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 속에서

어렸을 적에는 세상이 꽤나 정합적이고, 합리적으로 돌아갔다는 생각을 자주 했던 것 같다. 부조리나, 불평등 같은 이슈는 존재했을 망정 보이지 않는 손이라던지, 인간 판단의 합리성이라던지, 또는 교육에 대한 믿음이 컸다고 하는게 좀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뭐, 사실 이러한 믿음의 붕괴는 2008년도부터 지속되지 않았나 싶다. 사실 그 때도 촛불 들고 나갔던 중고등학생 중 하나였을 때였지만, 금융위기나, 탄핵, 미 대통령 당선, 인종-젠더 이슈의 부활 등을 보면서 뒷걸음치고 있는 사회를 봐 왔고, 결국 현실에 대한 기대를 하나 둘 씩 접기 시작했다.

뒤로 한 발자국 물러선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두 발자국 나갈 것이라는 믿음은 장기적인 안목에서는 유효할 것이다. 하지만, 개인의 인생에 있어서 장기적인 것보다 단기적인 혼돈과 실패가 더 크게 다가오기도 하고, 사회안전망이 없는 한 다시 재기할 기회도 주어지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장기적으로 경기가 회복된다고 하더라도, 그 과실을 내가 먹을 수 있는 건 아닐테니.

문제는 이러한 경향성이 언제 끝날 수 있냐는 것이다. 저성장 국면에서는 파이를 키우는 것보다 파이를 어떻게 나눠 갖느냐의 싸움에 더 중점을 둘 것이며, 내가 갖고 있는 것을 얼마나 지킬 수 있는 지에 더 관심을 갖는 건 당연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사람들이 미래를 위해 현재를 투자하는 행동을 할 수 있을까? 아님, 세대나 시대가 바뀌고 나서야 그런 행동을 다시 할 수 있을까? 난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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