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테일

(스포일러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나는 내 나름대로 게이머이긴 하나, 그 비중이 온라인게임에 치우쳐 있다. 싱글게임은 내가 해왔던 수많은 온라인 게임에 비해 수가 적으며, 게임 비평에 대해서는 무지한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적게 된 이유는, 수많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며 갓-겜이라고 칭송받던 언더테일을 내가 직접 플레이해본 결과에 대해서 논하기 위해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양작 내지 수작인 것은 확실하나 2015년 최고의 명작! 이라는 평가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느낌이며, 몇몇 요소는 오히려 플레이하는 사람을 짜증나게 했다는 생각이다. 100점 만점이라면 65점 정도.

좋은 점은 너도 나도 다 알고 있으니 좋지 않았던 점에 대해서 적어보자.

스토리를 모르고 해야 재미가 있다: 스토리 기반 게임이 대부분 이렇지 않느냐, 라는 이야기를 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잘 만든 이야기는 그 이야기 자체만으로도 재미가 있다. 스토리를 알고 봐도 재미있는 영화, 드라마, 만화, 소설 등 많지 않은지. 하지만 이 게임의 스토리는 반전에 그 기본을 두고 있다. 모든 재미가 다 반전을 기반으로 해서 만들어지는 것이기에, 그 반전을 알아버리면 즐기기가 힘들다.

스토리가 좋다면, 반전에 기반을 둔 스토리라도, 그 반전을 알고 있다고 해도 재미있어야 한다. 브루스 윌리스가 귀신인 것을 알고 봐도 식스 센스는 재미가 있고 절름발이가 범인인 것을 알고 봐도 유주얼 서스펙트는 재미가 있지만, 이 게임은 반전을 제외하고는 이야기가 재미있지 않다. 물론 게임과 다른 매체를 비교하는 것이 불공평한가? 그렇다면, 스토리를 알아도 재미있는 게임들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되겠다.

회차 기반의 플레이를 강제한다: 요즘 게임은 대부분 2회차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이 게임은 정도가 심하다. 모든 스토리를 알고 싶으면 3회차는 기본적으로 해야 한다. 문제는 1/2/3회차의 내부요소는 다 동일하다는 것. 1회차나 2회차나 3회차나 일단 파피루스를 깨고 언다인을 깨고 메타톤을 깨야 한다. 반전요소 이외의 내부 스토리는 동일하며 약간의 변경만이 있을 뿐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회차플레이를 책을 다시 읽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책으로 비유하자면 숨겨진 페이지에 도달하기 위해서 한번 읽었던 책을 다시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그렇게 재미있는 것도 아닌 스토리(앞서 말했듯이 반전에 기반을 둔 스토리이기 때문에, 파피루스~아스고어 앞까지의 스토리는 별로 재미가 없다고 생각한다.)를 말이다.

1회차 이후의 플레이까지 합쳐야 이 게임의 전체가 된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뭐 맞는 말일 수도 있다. 근데 굳이 이런 식으로 해야 했을까? 이게 뭐 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도 아니고, 게이머는 진상에 도달하기 위해 3번이나 똑같은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노멀/불살/몰살루트를 탐으로써 게이머의 행동이 달라지긴 하지만 메인스트림의 형태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전투가 재미없다: 필드 몬스터들의 전투는 솔직히 하품나올 정도로 쉽다. 패턴은 엄청나게 단순하며 심한 경우 그냥 나타나서 가만히 있기만 하는 적도 있다. 이럴 거면 왜 이 몬스터를 만들었는지? 게다가 필드에서의 조우율도 은근히 높아 스토리를 진행하는데 방해가 된다. 그에 반해 보스 몬스터와의 대전은 짜증날 정도로 길며, 패턴이 난해하여 도전욕을 일으키기보다는 성가셔 짜증을 유발하는 패턴들이 많다.

지나치게 메타적이다: 게임의 흥미를 유발하는 요소들이 죄다 반전이며, 그 모두가 전부 메타 요소에 기반을 두고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메타 요소로 승부를 본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 정도. 그렇다고 이것들이 흥미로운가 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가장 많이 언급되는 EXP/LOVE의 경우 이와 같은 명칭은 아니지만 같은 개념으로써 다른 게임들에 존재하며, 의지의 힘 또한 그러하다. 메타요소가 너무 많아서, 솔직히 정의소녀환상을 보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위의 요소들 덕분에, 나는 이 게임을 즐기지 못했다. 뭐 그렇다는 이야기다. 앞서 말했듯이 최소 양작 수준은 되는 게임이다. 스토리도 내가 좋아하는 풍이기도 하고, 하지만 과연 이런 식으로 만들어야했을지? 하긴 뭐 이런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고평가를 받는 것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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