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표 교육은 과연 언제까지?

Sarah
8 min readOct 21,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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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중순까지 푹푹 찌던 샌디에고에 이제 가을이 찾아 왔습니다. 8월 말에 학기를 시작한 아이들도 이젠 학교 생활에 제법 익숙해진 듯 합니다. 첫번째 프로젝트 발표회가 11월에 있으니 첫번째 쿼터가 반 이상은 지난 셈이 되는군요. 어떤 결과물을 가져올지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됩니다^^

오늘은 엄마표 교육에 대해 이야기 해 볼까 합니다.

저희 5학년 짜리 큰 아이와 2학년짜리 작은 아이 둘 다 엄마표 교육을 합니다. 엄마가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분들은 취학 전에 엄마표 교육을 많이 시키실텐데요, 입학하고 나면 저처럼 엄마가 끼고 가르치기 보다는 학원에 맡기시는 분들이 더 많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사실 제가 엄마표 교육을 하게 된 것은 자의반, 타의반이었습니다. (1) 일단 미국에서 사교육을 시킬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이 첫번째 이유였고 (2) 큰 아이를 저 아니면 가르칠 사람이 없었구요, 가르치다보니 제가 가장 저희 아이를 잘 아는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더군요. 더불어 (3) 제가 새로운 것은 배우게 되는 것 또한 예상치 못한 소득이라면 소득이네요^^ 물론 저희 아이들이 어떤 사람으로 성장할지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만, 현재까지는 엄마표 교육을 하기를 잘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시간적/경제적인 한계 때문에 사교육에 제한이 많다.

미국에는 사교육이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으시겠지만 그렇지가 않습니다. 영어, 수학 학원들이나 개인 교습을 하는 tutor들이 분명히 있고요, 대입을 위한 SAT 시험 대비 학원들도 많이 있어요. 영어, 수학 학원이 아니더라도 운동이나 악기 등을 보통 한가지 씩은 아이들이 하기 때문에 그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저희 큰 아이는 바이올린을 킨더때부터 해 오고 있고 작은 아이는 작년부터 피겨 스케이팅을 하고 있어요. 제 주변 아이들을 유심히 관찰해 보니 아이들이 음악, 미술, 체육 중 적어도 하나는 잘 하는 듯 하더군요. 미국에서는 이런 예체능 활동의 경우, 시작하는 초기 비용은 저렴합니다. 다만 이 활동들을 본격적으로 한다면 여기서도 비용이 적지는 않지요. 하지만 한국에 비해서는 싼 편이라고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바이올린의 경우, 제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가장 비싼 선생님이 1시간당 150–200불선이라고 하네요. 문제는 이런 좋은 선생님들이 그 아이를 학생으로 받아주느냐겠죠^^;

일주일에 이런 저런 예체능 활동을 하다보면 학교 공부를 보충해 주는 학원까지 보내는 것은 시간적으로나 금전적으로나 쉽지 않은 일이에요. 한국처럼 학원에서 차를 보내주는 것이 아니라 하나부터 열까지 엄마가 다 따라 다니면서 운전기사 노릇을 해야 하는지라 엄마의 체력에도 한계가 있구요.

Special Kid 인 내 아이를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엄마 뿐

여기서부터가 본론입니다. 저희 큰 아이는 계산 능력, 암기력, 공간 지각능력, 그리고 음감은 보통 아이들보다 뛰어난 편이지만, 논리력이나 추상적인 사고는 굉장히 어려워합니다.

예를 들어 1학년때 뺄셈을 가르치는데 정말 1년이 꼬박 걸렸습니다. 덧셈은 늘어나는 것이 눈에 보이기 때문에 쉽게 이해했고, 그 덕에 곱셈까지 한 번에 떼었어요. 뛰어난 계산 실력 덕분에 보통 아이들이 구구단을 이용해 곱셈 문제를 푸는 동안 덧셈만으로 간단하게 곱셈을 풀어버리죠.

문제는 사물이 눈에서 사라지는 뺄셈은 덧셈에 비하면 훨씬 추상적인 개념이더라는 거죠. 저는 정말이지 뺄셈이 이렇게나 어려운 개념인 줄 저희 아이 가르치면서 처음 알았습니다-.,- 사과 2개가 있었는데 그 중 1개를 먹었으니 몇 개가 남았냐고 물어보면 1개라고 제대로 대답을 합니다. 헌데 이것을 2–1=1으로 표시한다고 가르치면 이해를 못합니다. 1년 동안 정말 애한테 소리도 많이 질렀고 울기도 많이 울었습니다만, 결국 색깔이 다른 칩으로 눈에 보이게 설명을 하니 이해를 하더라고요. 2–1에서마이너스(-)라는 것은 빨간색 칩 2개를 노란색 칩 1개로 겹친 결과다..라고 설명을 하니 그제서야 알아 듣더라는 말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뺄셈은 어려워하고요, 뺄셈과 관련된 크기 비교 개념(<,>,=)도 어려워 합니다. 심지어 받아내림이 있는 뺄셈은 덧셈으로 풉니다. 대충 답을 어림해서 써 놓고 검산 과정인 덧셈을 통해 최종적인 답을 고쳐나가는 거죠. 수학 기호도 이해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요.

수학적인 기본 개념도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더군다나 여러 개념들이 논리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면 더 헷갈려하죠.

이런 아들 가르치느라 이런 저런 방법 모두 다 사용을 해 봤는데요,

개념을 시각화해서 설명하는게 가장 좋은 방법이더라고요. 이 부분에서 제가 실제 만든 수학 교구들도 사용했지만, 아이패드를 이용해서 요즘 흔히 구할 수 있는 수학 게임들을 적절하게 활용을 하고 있어요. 논리 게임들도 많이 깔아놨구요. 요즘 워낙 좋은 시청각 교구들이 많아서 도움을 많이 받고 있는데요, 이 교구들은 다음번에 기회가 되면 포스팅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더불어 아이에게 지시사항을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화이트 보드에 써 주는 것도 유용한 방법입니다. 저희 특수교육 선생님께서 권해주신 방법입니다. 말로만 하는 것보다 시각화 하는 것이 전달이 더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최근 제가 읽은 Todd Rose 교수의 Square Peg(2013)에 의하면 사람마다 똑같은 내용을 어떤 식으로 배우느냐에 따라 그 효과가 천차 만별이라고 합니다 특히 우리 아이처럼 쉽게 집중을 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는 교육 내용을 시각화를 하거나 음성화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하네요. 저희 아이처럼 읽기는 하되, 이해가 부족한 아이들에게는 눈으로 지문을 읽을 경우 집중 시간이 짧기 때문에 귀로도 들려 주는 거죠. 이런 측면에서 저자는 앞으로 학교 교육이 개인화 personalization되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또 그래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미 저희 아이들은 이 방향으로 진행하는 교육을 받고 있어요. 공허한 주장은 아니라는 소리죠.

자, 학교 교육이 이처럼 개인화되면, 즉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교육의 방향으로 진행한다면 가정에서는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할까요? 선택은 두 가지입니다. 아이의 강점을 더욱 살리는 방향으로 서포트를 해 주거나, 부모의 판단에 따라 보충되어야 할 약점을 보강하거나요. 저 같은 경우는 현재 후자를 택해서 아이를 가르쳐 왔고, 앞으로는 전자를 남편과 함께 진행할 예정입니다. 그렇게 되면 아이를 가장 정확하게 판단하고 있는 주 양육자, 즉 엄마의 역할이 더 중요해 집니다. 지금까지는 학교 교육이 주가 되고 집에서 서포트를 하는 수준이었다면 앞으로는 학교 교육과 집에서 개인적으로 하는 교육이 똑같이 중요해집니다. 어쩌면 기존의 학교 수업의 중요성은 지금보다 더 약화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학교 수업은 반드시 학교에서만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거든요. 집에서도 충분히 동영상을 통해 가능해졌고, 이를 이미 Khan Academy에서 구현을 했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 엄마표 교육이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엄마가 직접 가르쳐봐야 우리 아이가 어떤 부분이 취약한지, 어떤 부분이 강점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속된 말로 ‘내 아이는 절대 부모가 가르치면 안된다’고들 하는데 저는 반대합니다. 저희 아이가 뺄셈을 이해하지 못해서 저와 아이 둘 다 고생하고 있을 때, 솔직히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나는 내 아이를 못 가르치는 것으로 결론내고 학원에 맡겨버린다면, 부모로서 당장 편하긴 하겠죠. 하지만 아이를 가장 잘 아는 엄마도 못 가르치는 것을 학원인들 가르쳐 줄 수 있을까요? 엄마만큼 열성적으로 내 아이를 가르쳐 줄 학원이 과연 존재할까요? 다들 아시겠지만 대답은 ‘no’입니다. 이런 식으로 문제를 회피해 버리고 학원에 책임 전가를 해 버리면 결국 아이는 그 문제 만큼은 포기할 수 밖에 없습니다. 내 아이를 직접 가르쳐 봐야 자녀들을 더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고 아이의 특성에 맞는 교육이 가능해진다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아이는 엄마를 배우게 한다.

아이를 가르치는 과정에서 참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습니다. 아이 수학을 가르치면서 5학년까지의 왠만한 수학 용어는 알게 되었고, 분수의 접근 방법이 제가 배운것 과는 다르다는 점도 재미있습니다.

Special kid인 아이를 이해하기 위해 관련 서적도 자주 찾아봅니다. 공부하지 않으면 내 상식으로 이 아이를 재단해버리는 위험에 노출되니까요. 국내 외에 좋은 책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아이가 어려워 하는 학습 개념을 쉽게 설명할 수 있을까 궁리도 많이 합니다.

그림을 그리려면 복잡한 실제를 단순화해서 표현해야죠. 헌데 우리 아이는 시야에 들어오는 것들이 많아 그런지 그림은 잘 못 그리는데요, 대신 이 특성이 프로그래밍을 하는데 적합할 것 같다는 남편의 의견에 아이들과 함께 코딩 교육을 준비중이에요. 일단 시작은 아두이노와 스크래치로 할까 합니다.

이렇게 아이가 저를 바꿔 놓네요. 제 머릿 속을 수학과 과학, 그리고 교육 방법론으로 가득차게 만들어 놓다니요. 아이 덕에 요즘 미국에서 포기하고 살았던 저의 새로운 커리어도 구상중이랍니다. 이것이 바로 키우기 힘들다고 하는 Special Kid를 키우며 얻게 되는 축복 중에 하나인 것 같습니다.

때때로 ‘혹 이 아이가 가진 가능성이 실은 별볼일 없는 것이면 어쩌지’하는 회의적인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아이를 가르치면서 수시로 겪는 좌절 끝에 드는 생각이죠. 저도 엄마이기 이전에 사람인걸요. 이 고민에 대한 대답을 최근에 아들 연구소의 소장 최민준님의 글에서 찾았습니다. 그 분의 글 일부로 대답을 대신합니다.

믿어주는 것은 우리의 몫이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은 온전히 아이의 몫이자
선택이지 강요사항이 될 수 없다.
가능성이 없는 아이에게 가능성이 있을거라 한평생 사기를 당한들 어떠한가.
아이가 따뜻했고 행복했다면
그것으로 우리의 역할은 다 한 것이다.

2015/10/20

샌디에고 호밀리 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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