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맥주 더핸드앤몰트편 (2) : 피아니시모

우리는 살아가면서 여러 순간을 추억한다. 오늘도 문뜩, 그 옛날의 기억을 헤집어 보련다. 아주 기억이 안 나는 어릴 때는 제쳐 두고, 내 반지가 지난날 나의 엄지손가락에 꼭 맞을 즈음부터는 흐릿하게 몇 장면들이 펼쳐진다. 처음 하늘을 비행할 때의 창밖, 손 쓸 수 없이 아파 누웠던 침대, 사랑하는 사람을 껴안았을 때 어색했던 손까지. 이런 인상적인 장면들을 나는 추억하고 있었다. 다시 오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거품이 다 꺼져버린 맥주잔을 손목으로 빙빙 돌리다가 한 두어 모금 마시며 또 떠올려본다. 과거의 나를 추억하는 오늘의 나는 미래의 나의 추억 속에서 어떤 장면으로 자리할까?

예전 생각을 하다 보니 내가 아이돌을 좋아했던 때가 떠올랐다. 그들을 만나려 꽁무니를 따라다니기도 하였고, 앨범이나 상품을 사려고 모은 돈을 탕진하기도 하였다. 그들과 희로애락을 같이 했고 이어폰에서는 그들의 노래가 멈출 날이 없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났다. 그사이 아이는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고, 그는 차츰 성장해 나갔다. 언제였던가, 추억이 그리워 앨범 속의 노래들을 다시 들어 보았을 때, 나의 느낌은 예전과는 사뭇 다름을 알아챘다. 그때의 나는 아직 경험하지 못한 것이 너무 많았고, 노래의 가사들로 이루지 못한 욕망 같은 것을 계속해서 이루려 노력하고 있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나는 끊임없이 열망하는 것에 지쳐버렸고 무언가 계속해서 좇는 것을 원하지 않게 되었다. 그때부터 어쿠스틱과 같이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장르의 음악을 좋아하기 시작했다. 힘이 들 때면 묵묵히 나를 위로하고, 갈구하는 사랑이 아닌 지극히 개인적인 사랑을 노래하는 가사에서 지금껏 달려야 하는 것이라 생각했던 트랙에 앉아 햇볕을 쬐고 있는 느낌이었다.

삶은 마치 한 곡의 연주곡 같다. 계속해서 센 박을 연주한다면 그 곡에서 우리는 콕 집어 몇 부분을 들기 힘들 것이다. 또 오래 머릿속에 남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여린 박과 함께 연주된다면 조화로운 곡이 되고, 그 곡의 제목만 들어도 떠오르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매일을 치열하게 살지 않아도 좋다. 또 흔적이 깊게 패인 부분만을 바라봐도 좋다. 그래서 굳이 오늘을 기억하지 못해도 좋다. 인상 깊었던 그 장면들이 더욱 아름다워지게 해주는 순간, 이번 마디의 셈여림표는 피아니시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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