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세이 맥주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편 (1) :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를 다녀와서
흥겨운 분위기 속에서, 뜻밖의 우연을 즐기고 싶을 때 찾아주세요. 여기는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입니다.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는 성수동의 아주 평범한 골목길에 위치하고 있어요. 처음에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라는 이름을 들었을 땐, 홍대나 합정과 같이 젊고 활기찬 거리에 떡하니 자리하고 있을 것만 같았어요. 그런데 웬걸, 방문을 하려고 지도에 검색해봤더니 정말 안 어울리게도 초등학교 바로 옆에 붙어 있는거 있죠. 요란스런 이름과는 다르게 꽤나, 겸손한 녀석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서울숲 역에서 내려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까지 가는 길은 사람 하나 없이 한적하고 또 조용했습니다. 서울에서는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한적함이었어요.

마당의 푸른 잔디밭을 지나(인조 잔디인지 그냥 잔디인지 엄청 궁금하더라고요. 한번 만져보고 싶었는데 후다닥 지나가는 바람에 결국 확인하지는 못했답니다…) 실내에 들어서게 되면, 압도적인 크기의 메뉴판에 화들짝 놀라게 되요. 정말 저걸 다 판다는 걸까 의심이 들 정도로 많은 종류의 맥주가 여러분들을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대부분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에서 직접 제조한 맥주라고 하니 더 기대가 되더라고요.




실내외 장식은 아메리칸 스타일이 돋보였습니다. 단단해 보이는 나무 기둥들이 딱 ‘소세지를 든 서양 아저씨’의 이미지를 상기시키더군요. 시선을 오른쪽으로 돌려 보면 번들번들 빛나는 미니 양조장을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실물로는 저도 그때 처음 봤었는데 공장에나 있을 법한 친구가 제 옆에 떡하니 자리하고 있으니 기분이 조금 묘하더군요.

자, 이제 음식 이야기를 해봅시다.

저는 별빛이라는 맥주를 시켰어요. 이름이 너무 예뻐서 설명도 잘 읽지 않고 그냥 시켰던 것 같아요. 첫 모금을 마시니 맥주라기보다 오히려 ‘차’에 더 가까운 느낌이 들었어요. 로즈마리 향이 감미롭게 입안에 퍼지면서 맥주의 처음 쓴 맛을 잘 가려줍니다. 부드러운 목넘김과 함게 찾아오는 달콤 씁쓸한 맛 또한 일품이었구요. 저처럼 술의 쓴 맛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겐 정말 환상적인 맥주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에디터 한은 달빛이라는 맥주를 시켰습니다. 부드럽게 넘어갔던 별빛과 달리 달빛은 조금 진득진득한 식감을 보여주었어요. 그렇다고 점성이 너무 과하지는 않아서 자두나 건포도 같은 상큼한 과일 향이, 맛이 너무 루즈해 지는 것을 잘 막아주어요. 쌉싸름한 맛이 조금 강한 듯도 했지만 그것도 그 나름대로 매력이 있더라구요. 마치 별빛이 마냥 포근한 어머니와 같다면 달빛은 조금은 차가운 친언니 같은 느낌이랄까요.

안주로는 그 유명한 버팔로 윙을 시켰어요. 사실 다른 안주를 시키고 싶었는데 4–5만원이 넘어가는 가격이 참, 부담스럽더라고요. 물론 언제나 치킨은 옳더라고요. 고소하고 담백한 살코기가 참 맛있었습니다. 바삭바삭한 껍질도 맥주의 부드러움과 잘 어울렸습니다. 짭조름한 맛이 조금 질린다 싶을 적엔 사이사이 놓여있는 할라피뇨를 먹어 보세요. 할라피뇨의 알싸한 매운맛이 입맛을 다시 돌려줄 테니까요.
너무나도 훌륭한 음식들이었습니다. 저 많은 맥주들을 다 마셔보지 못한 것이 아쉬울 정도였으니까요. 가게 안의 활기찬 분위기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물론 저는 조용한 분위기를 더 좋아하긴 하지만, 시끌벅적한 것도 나름의 매력은 있으니까요. 그런데 뭔가 부족한 느낌은 지울 수 없었습니다. 왠지 모르게 마음이 조급해지더라구요. 결국 저희는 2시간도 채우지 못한 채, 그곳을 나와야만 했어요.
참 좋았는데, 정말 좋았는데… 무언가 찜찜한 느낌을 끝내 지울 수 없었습니다.
위치 : 서울 성동구 성수일로4길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