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맥주 장농속편 (1) : 장농속을 다녀와서

“부슬부슬 내리는 빗방울을 바라볼 때 문득 떠오르는 ‘그 사람’과 찾아주세요. 여기는 장농속입니다.”

장농속은 연남동의 한 골목길에 위치한 작은 펍입니다. 대로변에서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있기 때문에 가시는 길은 그렇게 어렵지 않아요. 하지만 저 같은 길치들은 지도를 보고서도 꼭 이상한 길로 들어서는 대단한 능력이 있기 때문에 골목길이라는 것 자체가 난관이지만요.

처음 장농속에 도착했을 때 꽤나 작은 규모에 놀랐던 기억이 나네요. 소규모일 것이라는 것은 예상하고 있었지만 테이블 3개가 겨우 들어갈 정도로 아담한 사이즈일 줄은 몰랐거든요. 자그마한 공간에 주홍빛이 도는 조명이 더해지자 정말로 따뜻하고 정겨운 느낌이 풍기더군요. 마치 어린 시절 할머니 집에서 술래잡기를 할 때 몸을 숨기곤 했던 이불 쌓인 ‘장롱 속’처럼, 푹신하고 아늑한 느낌이었어요.

메뉴판을 들었을 때 엄청 인상 깊었던 것은 장농속 식구들에 대한 소개가 맨 앞표지에 있었다는 것이었어요. 얼마나 식구들이 자랑스러우면 음식들보다도 먼저 소개를 할까, 팔불출 사장님의 식구 사랑이 훈훈하더군요. 덩달아 저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실제로 직원분들끼리 농담도 주고받고 서로 장난치는 모습을 보니 보는 제가 다 흐뭇하더라고요.

가게 안은 오밀조밀하게 잘 꾸며진 물건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벽면을 가득 채운 병들과 자동차 모형이 묘한 조화를 이루고, 안쪽 벽에 뜬금없이 우뚝 서 있는 철문이 재미있는 상상을 불러일으키죠. 백미는 은밀한 ‘장농속’입니다. 평볌한 벽인 줄만 알았는데, 글쎄 그 벽이 움직이는 미닫이문인 것 있죠. 안에는 마치 장롱 안처럼 아늑하고 따뜻하게 꾸며 놓았습니다. 흠, 그런데 저 자리는 커플들을 위한 자리인가 봐요. 저희가 가게에 들어갔을 때는 언급조차 하지 않더라고요.

각설하고 이제 음식 이야기를 해 봅시다!

저는 ‘홉고블린 골드’를 주문했습니다. 홉고블린 골드는 오렌지 향이 은은하게 풍기는 상큼한 맥주입니다. 탄산이 그리 강하지는 않지만 청량감 있는 목 넘김을 자랑해요. 그리 무겁지 않은, 오히려 가벼운 맥주인 탓에 깔끔하고 부담 없는 식감을 즐기실 수 있어요. 중간에 종종 고소한 맥아의 맛이 툭 튀어나오는 게 좋은 맥주입니다.

에디터 정은 ‘홉고블린 다크’를 주문했어요. 홉고블린 다크는 골드와 달리 조금 험한 맛을 내는 맥주에요. 옅은 단맛이 입안에서 가시자마자 소주 특유의 쓴맛이 입안에서 퍼집니다. 골드에 비하면 고소한 맥아 맛이 더욱 진해요. 그러다가 끝 맛은 커피의 쌉싸름한 맛으로 마무리 지어지는, 꽤나 다채로운 맥주인 것 같아요.

안주로는 고로케를 시켰습니다. 맥주집 메뉴에서 처음으로 고로케를 만난 것 같은데 감회가 새롭더군요. 기다림 끝에 등장한 고로케는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그 녀석’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더 작고 동글동글한 것이 귀여웠달까요. 한 입 베어 무니 정말로 앙증맞은 맛이 났습니다. 겉은 바삭바삭하고 속은 촉촉 부드러운 것이 식감부터 일품이었어요. 게다가 안에는 감자와 어묵이 맛드러지게 버무러져 있어서 기분 좋게 짭조름한 맛을 내요. 강력 추천합니다.


그날은 비가 주룩주룩 내렸어요. 무릎까지 다 젖었습니다. 축축하고 질퍽하니 기분이 저절로 나빠지더군요. ‘비라는 놈, 참 귀찮은 녀석이구나.’ 그렇게 좋았던 비가 순식간에 미워지던 순간이었습니다.

언제부터 비를 피하고, 또 무서워하게 되었을까요. 어렸을 땐 비 오는 날이면 우산을 던져놓고 빗속에서 마구 뛰어다니곤 했는데, 비를 정말 좋아했는데, 어느새 메마른 사람이 되었더군요. 더이상 비를 안아주지 못하는 제 모습이 부끄러워지는 그런 밤이었습니다.

위치 : 서울 마포구 동교로46길 22

One clap, two clap, three clap, forty?

By clapping more or less, you can signal to us which stories really stand o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