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크의 성장통

나의 정체성을 발현시킨 인자 ‘이카리 신지’

※ 본 글은 본인의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으로 작성된 글이니 무분별한 불법 비디오처럼 생각하면 안 됩니다.

나는 어릴 적 만화를 유독 좋아했다. 밖에서 뛰어놀다가도 저녁에 만화 하는 시간이 되면 알아서 집으로 돌아와 TV 앞에 자리 잡고 있었으니 말이다. 4살 위의 형아도 똑같이 만화를 좋아했고 서로 TV 애니메이션을 시청하고 만화책을 가져오는 날이면 밤늦게까지 읽어더랬다.

나는 유년시절 그리 성격이 좋은 아이가 아니었다. 꽤나 이기적이고 매우 감정적으로 반응했으며, 남들을 깔보는 성향이 있었다. 그런 어느 날 한편의 애니메이션을 보고 충격을 받아 성격이 180도 바뀌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 이름은 “Neon Genesis Evangelion: 신세기 에반게리온”이다.

추가 해석이 필요하면 ‘엄디저트님의 해석:백업본’을 참고해보자.(루리웹 원본이 사라져 백업본을 링크)
에반게리온 TV판 오프닝 컷, 나도 이미지 찾으면서 10년만에 본듯..

당시 가이낙스를 흠모하던 나는 당연히 불법 비디오를 수배하여(그 당시 일본 문물은 참 구하기가 힘들었다…) 시청하기 시작했으나….

1화부터 엄청난 임팩트로 나를 사로잡았고 엄청난 집중력을 동원해 내가 제이크인지 신지인지 혼연일체의 마음으로 26화까지 시청했다. 이러한 나의 자세는 나 자체를 변화시켰다. 신지의 마음에 동화되어 그의 행동과 말, 생각을 이해하기 시작했으며,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 적극적으로 빠져들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자아의 성장 측면에서 난 매우 더딘 아이 었다. 사춘기도 늦었고(신지가 아니었으면 없었을지도) 사람과의 교류에 대해서도 뒤늦게 고민했었다.(고민 이전에는 ‘사람-만난다-즐겁다-친구 된다’ 거의 이런 의식 수준) 이성에 대해서도 20대가 후반에 돼서야 관심이 생기는 문제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런 나에게 에반게리온은 ‘나에 대해’, ‘사람에 대해’, ‘사람 간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는데 이것은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생각이 나의 가치관, 인생관 등의 기반이 되었고, 더 나아가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근간이 되고 있다. 심지어 몇 년 전부터는 삶의 행동으로 발현되고 있으며, 더욱 성장시키고 있다.

신지는 항상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의 행동에 상처받고, 두려워하고, 마음을 닫고 살았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AT필드(마음의 벽:링크의 ‘정체’부분 참조)가 누구보다 강력한 신지는 초호기를 타고 덤비는 사도들을 족족 실신시킨다. 외롭고 마음이 닫혀있을수록 강력했고 그와 반대로 점점 더 상처받아 간다. 이를 통해 겐도(신지의 아버지)는 자신의 목적(아들을 성격 파탄시켜 와이프를 만나러 간다. 이 정도면 사이코 로맨스 수준)을 달성시키려 한다. 중반에 또래의 친구들이 생기면서 마음을 조금씩 열 수 있는 계기가 생기지만 우리의 어른들은 이를 두고 볼 수는 없다. 신지를 다시 흔들고 압박하고 본인의 형태를 유지할 수 없게 만든다.

어른들은 어른들의 사정이란 것으로 아이를 압박하고 가장 싫은 모습의 어른이 되도록 인도한다.

사람 간의 관계는 수많은 도전과 실패, 상처를 통해 성장해 간다고 말한다. 글세. 나는 그러기엔 사람들이 너무나 많이, 고의적으로, 자신을 위해 남을 상처 입힌다고 생각한(했)다. 이제 나도 나이를 먹었다고 여러 경험을 통해 어른들의 사정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해하고 나니 의문은 더욱 명확해졌다. “그렇다고 이렇게 해야 돼? 남을 이렇게까지 상처 입히면서 살아야 하는 건가?” 사람이란 게 원래 그렇다고, 생존본능이니 뭐니라고 하면서 말하겠지만 ‘과연 사람이 그런 건가?’라고 계속 묻게 된다.

End of Evangelin의 마지막 씬, 아스카짱의 기분나빠

에반게리온의 두 극장판 “Death & Rebirth:사도신생”과 “End of Evangelion:진심을 너에게”(극장판의 내용은 TV판과 연결된다)을 보면서 더욱 명확해졌다. 그렇게 10대 후반에 찾아온 좀 늦은 사춘기의 고민은, 내가 앞으로 사람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형성하고 사람으로서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정의하게 되었다.

내가 힘들더라도 주변 사람들부터 천천히 행복하게 만들겠어. 
그렇게 점점 넓혀가면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질 거야!!

‘참으로 어리석도다……’라고 어른이 된 제이크는 생각했다.

그렇지만 이 인생관을 부단히 행동으로 옮겨 많은 친구들과 스쳐간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달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그렇게 행동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사회생활과 남을 불행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엄청난 공격(천지스톰 수준..피할 곳이 없어..)을 퍼붓는다)을 하고 있다.

다수의 올바르지 못한 사회적 기준으로 바라보았을 때 ‘어리석다’라고 볼 수 있으나, 주관적인 기준으로는 ‘곧다’라고 표현하고 싶다.

사람 몸으로 탄생하여 생각을 하게 되고 그 생각을 행동할 수 있는 ‘한계성’과 ‘무한함’의 사이에서, 우리는 너무나 비생산적이고 자기중심적인(내가 보기엔 리얼 치킨게임 같다) 행동으로 내 친구, 내 동료, 그냥 사람들, 모르는 사람들, 좋은 사람, 나쁜 사람, (심지어) 자식에게 벽을 치게 하고, 그 벽에 짓눌려 마음이 터져 죽어버리게 하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