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표쓰기 D-305

작업실에서 토론

학창시절 일제시대를 알면서 조선이라는 나라를 빼앗은 일본이란 나라가 너무 나쁜 나라라고 생각하고 일본인들은 그냥 싫고, 또 그렇게 생각하는 것을 애국심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생각이 없는 아이들을 무시하고, 일본 문화를 좋아하는 친구를 친일파라고 생각하고 뭐 그랬었는데… 지금은 이것저것 그 때보다 여러 각도로 알게 되었는데도 삼일절을 쉴 수 있는 날이라 좋아하는 내가 좀 이상한 건가 싶기도 하고. 애국심, 민족, 한반도, 역사성 등의 단어를 한발 떨어져 바라보게 된 것 같은데.. 나 빨갱이? -_- 그냥 휴식에 목마른 사무직 노동자의 그냥 어떤 개인적인 바람이 많이 투영된 거겠거니 ;; 아무튼 삼일절을 그냥 쓰자니 아쉬워 사족이 줄줄이소세지처럼 붙네.

작업실이 생겼다. 평일 주말할 것 없이 올해 계획한 공부들, 작업들, 내년에 내려갈 준비들을 이 공간을 핑계삼아 해보려고 한다. 오후에 그 공간에서 새로 시작할 독서모임을 어떻게 진행할 건지 얘기도 나눌 겸 어쩌면 작업실로 고고씽- 진행 계획은 쓱쓱 이야기를 통해 짜여졌고 자연스레 대화는 다양한 주제를 넘나드는 토론이 되었다. 한나아렌트의 인간의 조건이라는 책을 왜 읽게 되었는지 누군가 얘기해보는 것을 시작으로, 대중 정치에 대해, 진보에 대해, 긴 토론이 이어졌다. 옳다 그르다의 무용성이라고 해야 하나, 내가 왜 아님 왜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지에 대해 세명이서 세가지의 의견들이 붙고 또 그 의견에 의견이 붙고.. 뇌들이 쫄깃해지는 토론이 재미졌다. 구체적으로 그래서 무슨 얘기를 했지? 라고 하면 … 딱히 생각이 나지 않는 건.. ;; 다음엔 녹음을 해놓을까 싶기도. 가끔씩 하긴 했는데.. 암튼 기록이 중요하다.

대화 사이사이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어떤 것이 생각나고 그리고 타이밍을 보아가며 그 생각을 얘기하면서 이상한 사족을 덧붙이거나 괜히 안 체하고 싶어 여러 주워 듣거나 읽었던 이야기들을 붙여가면서 얘기하기도 하고. 많이 아는 것이 아닌 다양한 각도에서 잘 아는 것이 중요하지 라는 생각. 책을 읽는다 하여, 공부를 한다고 하여 지적 욕구가 채워지지 않는 것 같다. 그것과 더불어 토론을 하고, 글을 쓰는 등의 표현들이 합쳐져야 지적 욕구가 채워지는 것 같다. 다른 생각을 들어보는 것. 내 의견을 누군가 반대하고, 동의를 하는 그 경험을 통해 내 의견은 수정되거나 발전되거나 하는 것 같다. 토론을 대하는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토론하면서 느낀다. 그런 면에서 나는 조금 멀었고.

내일부터 직장에 다니면서 작업실을 다녀야 할텐데 조금 독하게 마음 먹고 조금 독하게 행동할 필요를 느끼며, 많이 힘들다 싶으면 푹 쉬거나 해야겠다. 뭔가 해보고 싶은 걸 시도할 때 피로도보다 설레임이 큰 건 분명 나의 강점인데 이 걸 갖게 된 건 뭐 행운이겠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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