서비스이다. 상품 판매자는 생산지부터 생산자 정보, 제품 선별·공급 과정, 상품 관리법 등 공개를 원하는 정보를 선택해 QR 코드로 만들어 제품에 인쇄한다. 이후 소비자는 스마트폰으로 QR 코드를 찍어 해당 상품이 소비자 손에 전달되기까지의 모든 단계를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추가로 네이버의 리셀 플랫폼 ‘크림’에서도 NFT를 활용하여 허위 매물, 불법 거래를 막는다는 기사를 보았는데 여러모로 긍정적인 도입이라고 생각한다.

스마트TV로 NFT 예술품 감상하고 구매까지 한번에 ‘뚝딱’,
삼성전자와 LG의 야심작

소파를 떠나지 않고도 NFT를 검색하고 거래할 수 있다
삼성전자 스마트TV에 추가될 NFT 플랫폼 앱 스크린샷.

삼성전자가 삼성 스마트TV에 NFT 플랫폼 앱을 탑재하여, 거래에서 감상까지 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최근 TV가 방송, 영상 콘텐츠 외에 사진이나 미술품을 감상할 수 있는 액자 역할을 한다는 트랜드에 착안한 것 같다(실제로 오늘의 집보면 TV에 그림이나 플레이리스트를 재생하여 인테리어로 활용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추가로 외부 NFT 거래소인 니프티 게이트웨이(Nifty Gateway)와 협업해 ‘NFT 큐레이션’ 기능도 추가할 예정이다.

LG전자 또한 NFT 콘텐츠 사업에 주력하는 중인데, 지난 2월에는 미국 디지털아트 플랫폼 기업 블랙도브와 손 잡고 LED 사이니지에 NFT 디지털아트 플랫폼을 탑재했다.디지털 사이니지는 보통 벽에 광고·안내 게시판 형태로 걸리는 대형 디스플레이를 뜻한다. LG전자는 NFT 디지털 예술작품을 담은 대형 LED사이니지를 기업 로비, 갤러리 등에 공급할 계획이다.

지난달엔 카카오의 디지털지갑과 스마트TV를 연동해 디지털지갑에 담긴 NFT 형태 디지털예술 작품을 TV로 감상할 수 있게 하는 ‘드롭스갤러리’(사진) 서비스를 시작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x 엑센츄어 x UN의 합작품,
아이온(ION, Identity Overlay Network)

아이온은 블록체인 기반 탈중앙화 신원확인(DID, Decentralized Identifier)인 시스템으로, 난민 등 신원증명 서류가 없는 사람을 위한 블록체인 신원 시스템이다. 2020년부터 1년 이상 개발하여 지난 3월 버전 1이 출시했다.(기사, 원리는 어렵다..)

ION은 공인인증서와 같은 디지털 인터넷 신원증명으로 인터넷상의 인증, 보안, 개인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솔루션으로 사용자는 더 이상 인증을 위해 비밀번호, 이메일, 전화번호를 입력하거나 찾아 헤맬 필요 없이 인터넷의 잠금을 해제할 수 있다.

이는 세계연합(UN)이 공식 신분 문서가 없는 전 세계 11억명의 사람(주로 난민)들에게 법적 신분을 제공하기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법적 정체성을 제공하자는 ‘2030 UN 지속가능개발목표(SDGs)’가에 따라 난민들이 교육, 의료 등 기본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게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럼 직접 블록체인 사업에 뛰어든 과감한 애들도 있어?

이제 아예 기업이 블록체인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도 생겼다. 해외에서는 2018년부터, 국내에서는 20년부터 화두가 된 느낌이다.

두나무 x 하이브 합작법인, 레벨스(Levvels)

BTS의 하이브와 업비트의 두나무가 만나 레벨스라는 법인을 세웠다. 첫 프로젝트로 디지털 콜렉터블 플랫폼 모먼티카(Momentica) 출시 예정이다. 무려 어제 첫번째 드롭이 공식 오픈됐다. 앞으로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의 미공개 콘텐츠 등을 NFT로 소장하고, 전시하고, 거래할 수 있다고 한다.

모먼티카는 디지털 카드를 전력 사용량을 효과적으로 낮춘 저탄소 배출 블록체인 ‘루니버스’에 기록한다. 루니버스를 자체 개발한 람다256은 글로벌 인증기관 DNV로부터 메인넷의 전력 사용량과 온실가스 배출량에 대한 제3자 검증을 수행해 환경 데이터의 신뢰성과 객관성을 확보했다.

특히 요즘 전세계에 퍼진 K-POP 팬들에서 시작해 엔터테인먼트, 게임, 스포츠, 아트 산업까지 확장 가능성이 높은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국내에서 가장 빠른 움직임, 삼성전자

2020년 블록체인개발 그룹을 설립하여 ‘플라툰’이라는 자체 블록체인 메인넷과 그 위에서 작동하는 디앱(dAPP)을 개발했다. 첫 디앱 ‘모바일웨이 월렛’은 토큰이코노미가 적용된 HR서비스로, 타 부서 동료에게 업무협조를 요청할 때마다 토큰을 보내고, 이를 많이 보유한 직원일수록 인사고과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굳이 이걸 첫 서비스로..? 누가 썼을까 의문이긴 하다)

최근엔 이더리움 블록체인 기반 디파이 서비스인 ‘아베(AAVE)’가 상 자산 지갑 및 블록체인 애플리케이션 플랫폼인 ‘삼성 블록체인 월렛’에 탑재되었다. 현재 아베는 이더리움과 테더를 비롯한 총 22개 가상 화폐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의리상 넣었지만, 아직 아무것도 없는 SK

SK스퀘어는 가상자산 발행 및 블록체인 서비스 준비, SK플래닛은 블록체인 별도 신규 법인을 만든다는 등 ‘그룹 차원에서 산업 진출 내용이 나온 것은 처음’이라고 기사는 나오지만 아직 실체는 0. 유감

그럼 혹시 망한 경우도 있어..?

대기업의 블록체인계 진출의 역사는 길어야 3–4년이다. 그 짧은 시간안에 ‘비즈니스가 망했다’고 확정지을 수 있는 경우는 흔치 않지만,,,, 그래도 걱정 가득한 눈으로 바라볼 법한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휘청이는 ‘카카오 블록체인’ 클레이튼..

카카오의 블록체인 계열사 그라운드X가 개발한 클레이튼 블록체인은 처음엔 카카오가 만들었다는 점과, 저렴한 가스비(거래 수수료, 트랙잭션 1건당 10원 미만)로 많은 국내 프로젝트를 끌어왔다. 하지만 곧 대량의 일명 ‘봇’(스팸 트랙잭션)이 횡행했고 이로 인한 네트워크 장애가 잇따라 발생하여, 결국 가스비 인상으로 이어졌다. 클레이튼 생태계가 반토막이 나면서 클레이튼 코인도 전 고점 대비 90% 넘게 하락했다.

또한 공시 없이 지속되는 대량 현금화, 운영사 크러스트의 미흡한 투자 성과, 낮은 클레이튼 거버넌스 카운슬(운영위원회)의 이해도, 중앙집중화된 소통 문제 등으로 지속적인 비판을 받고 있다. (기사)

이 친구의 미래는?

‘한컴 표’코인 아로와나 토큰(ARW)

정치뉴스에서나 볼법한 각도

상장날 1000배가 뛴 것으로 유명한 한글과 컴퓨터의 ‘아로와나 코인’이 ‘시세 조작’ 의혹에 시달리고 있다. 작년 11월 김상철 회장의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아로와나토큰 실소유주가 김 회장이라는 이면계약이 있고, 김 회장이 자신의 아들을 토큰 관리자에 앉히려 했고 토큰으로 비자금을 조성하라 지시했다는 의혹으로 국정감사 중이라고 한다. 만약 맞다면 코인 가격이 특정 세력에 의해 좌우된다는 건데,, 관련 법이 하루빨리 만들어져야 할 것 같다.

페이스북 ‘너무 빨랐나?’

2019년 6월, 페이스북이 야심차게 발행을 준비했던 ‘리브라’는 탄생하기도 전에 저커버그가 청문회까지 불려가면서 많은 논란에 직면했고, 결국 발행되지 못했다. (기사)

리브라는 비트코인과 같은 변동성을 방지하고 실제 거래에 사용하기 위해 세계 각국의 화폐가치에 연동되도록 페그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이렇게 안정적이고 거래자 보호기능을 둔 코인이 발행되지 못한 이유는, ‘진짜 화폐가 될 수 있어서’라고 한다. 전세계에 20억명이 넘는 사용자를 가진 페이스북이 안정적 화폐를 발행하면, 달러를 제치고 국제 거래의 중심에 설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나보다.

중앙은행과 의회의 규제에 의해 리브라는 결국 ‘디엠(Diem)으로 이름을 바꾸고 쏘쏘한 온라인 금융 서비스 플랫폼의 일부로 막을 내렸다.

최근 두번째 실패도 겪었다. 지난해 10월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와 손을 잡고 전자지갑 서비스 노비(Novi) 시험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불과 9개월 만에 이 사업을 접게 됐다. 잘 안풀리는 케이스..

앞으론 어떻게 될까?

2017년 ‘암호화폐는 사기’라고 했던 JP모건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 2018년, “지난해 이 발언을 후회한다”고 했다. 그리고 1년이 채 안돼 JP모건은 미국 대형 은행 중 최초로 ‘JPM코인’을 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스타트업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블록체인 시장에 하루가 다르게 거대 자본이 투입되고 있지만, 그만큼 세계적으로 여러 제도도 생겨나는 추세이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암호화폐 등을 포함한 암호화폐 조세 가이드라인 ‘카프’ (CARF·Crypto-Asset Reporting Framework)를 발표했다. 또한 국내에서도 다가오는 11월 초, 디지털자산법 제정안을 확정하고, 금융위 산하에 가상화폐 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디지털자산위원회(가칭)’를 신설할 예정이라고 한다.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도 살아남을 기업들의 Business Model은 어떨지 궁금해진다. 요즘 경제가 좋진 않지만,, 조만간 대박난 사업이 하나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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