曲/Corinne Bailey Rae — The Scientist

역시 신은 자만할 틈을 주지 않는다. 일본어로 먹고 산 지 햇수로 두 자리수가 된 지 이미 오래 되었고, 고등교육기관에서 똑똑한 학생들과 전문용어 배워가며 그래도 이 정도면 이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구나 싶은 생각을, 매일은 아니지만 드문드문 하고 있었다. 이 나라에서 쓰는 언어에 대한 감각이 다른 것이, 때로는 장점이 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어김없이 번역을 할 때나, 생각을 정리할 때, 새로운 작업을 만들 때는 와장창창 여태껏 지 잘난 맛에 살았던 나의 자아는 어디에 갔나 싶을 정도로 무너지고 만다. 그렇게 한 번씩 부서진 마음들이 겨우 다시 붙었을 때, 1미리쯤 성장한 것이 느껴지고, 조금 더 지나면 그 새 자신감인지 자만인지 모르는 어떤 것이 붙는다. 그러다가 또 와장창 깨지고, 의 반복. 생각해보면, 여태껏 그렇게 지내왔구나 싶다.

그러니까 그 와장창 단계가 되었을 때, 이제는 익숙해져서 좀 잘 헤쳐나갈 법도 한데, 어째 시간이 들고 나이를 먹을 수록 이겨내기가 더 쉽지 않다. 20대에는 하소연하고 일부러 사람들 더 만나는 방법으로 지내왔다면, 30대에는 주변에서 뭐라 하건 상관없이 입 꾹 마음 꾹 닫고, 몸 안에서 고민을 돌린다. 흔들리고 마모되면서 그러다 없어지는 감정들도 있고, 갑자기 돌연변이가 나타나서 그 모든 고민을 해결해 주기도 한다. 처음엔 이게 너무 당황스러웠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그러려니"는 되지만 이게 결코 쉽다는 뜻은 아니다.

고민하는 시간 — 이라고 쓰고 자책하는 시간이라고 읽는다 — 역시 창작 활동의 일부라는 것을 모르지 않지만, 매번 이 시간이 돌아오면 세상엔 공짜는 없고 인생 참 쉽지 않다는 진리를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이 수많은 불안함과 고민이 어떤 에너지로 바뀌어서 무언가가 탄생하는 것이겠지. 알 수 없는 것들이 더 많지만, 그럼에도 믿을 수 밖에 없는 무엇을 향해 나가는 수 밖에,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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