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ho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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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 25, 2017 · 2 min read

에세이 맥주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편 (2) : 바텐더의 시

바텐더의 시

내가 왜 바에서 일할까,

이것 참 어려운 질문이다.

돈도 많이 벌지 않고,

내 아버지 어머니는 천한 직업이라고 멸시하신다.

왜 너가 그거밖에 안 되냐고,

왜 너가 딴 놈들 술 마시고

깽판 치는 걸 보고 있어야 하냐고.

그럼 나는 말한다.

바텐더는 마술사 같은 직업이라고.

나는 술로 마법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마법을 좋아한다.

사람들은 내 술을 먹으러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다.

내가 이십 년 동안 바텐더로 일하면서

만든 술만 예순 다섯 개.

그 술을 먹으러

거리의 부랑자들부터

화가와 시인과 철학자와 영화감독들과

농사짓는 이웃집 잉꼬부부까지 내 가게를 찾는다.

그들은 내 공간에 들어와서는

가끔은 귀가 따갑게 울부짖고

술잔을 냅다 집어던져 부수기도 하고

테이블 아래에 들어가서 그날의 시련을 모두 토해내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시인은

소맥 열두 잔을 마시더니

갑자기 시상이 떠올랐다고

유레카를 외치며 문밖으로 달려 나가고

어떤 화가는

맥주잔에서 성모 마리아를 보았다고 더듬거리며

몽당연필과 스케치북을 꺼내들고

어떤 철학자는

얼굴이 석양처럼 발그레해져서

다른 어떤 철학자와 열띤 논박을 해댄다.

어떤 영화감독은

자신의 영화에 집어넣을 술집 씬을 찍기 위해

술꾼들을 유심히 관찰하고

이웃집 잉꼬부부는

맥주잔 안에서

그들이 나누었던 사랑과

그들이 나누었던 추억과

그들이 나누었던 열정을

발견한다.

그리고 어떤 부랑자는

술을 마시고 그대로 엎어져서

문 닫는 시간까지

가게 안에서 평화로운 수면을 취한다.

맥주잔과 소주잔이 오가면서

가게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갑자기 어떤 삼류 피아니스트가

담배 한 꽁초 딱 꺼내 물고

조심스럽게 불을 붙인 뒤

옷깃을 바로 세우고 가게 가운데로 걸어 나와

낡은 피아노 뚜껑을 열어젖힌 뒤

알 수 없는 행진곡을 연주한다.

사람들이 그 노래를 들으며

어깨를 들썩이고 궁둥이를 방실방실 흔들더니

저마다 다른 애창곡들을 부르기 시작한다.

근데 요상하게도

다른 공간에서는 끔찍한 불협화음으로 들릴

이들의 노래들이

내 가게에서는 말러의 아다지에토보다 더 아름답다.

손님들이 모두 가고

가게 문을 닫은 새벽 세 시.

나는 생각한다.

내가 왜 바에서 일할까.

다시 생각해보니

그리 어려운 질문은 아닌 듯했다.

    Written by

    jiho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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