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세이 맥주 아이다호편 (2) : 술집에 가는 이유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왜 우리는 술집에 가지?’
안주는 집에서 해 먹으면 되고, 술은 마트에서 사 오면 되지 않은가? 게다가 술집에서 파는 술과 안주의 가격을 생각해 보라. 가게에서는 천 원대에 살 수 있는 소주 한 병이 술집만 가면 가격이 거의 네 배 뛰어오른다. 맥주 가격도 두 배는 비싸진다. 그렇다고 안주가 싼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다른 식당에 가면 훨씬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요리들도 술집에 가면 가격이 껑충 뛰어오른다. 물론 술집 나름이긴 하지만, 높은 가격에 비해 음식의 양은 그리 많지도 않거니와, 맛이 좋다고도 할 수 없다. 콘 치즈 같은 기본적인 요리도 술집에 가면 만 원 이상이 되는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지니 말이다.
왜 우리는 기어코 술집까지 걸어가서 술을 마시는 번거로운 짓을 하는가? 나의 경우를 한 번 예로 들어 보자. 나는 기숙사에 살기 때문에 술집에 가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버스나 택시를 타거나, 걸어가야 한다. 그런데 나는 돈이 없는 사람이기에 버스를 타거나 걸어가는 것 둘 중 하나밖에 택할 수 없다. 하지만 버스는 한참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이고 걸어가는 것은 너무도 지치는 일이다. 기숙사에서 술집까지는 꽤 먼 거리이기 때문이다. (이는 캠퍼스가 큰 학교에서 사는 내가 겪는 가장 큰 골칫거리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술집에 가는가? 바보도 아니고 말이다. 사실상 같은 술과 음식을 돈도 더 내고 번거로움도 배로 겪으면서 먹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라고 본다. 하나는 ‘분위기’, 다른 하나는 ‘사람들’이다. 술집의 분위기를 생각해 보라. 그곳의 분위기는 우리가 일상 속에서 자주 경험하는 공간들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우리가 보통 가는 곳들 — 특히 학교, 회사 등의 공간들을 생각해 보라. 물론 사람들에 따라 다를 수도 있겠지만, 내가 아는 한 이런 공간들은 모두 답답하고 권태로우며 지나치게 사무적이다. 술집은 이들과 다르다. 술집은 대개 어둑한 가운데 잔잔한 조명 몇 개를 깔아놓은 채 운영된다. 여기서 술을 마시다 보면 가끔은 내가 정말 비현실적인 공간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잠시나마 지루한 일상에서 해방되어 유희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그렇기에 우리는 번거로움을 겪으면서도 술집을 찾는다. 그곳에서 술을 마시다 보면 우리는 점점 현실과 멀어진다. 그리고 우리는 행복해진다.
이번에는 술집의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 보라. 나는 조용한 술집보다는 시끄러운 술집을 선호한다. (물론, 지나치게 시끄러운 것은 싫다.) 그 이유는 마치 나의 고통을 그들과 함께 나누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모두 저마다 마음에 담아왔던 무언가를 술을 마시면서 해소하고 표출하기 위해서 술집을 찾는 것이 아닌가?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서 술을 마시다 보면 알게 모르게 위로가 된다. 현실의 벽에 부딪혀 힘들어하는 사람이 나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그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술집이라는 같은 공간에서 술이라는 같은 해법으로 삶을 지탱해가고 있다는 것. 이 별 것 아닌 것 같은 깨달음들이 내게는 늘 큰 지지대가 되어 주고, 쓸쓸함과 외로움의 감정으로부터 나를 벗어나게 한다.
그래서 나는 술집에 간다. 그리고 술집에서 밤을 새다가 시간이 너무 늦어버리면, 그냥 술집에서 기숙사까지 걸어간다. 그 길이 꽤 멀다는 사실은 내게 별로 중요치 않다. 살짝 알딸딸한 상태에서 걷는 귀가의 길은 마치 꿈속에서 허공을 걷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