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세이 맥주 독일주택편 (1) : 독일주택을 다녀와서
오후의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혼자만의 추억을 되새기고 싶을 때 찾아주세요. 여기는 독일주택입니다.

독일주택은 대학로의 작은 골목길에 위치한 가게에요. 분명히 사람들이 생각하는 대학로는 에너지가 넘치고 시끌벅적한 그런 이미지인데, 독일주택이 있는 골목길에 들어서면 거짓말 같이 주위가 조용해집니다. 물론, 골목길 사이에 꽁꽁 숨겨져 있기 때문에 정신 바짝 차리고 찾아 가셔야 하죠.

그런데 여러분, ‘독일주택’이라는 이름 안에는 꽤 재미있는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독일주택’을 처음 들었을 때 저는 ‘아~ 독일인이 만든 맥주집이라 독일주택이라고 이름을 지었구나. 독일은 맥주가 엄청 유명하니까 독일 사람이 만드는 맥주는 정말 맛있겠지?’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까 독일주택은 ‘홀로 한 잔의 술을 마시네(獨一酒宅)’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물론 사장님도 당연히 한국인이시구요. 처음 독일주택이 그다지 유명하지 않았을 땐 많은 사람들이 ‘혼술’을 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고 해요. 요즘에도 단골 손님들은 마당에서, 바에서 ‘혼술’을 하신다고 해요. 대학로에 자리잡은 혼술의 성지라… 묘하게 어울리는 한 쌍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독일주택은 고풍스러운 세련미가 무엇인지 잘 표현한 공간이에요. 개량 한옥의 진중함과 미닫이문, 구식 유리창들이 고풍스러운 아름다움을 전달한다면, 깨끗한 흰색 타일들과 작은 원목 테이블들은 담백하고 세련된 느낌을 줍니다. 게다가 곳곳에 놓인 디테일한 소품들이 기가 막힙니다. 먼저 도착한 탓에 마당을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보석 같은 아이를 발견할 수 있었어요. 이제는 좀처럼 찾기 힘들어진 모기향이 그것이었는데요, 무언가 강한 인상을 주더군요. 모기향이 폴폴 풍기는 그 향기가, 또 그 향수가 남다르더라고요. 시골 할머니집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인테리어는 깔끔하면서도 잘 정돈된 느낌을 줍니다. 대부분의 공간은 원목의 적갈색이 뒤덮고 있지만 사이사이 흰색 타일과 촛불의 색깔들이 심심한 색 배열을 깨 줍니다. 참 마음에 들었던 것은 이곳도 바닥에 걸터앉아 마당에서 술을 마실 수 있다는 점입니다. 마당 말고도 안쪽으로 들어가면 작은 방이 하나가 있고, 혼자 술을 마실 수 있는 바도 준비되어 있어요. 아, 물론 제일 탐나는 자리는 대문 가까이에 자리 잡은 ‘사랑방’이었어요. ‘사랑방’은 언제나 은밀하고도 특별한 공간이니까요.

자 이제 음식 이야기로 넘어가 봅시다:)


저는 ‘린데만스 페슈레제’를 마셨습니다. 사실 순전히 작명 센스가 재미있어서 시켜본 맥주에요. 독일어로 죄인은 pécheur라고 부른다고 해요. 이 술을 만든 사람은 맥주에 복숭아 과즙을 15%나 넣었다는 죄책감에 이름을 페슈레제(Pecheresse)라고 지었다고 하네요. 그래서 복숭아의 풍미가 엄청 강합니다. 마시기도 전에 복숭아 향이 확 퍼지더라고요. 맛 역시 복숭아 음료수의 그 맛과 거의 비슷했습니다. 물론 달달한 것이 맥주라기보다는 과실주에 더 가까웠던 것 같아요. 마지막에 쌉쌀한 뒷맛이 겨우 ‘야 나 맥주였어’라고 상기시켜 주는 것 같았습니다.


에디터 권은 ‘린데만스 애플’을 마셨어요. 요놈은 페슈레제보다 조금 덜 달더군요. 마치 홍초를 마시는 것 같이 기분 좋은 신맛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린데만스 애플은 탄산이 강하고 사과 맛이 풍부해서 마치 사이다(Cider, 칠성 말구요)를 마시는 것 같더라고요. 이 친구도 역시 끝 맛은 맥주 특유의 쌉쌀하면서도 달달한 맛이 나더군요.

안주로는 티라미수를 시켰습니다. 전부터 엄청 궁금했던 안주에요. 상상만으로는 맥주와 티라미수는 엄청 안 어울린다고 생각되는데, 가는 가게마다 안주로 티라미수가 준비되어 있더라고요. 이번에는 꼭 먹어봐야지 하는 심정으로 주문했습니다. 궁금하잖아요 흐흐. 결론부터 말하자면 티라미수와 맥주는 정말 일류더군요. 일단 커피가 진하고 깊은 맛을 내는 것이 달달한 커피를 쓰는 여느 티라미수들과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크림치즈도 엄청 두꺼워서 부드럽고 몽글몽글한 식감을 잘 살려 주어요. 게다가 맥주랑 티라미수를 같이 먹으니 맥주의 쌉싸름하고 떫은맛이 사라져서 참 좋더라고요. 여러분들도 기회가 된다면 ‘티맥’ 한번 도전해 보시길 바랍니다.
그날은 유달리 고양이가 귀여웠어요. 분위기가 무르익어갈 무렵, 고양이 한 마리가 담장 위로 폴짝 오르더군요. 그러곤 몸은 지붕 아래로 숨긴 채 고개만 빼꼼 내미는 것 있죠. 그 모습이 너무 앙증맞아서 휴대폰을 잽싸게 들어 사진기를 켰습니다. 그런데 화면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요. 이미 주변이 깜깜해진 탓이었습니다. 아뿔싸 하는 생각에 얼른 휴대폰을 내려놓았을 땐 이미 고양이는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요즘 그런 일이 많은 것 같아요. 있는 그대로, 그때 그 순간을 즐기지 못하고 한눈팔다 보니, 어느 순간 ‘그때’는 ‘과거’가 되어 있더군요. 때론 순간의 기억이 사진보다 더 소중할 때가 있는데도 말이에요.
위치 : 서울 종로구 대명1길 1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