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능성과 확신 — 흠냐웨 작가 인터뷰 Part.1

BISKET NFT
10 min readJan 3, 2023
Artist HumNyaWe

BISKET의 정체성과 흠냐웨

NFT는 블록체인과 그 보유자들을 전제로 하는 기술이어서, NFT 시장은 블록체인 시장에 종속 되어있다.

올 상반기에 블록체인 시장에 불어닥친 한파는 NFT 시장을 크게 위축시켰다. 국제적인 인플레이션을 개별 국가가 해결할 수 없는 것처럼, BISKET 역시 NFT 시장의 침체기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시장 전체가 침체되었을 때 디지털 아트 플랫폼은 어떤 작품을 선보여야 할까?

우리는 BISKET의 정체성에 기초한 결론을 내렸다.

BISKET은 유명 작가보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작가에게 주목한다. 작가와의 동반성장을 원하기 때문이다.

예나 지금이나 작가의 가능성은 그가 지닌 개성을 통해 점쳐진다. 흠냐웨의 개성은 말로 표현할 필요가 없다. 보면 누구나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흠냐웨는 아직 미스터 미상이나 이윤성처럼 스타덤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대체불가능한 작가다. 그는 NFT 아트의 태동기부터 지금까지 호불호가 명확히 나뉘는 작품을 선보여 왔으며, 그의 작품들은 ‘그로테스크한데 예쁘다’는 평가를 받는다.

솔직한 사람, 흠냐웨

BISKET (이하 ‘B’): 7월 내내 BISKET 홈페이지를 통해 작품을 선보이셨으니 인사나 소개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바로 여쭙겠습니다. 흠냐웨라는 작가명은 어떻게 지으셨나요?

흠냐웨(이하 ‘H’): 세번째인 것 같아요. BISKET과 하는 인터뷰가 세번째인 것 같은데 세번 다 첫 질문이 이거였어요. 근데 저 같아도 이걸 제일 먼저 물어볼 것 같기는 해요 (웃음). 사실 제 활동명에는 거창한 이유가 없어요. 사실 예전부터 제 아트워크를 콘텐츠로 하는 방송을 하고 싶었어요. 지인들이 부르는 별명을 쓰면 저를 알아본 지인들이 방송에서 아는 척을 할 것 같은 거예요. 저는 그런 상황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닉네임을 생각했죠. 어느 날은 친구 하나를 붙잡고 이런 고민을 얘기했는데, 이 친구가 이러는 거예요. “흠냐웨…… 뭐가 좋을까?” 그 때 그 말에 꽂혀 버렸어요. 너무 맘에 들어서 지금까지 쓰고 있습니다.

B: 다른 매체와 진행하신 인터뷰를 보니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개인 작업을 시작하셨더라고요. 더 흥미로웠던 작가로 전업한 뒤에 ‘대중성을 포기했다’는 발언이었습니다. 이런 대담한 결정을 내리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H: 디자인을 포기한 것과 개인작업을 하면서 ‘대중성을 포기’한 것은 같은 이유 때문이에요. 내가 좋아하는 걸 나답게 하자.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것입니다.

저는 디자인이 정보를 쉽게 전달할 수 있는 매개체 같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디자이너의 개인적 취향보다는 대중의 니즈와 트렌드를 따라가야만 해요. 저는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이 부분 때문에 스트레스에 시달렸어요. 타인의 욕구는 충족시켜주는데 정작 내 욕구는 충족이 안 되었던 거죠. 처음에는 작업을 취미로 했어요. 이런 스트레스를 풀어보려고 시작한 거였습니다. 그런데 하면 할수록 개인작업이 너무 좋은 거예요. 그러다 보니 디자인 작업이 더 싫어 졌어요. (웃음) 코로나 때문에 회사가 어려워진 것도 한 몫 한 것 같고요.

‘대중성을 포기하자’라고 생각한 것도 마찬가지였어요. 취미로 하던 시절부터 흠냐웨로 활동을 시작한 극초기까지의 작품들은, 지금보면 정말이지 어색합니다. 이걸 같은 사람이 했나 싶을 정도예요. 지금이랑은 작품이주는 느낌이 완전히 다르니까요. 옛날 작업들은 뭐라고 해야 할까…… 왜, 인스타그램에 해시태그 아트워크, 해시태그 그래픽아트라고 치면 나오는 이미지들에 가까웠어요. 왜 ‘예쁜’ 색감에 별 같은 거 있고, 막 몽글몽글한 그런 거…… 누가 봐도 예쁘다고 생각하는 그런 느낌의 작업들이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런 작업’을 내가 좋아해서 하는 건가? 아니면 사람들이 예쁘다고 해주니까 하는 건가?

내가 좋아하는 걸 하려고 개인작업을 시작했으니 내 취향을 찾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한동안 취향을 찾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언젠가부터 알게 되었어요. 저는 ‘그로테스크하지만 여운이 길게 남는’ 느낌을 좋아해요. 그걸 깨달은 순간부터 대중성을 포기하고 제 개성을 드러내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작가의 눈동자는 작품 얘기를 할 때 반짝거린다

B: 작가님의 컬렉션들을 EYEDOL, EYEGGs, The Human Tales로 나누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각각의 컬렉션들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H: 말씀하신 세 개의 컬렉션 외에 ‘HumNyaWe’s Univers’도 있어요. 총 네 개네요. ‘HumNyaWe’s Univers’는 그때 그때 눈에 띄는 것들을 활용한 작업입니다. 대상을 선정하는 것은 의식적인 행위지만 그 뒤부터는 무의식적으로 작업을 진행해요. 가장 큰 특징은 저의 시그니처인 눈알이 보조적 소재로 활용된다는 점입니다.

HUMNYAWE’S UNIVERS 컬렉션 ‘ANXIETY’. 흠냐웨 작가 본인 제공.

‘EYEDOL’은 제 작업을 정리하기 위해 만든 컬렉션이에요. 어느 날 인스타 피드를 봤는데 제 작품들이 정돈되어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최근에 만들었어요. 이 컬렉션은 ‘눈알’을 중심적으로 보여줘요. 다른 컬렉션들과 다른 점은 곳곳에 알약들이 흩뿌려져 있다는 점이에요.

‘EYEDOL 14’ 흠냐웨 작가 본인 제공

‘EYEGGs’, 그러니까 ‘눈알걀’은 배경이 심플해요. 다른 컬렉션들은 실제 있는 공간을 배경으로 활용하지만 ‘눈알걀’에서는 배경을 심플한 색으로 처리해서 오브제를 돋보이게 하죠. 단어 그대로 눈(EYE)과 달걀(EGG)이 합쳐진 컬렉션이에요. 이 컬렉션은 흠냐웨의 아이덴티티를 확립해준 컬렉션이라 애정이 큽니다.

EYEGG 콜렉션 중 ‘WARM AND COZY’. 흠냐웨 작가 본인 제공.

만든 계기도 참 신기해요. 그런 날 있잖아요. 너무너무 작업이 안 되는 날 말이예요. 작업이 너무 안 풀려서 삶은 계란에 눈알을 합성해봤어요. 그런데 주변의 반응이 너무 좋더라고요. 친한 작가님은 연작 작업을 권하기까지 했어요. 그래서 컬렉션을 만들게 되었죠. 이 컬렉션은 저에게 ‘눈알 작가님’이라는 별명을 붙여줬어요. 그 때부터 지금까지 제 프로필 이미지로 사용 중입니다.

‘The Human Tales’은 기존의 동화를 저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해서 풀어내는 컬렉션이에요. 저의 재해석은 대강 이런 식이예요. 장인정신을 지녔지만 광기에 사로잡힌 제페토 할아버지가 만들어내는 ‘손자들’, 파티에 가고 싶지만 돈이 없어서 인신매매에 뛰어든 신데렐라.

THE HUMAN TALES 컬렉션 중 ‘PINOCCHIO’. 흠냐웨 작가 제공.

이 컬렉션을 만들고 나서 내 생각이 남들과는 많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남들도 이 정도 생각은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더라고요. 다들 내 뇌를 꺼내 보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잔인해…… (웃음)

B: The Human Tales에 대한 추가 질문입니다. 굉장히 흥미로웠지만 분량이 너무 짧아서 아쉬웠어요. 잘 만든 티저 영상을 본 느낌이었습니다. 혹시 이 연작도 계속 이어지나요? 본편을 기다리는 팬심으로 여쭙게 되네요.

H: 네, 티저 영상이 맞습니다! The Human Tales의 본편을 완성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아요.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지만 작년에 NFT 붐이 불었을 때는 드랍 하나 하나에 엄청난 공을 들였어요. 아트워크를 드랍하기 전에 티저 영상을 먼저 만들어서 드랍 예고 트윗을 올리는 식이었죠. 지금 Foundation에 드랍한 The Human Tales는 영상 후반부에 등장하는 아트워크를 위한 티저 영상이에요. 현재는 Foundation에 있지만, 원래는 아트워크만 Opensea에 드랍을 했어요. 현재의 영상은 언락커블 컨텐츠로 컬렉터에게 전달하려고 제작한 거예요. 그러다 컬렉션 자체를 Foundation으로 옮기면서 아트워크가 아닌 티져 영상이 ‘메인’ 자리를 차지했죠……

물론 저도 이 연작을 계속 이어가고 싶어요. 하지만 잠시 중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스토리를 억지로 쥐어짜내는 느낌 때문이었어요. 예전에는 작품을 만들고 나서 결말만 생각하면 됐어요. 예를 들면 이런 식이죠.

‘양치기 소년이 술에 취해 잠든 사이 늑대가 나타나 소년의 눈알을 먹어버렸어요.’

뭐 이런 정도로만 이야기를 만들어요. 그런 다음에 업로드하면 끝이었죠. 그런데 이야기를 좀 더 다듬어서 기승전결을 부여하려고 하니까 이야기의 ‘개연성’과 ‘구성’까지 신경 써야 하더라고요. 왜 소년이 술을 마셨을까? 마을 사람들은 그 시간에 뭘 하고 있었지? 이러한 물음이 생기는데 저 스스로도 답변하기가 어려웠던 거죠.

그래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억지로 이야기를 쥐어짜내는 것보다 기다리는 것을 택한 거예요.

B: BISKET 팀원들은 작가님의 작품에서 유머 코드를 느낍니다. ‘잘 익혀 먹읍시다’, ‘마! 나온나’ 같은 작품들의 이미지를 보고 자기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작가님은 실생활에서도 유머러스 하신 분인가요?

H: 저는 유머를 추구하는 사람이에요. 누구를 만날 때도 저와 유머 코드가 맞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하죠. 제가 가장 많이 듣는 얘기 중의 하나가 ‘흠냐웨 만의 세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얘기를 듣는 이유에 대해 생각을 해봤어요. 제가 가진 독특한 유머 코드가 한 몫 하지 않았을까요?

무의식에서 출발하는 작업

B: 작가님의 작품을 보면 ‘무의식’과 ‘감정의 분출’ 같은 어휘가 떠오릅니다. 작가님은 작품을 완성한 뒤에 어떤 감정을 느끼나요?

H: 솔직히 아무 생각이 안 듭니다. 밥 먹고 나면 배부르고 샤워를 하고 나면 개운하죠. 하체 운동을 하고 나면 아이고, 내 다리! 하는 소리가 저절로 나와요.

먹고 씻을 때 엄청 심오한 생각을 하지는 않잖아요? 이런 행동들은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집니다. 저는 작업을 일상의 활동들처럼 ‘무의식’에 맡겨요.

다만 작업이 거의 완성되어갈 때 이런 정도 생각은 하는 것 같아요. 눈알이가 외로워 보이네. 눈알이가 오늘은 쉬고 싶은가 보다. 저의 시그니처인 ‘눈알’이 무슨 감정인지 생각해기도 하고 저 혼자 작품의 스토리를 떠올려 보기도 해요. 하지만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이런 생각들이 작업에 앞서지는 않습니다.

B: 천사를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릴 수 없다는 쿠르베의 발언은 많은 사실주의자들에게 영향을 끼쳤고, 봉준호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마틴 스콜세지와 쿠엔틴 타란티노를 언급했습니다. 이런 것을 보면 아티스트들은 앞선 이들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 같아요. 작가님의 작업에 영향을 끼친 아티스트가 있을까요? 있다면 누구일까요?

H: 다양한 작가님들에게 자극을 받고 있지만 제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분은 없어요. 제가 원하는 건 지금 제가 하는 작업이 하나의 스타일로 자리를 잡는 것입니다.

(흠냐웨 작가 인터뷰는 2부로 이어집니다.)

(by BISKET.ART team / August 5,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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