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ho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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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 22, 2017 · 5 min read

에세이 맥주 아이다호편 (1) : 아이다호를 다녀와서

“몽환적인 분위기 속에서 뜨거운 영감을 나누고 싶은 사람과 찾아주세요. 여기는 아이다호입니다.”

아이다호는 망원동에 있는 매혹적인 카페&펍입니다. 현대적이고 예술적인 감각을 한껏 뽐내는 이곳은 이제까지 취재해왔던 공간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전달해주어요. 실제로 아이다호는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기도 하고, 파티와 공연을 주최하기도 하며, 작업을 위해 대관도 진행하고 있는데요, 직접 아이다호에 들어가 보니 자신을 복합문화공간으로 소개하는 이유를 잘 알 것 같았습니다.

제가 만난 아이다호는 매우 감각적이고 아름다운 곳이었어요. 이 별난 놈은 계단에서부터 아날로그 티비와 식물들, 보랏빛과 마젠타가 서로 섞여 있는 작품을 보여 주어요. 그것들을 보고 있으면 정말 딴 세상에 들어가는 기분이 들죠. 계단을 올라 실내에 들어가면 정 중앙에 있는 소파가 시선을 확 끌어당깁니다. 요란스런 조명 밑에서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소파는 ‘감히 여기 앉으려고…?’ 물어보듯이 강한 포스를 풍깁니다.

신기한 놈들은 그게 다가 아니었어요. 테이블에 앉아 메뉴판이 오길 기다리고 있었는데, 사장님께서 책 하나를 던져 주시곤 다시 돌아가시더라구요. 네, 그 책이 바로 메뉴판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주변에 엄청 이상한 소품들이 많이 있었어요. 어지럽게 돌아가는 모빌이 떠 있지를 않나, 어디에는 변기가 떡 하니 서 있지를 않나, 역시 범상치 않은 곳이더군요. 마치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에 있는 것처럼 몽환적인 느낌을 준달까요.

재미있는 것은 그런 자극적인 공간 속에서도 부드럽고, 따뜻한 쉼터가 있다는 점이에요. 분명히 요란스러운 조명에다가 낯선 오브제들이 가득한 이상한 곳인데도 테이블에만 앉으면 편안하고 안락한 느낌이 들어요. 마치 시끄러운 지하철에서 이어폰 하나로 나만의 세계로 탈출하는 그 느낌 같달까요. 참 아이다호는 다재다능한 친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음식 이야기를 해보죠.

저는 ‘토마토 맥주’를 시켰습니다. ‘토마토와 맥주라니 너무 막 나가는 거 아니야!’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저도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며 주문했던 메뉴에요. 그런데 이게 정말로 기가 막힙니다. 토마토 주스 특유의 걸쭉한 단맛이 입안을 가득 적시면, 맥주의 탄산이 청량감을 더해주어서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맛을 상큼하게 만들어 주어요. 또 맥주의 끝 맛과 토마토 주스의 끝 맛이 오묘하게 어우러져서 원래부터 하나였던 것처럼 환상적인 조화를 자랑하죠. 아이다호답게 정말 재미있는 맛을 자랑합니다.

에디터 한은 ‘스텔라 아르투와’를 시켰어요. 스텔라 아르투와는 일반 사람들도 많이 알고 계실 정도로 정말 유명한 맥주 중 하나에요. 특별히 강하거나 쓴맛을 가지고 있지 않아 부담 없이 마시기 좋은 맥주인 것 같아요. 부드러운 목 넘김이 특징적인, 기본기에 충실한 맥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누구나, 언제 마셔도 맛있는 맥주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안주로는 ‘비스킷 & 크림치즈’와 ‘나폴리탄 스파게티’를 시켰어요. 비스킷이 조금 눅눅하긴 했지만 크림치즈를 듬뿍 발라 먹으니 부드러우면서도 짭쪼름한 것이 맥주 안주로 딱 좋았습니다. 토마토 맥주와 비스킷을 같이 먹으니 과자와 음료수를 먹는 듯한 느낌이 들긴 했지만요.

나폴리탄 스파게티는 영화 ‘심야식당’에서 본 뒤로 자꾸 생각나는 메뉴였어요. 얼마나 맛있게 먹던지 군침이 다 흐를 정도더군요. 실제로 먹어본 나폴리탄 스파게티는 굉장한 맛이었습니다. 달콤하고 깊은 소스와 할라피뇨의 매콤함이 잘 어우러져서 풍부한 맛을 자랑합니다. 또 탱글탱글한 면발, 아삭아삭한 치커리, 부드러운 소세지, 입에 감기는 소스까지 엄청나게 다양한 식감이 재미있었어요. 이런 맛있는 음식을 인제야 먹어보다니 안타까울 정도였다니까요.


망원이라는 동네는 참 오묘해요. 겉모습은 시끌 벅적하니, 조금은 촌스러운 시장 통 같지만 사이사이엔 최신 유행을 달리는 아티스틱한 샵들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에요. 그 어색한 동거는 마치 일상 속에 숨겨져 있는 영감과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상이라는 것은 참 지루합니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들은 기계적으로 해치워야 하니 말이에요. 그런데 눈을 부릅뜨고 버스를, 간판을, 사람들을 지켜본다면 마법같이 수많은 새로운 것들이 여러분은 반길지도 몰라요. 마치 반짝이는 보석과도 같이 말이에요.

장소 : 서울 마포구 동교로 39 2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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