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이 필요한 시대.
965호 주간경향에 윤호우 편집장의 흥미로운 글이 하나 실렸는데 내용은 대략 이렇다.
어느날 책장에서 서머셋 몸의 “달과 6펜스”라는 책을 꺼내 읽었는데 생각과는 달리 읽기가 쉽지 않아 스토리가 어떻게 되는지 전혀 알 수 없어 결국에는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의 해설 부분만 읽었다고 한다. 윤 편집장이 놀라웠던 건 해설에 작가에 대한 평이 있었는데 서머셋 몸이 알기쉬운 문체와 흥미진진한 스토리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어 대중작가라는 폄하를 받기도 했다는 점이라고 한다.
그는 이 소설을 다 읽기까지 약 일주일의 시간이 걸렸다고 하는데, 불과 한 세기전에는 몸의 소설이 대중적이었는데 왜 지금의 독자에게는 쉽게 읽을 수 없는 책이 된건지 그는 의문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그 이유는 지금 현 시대에는 우리들이 너무나 짧은 글들에 둘러쌓여 있어 — 예를 들면, 트위터나 페이스북같은 짤막한 글들을 읽는데 너무나 익숙해 있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독서의 호흡이 짧아진 것 때문이 아닌가 하는 것에 그 이유를 찾고 있었다.
사실 윤호우 편집장의 이 글에 굉장히 공감이 갔는데 지금의 내 경우만 해도 윤편집장의 경우와 거의 흡사하기 때문이다. 기억을 반추해 보면, 중딩때만 해도 방학만 되면 나는 집에 틀어박혀 부모님이 신혼시절 구입한 것으로 추정되는 세계문학전집 — 이 책들은 모두 2단 세로쓰기로 되어 있었고 글씨는 정말 깨알이라고 표현할 수 있으며 종이는 모두 누렇게 변색되어 있었고 심지어 몇몇 책들은 책벌레로 인해 종이가 갉아먹히고 있는 중이었다. 게다가 죄다 완역본! 결코 중딩수준의 책이 아니었다. — 을 그야말로 미친듯이 읽어댔다. 그 때 읽은 책들이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 드라이저의 아메리카의 비극, 마크 트웨인의 톰 소여의 모험과 허클베리 핀의 모험, 소세키의 봇쨩과 나는 고양이다 등 이었는데 무척 흥미진진하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 나는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조차 몇개월째 30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있으며 윤편집장처럼 대체 스토리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머리 속에 그려지지가 않는다.
아무래도 한 세기 전 사람보다 멍청해 진 것은 분명한 것 같고 이대로 가면 더 멍청해 질 것은 분명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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