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맥주 더핸드앤몰트편 (1) : 더핸드앤몰트를 다녀와서

“여름의 끝에서, 고즈넉한 밤하늘을 즐기고 싶을 때 찾아주세요. 여기는 더핸드앤몰트입니다.”

더핸드앤몰트은 내자동에 위치한 자그마한 탭하우스에요. 에세이맥주에서 다룬 대부분의 펍들이 그렇듯, 이곳 역시 골목길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어서 조금만 한눈을 팔아도 길을 잃어버릴 수 있으니 조심하시길 바라요. 처음 이곳에 도착하게 되면 생각보다 소박한 크기에 놀랄 수도 있어요. 사진으로만 보면 마당도 넓어 보이구, 방도 큼직큼직할 것 같은데, 실제론 구성들이 오밀조밀하니 밀도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더핸드앤몰트의 주방은 손님들이 마음껏 볼 수 있도록 환하게 빛나고 있어요. 보통 식당의 경우 주방을 애써 숨기려고 노력하는데 더핸드앤몰트는 정반대로 행동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그만큼 자기들 요리에 자신 있다는 뜻이 아닐까요. 한 가지 신기했던 점은 주방에서 일하시는 분이 나이가 꽤 있으신 아주머니셨다는 거에요. 그런데 막상 어니언 링과 아주머니, 둘을 떠올리니 꽤나 어색하고도 흐뭇한 조합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주머니와 서양 음식은 하나도 안 어울린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둘은 꽤나 달콤한 조합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죠.

더핸드앤몰트는 브루어리와 탭하우스를 동시에 운영하는 곳이에요. 다른 탭하우스의 경우 남의 양조장에서 만든 맥주도 같이 판매를 하기도 하는데, 더핸드앤몰트는 경기도에 있는 자체 브루어리에서 만든 자기들 맥주만 판매한다고 하네요. 또 가게 안에는 더핸드앤몰트표 캔맥주도 판매하고 있답니다. 맥주에 대한 그들의 자신감을 엿볼수 있는 부분이 아닌가 싶어요.

인테리어가 참 묘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유리와 철을 사용해서 여백이 풍부한 공간을 잘 표현했어요. 천장에 매달려 있는 여러 식물들이 마치 동남아에 와 있는 듯한 이국적인 느낌을 주기도 하구요. 테이블 역시 나무와 검은 철로 깔끔하게 마무리되어 있어 단단하고 절제된 느낌을 줍니다. 선적인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심플한 공간이네요.

자 이제 음식 이야기를 해 봅시다!

제가 시킨 것은 ‘폭포 페일 에일’이었습니다. 폭포 페일 에일은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 특징인 맥주에요. 부드러운 과일 향기가 은은하게 퍼지는데, 향기가 과하지 않아서 좋습니다. 목넘김이 꽤 부드러운 편인데요, 마치 목 안이 뽀송뽀송해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다만 탄산이 부족한 감이 있어서 청량한 느낌이 약한 점은 조금 아쉬웠습니다.

에디터 예가 시킨 것은 ‘나파 듀벨’이었습니다. 나파 듀벨은 벨기에식 맥주를 와인 통에 숙성시켜 탄생한 맥주라고 해요. 그래서 맥주에서 은은하게 와인 향이 풍기기도하고, 신맛이 드문드문 느껴지기도 합니다. 물론, 톡톡 튀는 탄산과 씁쓸한 맛까지, 전형적인 맥주의 맛 역시 담고 있어요. 말하자면, 와인의 맛과 맥주의 맛이 동시에 공존하는 술이랄까요.

안주로는 ‘리코타 밤’을 시켰습니다. 분명히 치즈니, 햄이니, 베이컨이니 굉장히 느끼한 재료들을 많이 썼는데도 담백하고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는 점이 좋았어요. 또 안쪽에 가득 채워진 치즈가 쭉쭉 늘어나는데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더군요. 안팎으로 곁들어진 여러 채소들이 다소 심심할 수 있는 식감을 보완해 주는 점도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땅 위의 식물들은 다들 위로 올라가려고 해요. 나무들은 물론이구요 꽃들도, 풀들도 하늘을 향해 팔을 내뻗죠. 그런데 말이에요, 가끔 보면 땅바닥을 기고 있는 이상한 놈들이 있습니다. 그런 놈들은 척 보기에는 무기력하고, 게을러 보이기까지 하죠. 다른 놈들은 죽을 힘을 다해 위로 올라가려 애쓰는데 자기네들은 힘없이 축 늘어져 있으니 말이에요.

그런데 그것은 오해였습니다. 그들은 반대로, 아래로 나아가고 싶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었어요. 더핸드앤몰트는 그런 ‘다른 놈’들을 하늘 위로 올리어, 저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게 도와 주었어요. 그러고 보니 참, 축 늘어진 놈들이 그렇게 아름다워 보일 수가 없더군요.

그저 다른 것일 뿐인데, 섣불리 오해하고, 착각했던 많은 순간들을 되돌아볼 수 있었던 그런 밤이었습니다.

위치 : 서울 종로구 사직로12길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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