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무엇을 통제해야 하는가 - 몸 (2)

하지만 온전한 신체라는 건 상당히 까다로운 조건이다. 일단 몸은 에너지 생산체계가 아니라 소비체계기 때문에 필요한 에너지를 외부로부터 지속적으로 조달해와야 한다. 몸은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숨만 쉬고 있어도 생물체가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최소에너지인 기초대사량(basal metabolism)을 소모하기 때문에 반드시 소모된 열량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음식을 통해 재섭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배가 고프게 되고 이러한 배고픔을 장시간 해결하지 못하면 음식에 대한 의식적인 통제보다 무의식적인 본능이 우리를 지배하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인간의 마음에 해당하는 감정이나 생각은 물론, 그 이상의 초월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영혼마저도 그 가치와 의미를 상실한다. 마찬가지로 일정 시간 이상의 수면이나 충분한 휴식을 통해 신체에 쌓인 피로를 풀어주지 않으면 정신은 곧 그 힘과 기능을 상실한 채 신체적 본능에 종속되고, 심한 경우 신체 운영체계가 파괴돼 질병이나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영혼은 우리가 인식할 수 없는 곳으로 사라진다. 정신력으로 신체적 한계를 극복한다는 것은 최소한의 신체적 욕구가 충족되었을 때나 가능한 말이다.

먹고 자는 것과 신체적 본능 외에도 몸의 힘과 기능을 저하시키는 요인들은 많다. 지식화, 정보화가 고도로 진행되고 있는 현대 사회의 업무 방식은 우리 몸에 큰 부담을 주기 쉽다.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으면 온 몸의 하중이 척추에 쏠려 허리가 굽거나 근육에 염증이 생길 수 있다. 이는 심각한 경우 척추만곡증(꼽추등)이나 척추측만증(S자로휨), 그리고 허리디스크라고 불리는 추간판탈출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또한 타이핑하는 자세는 목과 어깨 근육 그리고 손목을 긴장시키기 때문에 해당 부위의 뻐근함과 통증을 피할 수 없다. 목의 통증은 스마트폰의 활성화로 인해 더욱 가속화된다. 실제로 스마트폰은 스마트폰이 시장에 등장한지 4년 만에 전 세계 인구당 스마트폰 보급률이 40년 역사를 지닌 PC를 추월할 만큼 우리 삶에 깊숙이 침투해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스마트폰 보급률이 무려 83%로 전 세계에서 4번째로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다(출처: KT경제경영연구소, <2015년 모바일 트렌드 전망>). 덕분에 우리는 쇼핑이나 은행 업무 등 많은 일들을 편리하게 처리할 수 있게 됐지만 그 대가로 거북목증후근, 시력저하 그리고 안구건조증 등의 부작용을 겪게 됐다. 뿐만 아니라 사무직 직장인들은 주로 실내에 앉아서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기 때문에 만성적인 소화불량에 시달리기 쉽고, 업무 시간의 대부분을 사무실 안에서 보내므로 여름에는 냉방병, 겨울에는 건조증으로 몸을 혹사시키기 쉽다. 끝으로 여기에 한 번 마시기 시작하면 끝을 보는 음주문화와 여성들의 생리휴가 사용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까지 더해져, 현재를 사는 많은 직장인들의 몸은 점점 더 건강과 멀어지고 있다. 이러한 실태는 술과 흡연에 대한 내용을 제외하면 하루 종일 교실에 앉아 공부해야 하는 청소년들의 몸 건강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관련 세부내용은 해당 장에서 별도의 글을 통해 다루고자 한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정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선 몸에 대해 신경 써야 할 것들이 생각보다 많다. 뇌를 포함한 신체기관들을 제대로 작동시키기 위한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 규칙적으로 건강한 먹거리를 적당량씩 먹어야 하고, 정신기능의 효율, 효과적인 활용과 계발이 방해 받지 않도록 질 높은 휴식과 수면을 통해 질병과 통증이 몸에 생기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또한 적정한 습도와 온도 그리고 바른 자세를 유지할 때 부정적인 감정이나 생각을 물리치고 마음을 평화롭게 할 수 있으므로 신체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주변의 환경상태를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 이러한 선결조건들이 내적 토대로서 개인을 뒷받침해줄 때 개인은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감정과 생각으로 영혼과 육체를 통합해 자아실현을 이룰 수 있다. 그리고 이때의 자아실현은 태어나서 후천적으로 형성되는 자극과 정보에 대한 개인의 몸, 감정, 생각의 독특한 반응방식인 성격을 초월한 인간의 근원적인 순수 원형에 해당하는 영혼의 메시지를 현실에서 그대로 실천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정리하자면 우리가 자기 영혼의 목소리를 듣고 실천하는 일인 자아실현을 이루기 위해선 먼저 자신의 몸을 배부르게(에너지), 건강하게(질병 및 통증), 쾌적하게(환경), 편안하게(감정), 평화롭게(생각)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이 다섯 가지 선결 조건들을 해결하지 못해 만날 수 없었던, 그리고 이 세상에 드러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 자신의 진짜 목소리를 찾아, 내가 하고 싶고 할 수 있으며 해야만 하는 소명에 대한 신념과 용기로 충만한(영혼) 인생을 만들 수 있다(자아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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