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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덜어내는 것이 어려운 것을 알게 되었다. 더 많이 알고 싶고, 더 많이 쏟아내고 싶고, 쏟아낸 것 보다 조금 더 많은 것을 흡수하고 싶은 욕심쟁이 성향은 통 변할 것 같지 않다. 그래서 조금만 더를 끊임없이 외치는 나에게도, 덜어내는 것이 더 어렵고, 그리고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는 점은, 앞으로의 내 생활과 마음가짐이 깨닫기 전의 그것과는 조금은 다르게 흘러갈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게 해 준다.
그래서 브라우저를 하얀 바탕이 가득 채우고, 타이틀과 커서가 깜박이는 미디엄의 화면을 보았을 때 이거야말로 이것저것 표현하고 싶은, 그렇지만 줄이고도 싶은 지금 내 심경에 딱 맞는 것 같았다. 어쩌면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너무 많아지게 된 요즈음, 무거워진 생활을 좀 가볍게 하고 싶었으리라 생각한다. 적어도 무언가를 쓰고, 나누고, 읽고 보고 하는 과정에서 툭툭 덜어내고 집중할 수 있는 것이 필요하게 된 것 같기도 하다.
요즘 늘 마음 속에 담고 있는 여백, 거리, 무게, 방향 같은 것들에 대해서, 튀긴 도너츠를 슈가파우더에 푹 담구어 듬뿍 묻힌 뒤 탁탁 털어 먹을 때 조금만 떨어지게 — 그렇지만 맛있어보이는 딱 고만큼 — 만드는 작업과 비슷한 것을 이 곳을 통해서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내 머리 속에서만 굴리기에는 내 머리는 부족하고, 이 곳은 외롭다. 분명히 연결된 것은 알지만 자칫 잘못하면 먼 섬 처럼 느껴지는 여기에서 -그러고보니 여기 섬 맞다 —, 연결된 실이 굵어지고, 얽힐 정도로 나눌 수 있으면 길가다 슬며시 웃음이 날 만큼 좋을 것 같다.
어제 집안에 들여놓은 서큘레이터 덕분에 밤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여름 밤, 僕らの音楽를 BGM삼아 쌓인 일들을 하나씩 풀어 나가기 전, 슬쩍 미디엄의 첫 발을 디딘다. 미디엄이라니 이름도 예쁘고 내가 좋아하는 단어인데다가 로고도 예쁘다. 이쁜 것들은 원래 생각할 수록 더 정이 가는 법이다. 게다가 난 스테이크도 미디엄이 제일 좋다.
이렇게 가끔 샛길로 많이 새겠지만, 오히려 제대로 된 길보다 샛길로만 갈 수도 있겠지만, 이번에는 좀 진득하게 한 공간에서 무언가를 잘 풀어내는 것을 느슨한 목표로 삼아 보겠다. 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